2026년 10월 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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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0돌 한글날(2026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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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옥 [seongok1903] 쪽지 캡슐

17:11 ㅣ No.105445

 

오늘은 100주년을 맞는 한글날입니다. 훈민정음이 반포된 지 580년이 되는 날이기도 합니다. 1446년 음력 9월, 조선의 4대 임금 세종이 새로운 문자의 발명을 공식 선포하였습니다. “우리나라의 말이 중국과 달라 (…) 새로 스물여덟 자를 만드나니 사람마다 하여금 쉽게 익혀 날마다 쓰기 편안케 하고자 할 따름이니라”(훈민정음언해 어제 서문) 즉위 28년이 되던 해입니다. 

 

 

                                                     100국 외국인 참가한 한글 경시대회/출처:JTBC

 

한글 창제 과정을 상세히 기록한 문헌은 없습니다. 다만 세종실록에는 앞서 1443년 12월 “이달에 임금이 친히 언문 28자를 지었다”(是月 上親製諺文二十八字, 세종 25년)는 한문 기록이 있습니다. 문자를 완성하고도 3년 동안 실제로 사용해 검증하고(용비어천가), 해설서(훈민정음해례본)를 간행하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중국 문자인 한자를 두고 독자적 문자를 만들어 쓰는 것에 극구 반대하는 신료들을 다스려야 했고, 중국의 의심스러운 시선에 대한 정치적 부담도 의식해야 했을 터입니다. 

 

20세기 들어 한글은 약 1500년 동안 지배층(만)의 문자로 쓰이던 한자를 완전히 대체하고 우리 민족의 고유한 문자로 안착했습니다. 높아진 국가 위상과 케이(K)-컬처에 힘입어 우리말과 한글을 배우는 외국인도 크게 늘고 있다고 합니다. 한글은 매우 짧은 기간에 명확한 의도를 갖고 기획 발명된 문자일 뿐 아니라, 소리와 문자가 과학적 원리로 정밀하게 대응하는 문자라는 점에서도 독보적입니다. 

 

세계 10여개 언어를 익혔고 중세 한국어에도 밝은 미국 언어학자 로버트 파우저는 한글을 “세상 모든 문자 가운데 가장 쉽고 편한 문자”이자 “세계 문자사에서 가장 인상적인 ‘토착화 사례’”로 꼽았습니다. 전 세계 문자의 기원과 전파를 통해 인류 문명사를 조망한 ‘문자 전파담’(2026, 혜화1117)에서입니다.

 

한겨레 텍스트팀에는 매주 100종 안팎의 신간 도서가 독자에게 소개되기를 기대하며 배달돼 옵니다. 한국인 저자가 썼든 번역서이든, 모두 우리말 한글로 쓰였습니다. 실로 다양한 분야의 지식과 정보가 담긴 책들이 끝없이 쏟아지는 것에 경외감을 느끼곤 합니다. 

 

이번 주는 ‘만일 한글이 없었더라면?’이라는 상상을 해봤습니다. 꼭 2년 전 이즈음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을 겁니다. 누구나 책을 읽는 게 당연해지고 책 읽기가 멋진 개성이 되는 ‘텍스트 힙’의 시대, 그 당연함을 가능하게 한 스물여덟 글자의 소중함과 고마움을 가만히 되새겨 봅니다.

  

한겨레 신문/조일준 선임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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