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더보기
2026년 11월 8일 (일)
(녹) 연중 제32주일(평신도 주일) 신랑이 온다. 신랑을 맞으러 나가라.

우리들의 묵상ㅣ체험 우리들의 묵상 ㅣ 신앙체험 ㅣ 묵주기도 통합게시판 입니다.

라테라노 대성전 봉헌 축일

스크랩 인쇄

조재형 [umbrella] 쪽지 캡슐

11:17 ㅣ No.192941

오늘은 로마의 주교좌성당인 라테라노 대성전의 봉헌 축일입니다. 라테라노 대성전은 베드로 대성전보다 먼저 세워졌으며, ‘로마와 온 세상의 모든 성당의 어머니이며 으뜸’이라고 불립니다. 그러나 오늘 우리가 기념하는 것은 웅장한 건축물만이 아닙니다. 라테라노 대성전은 온 세상에 흩어져 있는 교회가 하나의 믿음과 하나의 세례로 일치를 이루고 있음을 보여 주는 표지입니다. 성경은 이렇게 말합니다. “보라, 이제 하느님의 거처는 사람들 가운데에 있다. 그들은 하느님의 백성이 되고, 하느님 친히 그들과 함께 계실 것이다.” 교회의 중심에는 화려한 건물이나 오랜 역사가 아니라, 당신 백성과 함께 머무시는 하느님이 계십니다.

 

유튜브 영상에서 교회의 다섯 가지 모습을 보았습니다. 첫째는 ‘주유소 같은 교회’입니다. 자동차가 기름을 넣고 곧바로 떠나듯이, 신자들은 주일 미사에 참석하고 각자의 삶으로 돌아갑니다. 둘째는 ‘백화점 같은 교회’입니다. 필요한 물건을 고르듯이 여러 단체와 행사 가운데 마음에 드는 것만 선택합니다. 셋째는 ‘기업 같은 교회’입니다. 다양한 프로그램과 행사를 기획하고, 성과와 숫자로 성장을 판단합니다. 넷째는 ‘박물관 같은 교회’입니다. 시대가 바뀌어도 익숙한 전통만을 고집하며 새로운 사람을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이런 모습들도 교회의 한 부분일 수 있지만, 그것만으로 교회의 참모습을 모두 보여 주지는 못합니다.

 

우리가 지향해야 할 모습은 초대교회와 같은 공동체입니다. 초대교회에는 말씀이 살아 있었고, 신자들은 가진 것을 나누었으며, 함께 기도하고 빵을 나누었습니다. 그들은 어려운 이웃에게 마음을 열었고, 기쁨과 순박한 마음으로 하느님을 찬미했습니다. 교회는 은총을 받고 떠나는 주유소만이 아닙니다. 필요한 것을 소비하는 백화점도 아니며, 실적을 만들어 내는 기업이나 과거를 전시하는 박물관도 아닙니다. 교회는 그리스도를 머리로 하고 우리가 서로 지체가 되는 ‘하느님 백성의 공동체’입니다. 아픈 사람이 있으면 함께 아파하고, 기쁜 일이 있으면 함께 기뻐하며, 길을 잃은 사람에게 문을 열어 주는 공동체가 교회입니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금동 반가사유상을 본 적이 있습니다. 우리 불교 예술의 정수라고 할 만큼 아름다운 작품입니다. 칼 야스퍼스는 일본의 반가사유상을 보고 서양의 어떤 조각에서도 느끼지 못한 품격이 있다고 극찬했습니다. 법정 스님은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에게서는 인간의 깊은 고뇌를 보았고, 반가사유상에서는 안온함과 평화를 보았다고 합니다. 그러나 아무리 훌륭한 작품이라도 바라보기만 한다면 박물관에 전시된 아름다운 유물로 남습니다. 신앙도 마찬가지입니다. 성당이 아름답고 전례가 장엄하더라도, 그 안에서 생명의 물이 흘러나오지 않는다면 세상을 변화시키지 못합니다. 오늘 에제키엘 예언자는 성전에서 흘러나온 물이 강을 이루고, 그 물이 닿는 곳마다 생명이 살아난다고 전합니다. “그 과일은 양식이 되고 잎은 약이 된다.”

 

바오로 사도는 우리에게 더욱 놀라운 말씀을 전합니다. “여러분이 하느님의 성전이고 하느님의 영께서 여러분 안에 계시다는 사실을 여러분은 모릅니까?” 성전은 하느님께서 머무시는 곳입니다. 그렇다면 세례를 받고 성령을 모신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하느님의 성전입니다. 또한 우리가 서로 사랑하고 용서하며 함께 기도할 때, 공동체 전체가 그리스도의 몸인 성전이 됩니다. 그러므로 교회를 사랑한다는 것은 건물을 아끼는 것만이 아니라, 내 곁에 있는 사람을 소중히 여기는 것입니다. 외로운 이를 찾아가고, 병든 이를 위로하며, 가난한 이를 돕고, 새로 온 이를 따뜻하게 맞아들이는 것이 성전을 아름답게 가꾸는 일입니다. 우리 공동체를 통하여 위로의 물, 자비의 물, 생명의 물이 세상으로 흘러가야 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성전을 장사하는 곳으로 만든 이들을 꾸짖으셨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이 성전을 허물어라. 그러면 내가 사흘 안에 다시 세우겠다.” 유다인들은 마흔여섯 해 동안 지은 건물을 생각했지만,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몸을 두고 말씀하셨습니다. 십자가에서 허물어진 예수님의 몸은 사흘 만에 부활하셨고, 부활하신 그리스도의 몸에서 새로운 교회가 시작되었습니다. 교회는 건물이 아니라 그리스도를 믿고 따르는 하느님 백성의 공동체입니다. 우리가 말씀을 듣고, 성체를 나누며, 서로를 사랑하고, 세상에 희망을 전할 때 우리 자신이 살아 있는 라테라노 대성전이 됩니다. 오늘 우리 안에 머무시는 주님께서 우리의 마음을 정화하시고, 우리 공동체를 통해 세상에 생명과 평화가 흘러가게 해 주시기를 청합시다.

 

“여러분이 하느님의 성전이고 하느님의 영께서 여러분 안에 계십니다. 그분께서 성전이라고 하신 것은 당신 몸을 두고 하신 말씀이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21 0

추천 반대(0)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