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0일 (토)
(백) 부활 제3주간 토요일(장애인의 날) 저희가 누구에게 가겠습니까? 주님께는 영원한 생명의 말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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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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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형 [umbrella] 쪽지 캡슐

2020-12-21 ㅣ No.143060

2019821일에 뉴욕으로 왔습니다. 반갑게도 신부님들이 신문사를 찾아 주었습니다. 시카고에서 사목하고 있는 후배신부님이 왔습니다. 달라스에서 사목하였던 동창신부님도 왔습니다. 서울에서 사목하였던 선배와 후배신부님이 안식년을 얻어서 왔습니다. 작년 10월부터 올해 2월까지 손님 신부님들이 있었습니다. 코로나가 아니었으면 올해에도 많은 신부님들이 왔을 겁니다. 뉴욕이 가지는 도시로서의 매력이 있기 때문입니다. 사람 좋아하는 저는 신부님들과 함께 있는 시간들이 좋았습니다. 멀리 타향에서 만나는 감회가 있습니다. 비록 누추하지만 형제들이 함께 지내는 것도 즐거웠습니다. 신학생 때의 이야기를 나누어도 좋고, 사목의 경험을 나누어도 좋고, 교회의 미래를 이야기해도 좋습니다. 성지순례 갔던 이야기, 문학이야기도 좋습니다. 좋은 사람을 만나는 것도 삶의 커다란 기쁨입니다. 백신과 치료제가 곧 나온다니 내년에는 반가운 손님들이 오면 좋겠습니다.

 

1979년 중학교를 졸업하면서 처음으로 혼자서 고향을 찾아갔습니다. 강남고속버스 터미널에서 동양고속버스를 탔고, 버스 안에서는 곡예사의 첫사랑이라는 애잔한 노래를 들었습니다. 고모님은 따뜻하게 맞이해 주었고, 고종사촌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지금도 뚜렷하게 기억하는 것은 사촌형님과 함께 고향 선산을 찾아갔을 때입니다. 눈이 내리는 날이었고, 모악산을 지나서 제가 태어났던 고향으로 갔습니다. 기꺼이 함께 가준 사촌형님도 사제가 되어서 같은 길을 가고 있습니다. 저는 친할아버지와 할머니의 묘소에, 사촌형은 외할아버지와 할머니의 묘소에 함께 절하였습니다. 아랫목에 이불을 펴놓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때는 모두가 아직 열매 맺지 않았던 순수의 시간이었습니다. 41년의 시간이 지났고, 학생이었던 사촌들은 저마다 자신들의 자리를 만들어서 지내고 있습니다. 41년 전 순수했던 그 시간으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2,000년 전에 마리아는 친척인 엘리사벳을 찾아갔습니다. 엘리사벳은 나이가 많았음에도 아이를 가졌습니다. 마리아는 남자를 몰랐음에도 아이를 가졌습니다. 두 아이는 성령께서 함께 하신 아이였습니다. 성서는 엘리사벳과 마리아의 대화를 전해주고 있습니다. 사제들의 대화와는 다른 대화였습니다. 제가 학생 때 고향을 방문해서 사촌들과 나눈 대화와도 달랐습니다. 먼저 엘리사벳은 이렇게 마리아를 맞이했습니다. “은총이 가득하신 마리아여! 주님께서 함께 하시니 여인 중에 복되시며 태중의 아들 또한 복되시나이다.” 엘리사벳은 마리아를 축복하였습니다. 마리아는 앞으로 태어날 아이들이 가야할 길을 이렇게 이야기하였습니다. “그분께서는 당신 팔로 권능을 떨치시어 마음속 생각이 교만한 자들을 흩으셨습니다. 통치자들을 왕좌에서 끌어내리시고 비천한 이들을 들어 높이셨으며 굶주린 이들을 좋은 것으로 배불리시고 부유한 자들을 빈손으로 내치셨습니다.” 두 아이가 가야할 길은 성공, 명예, 권력이 아니었습니다.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는 길입니다. 진실과 평화가 만나는 길입니다. 사막에 샘이 넘쳐나고, 사자와 어린이가 함께 걷는 길입니다. 엘리사벳의 축복과 마리아의 응답 속에 세례자 요한과 예수님은 태어날 것입니다.

마리아는 석 달가량 엘리사벳과 함께 지내다가 자기 집으로 돌아갔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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