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9월 23일 (목)
(백) 피에트렐치나의 성 비오 사제 기념일 요한은 내가 목을 베었는데, 소문에 들리는 이 사람은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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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16주간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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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형 [umbrella] 쪽지 캡슐

2021-07-20 ㅣ No.148447

보좌 신부로 지내면서 사제는 돈 문제에 신경 쓰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본당 신부님께서 사제는 본당 재정을 잘 관리해야 한다.”라고 말하셨습니다. 신자들이 힘들고 어려운 가운데서 헌금한 돈이기 때문이라고 하였습니다. 신부님께서는 적지 않은 비용이 드는 시설 공사도 거뜬히 하셨습니다. 꼭 필요한 비용은 지출하지만 알뜰하게 재정 관리를 하셨기 때문입니다. 당시 우리나라는 ‘IMF’로 기억되는 힘든 시기를 지내고 있었습니다. IMF는 저의 가족에게도 피할 수 없는 어려움을 주었습니다. 저는 신부님의 말을 귀담아 들었고, 지금까지 금전출납부를 쓰고 있습니다. 금전출납부를 보면 관심사가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씨 뿌리는 사람의 비유를 말씀하셨습니다. 길가에 떨어진 씨는 새들이 와서 먹어버렸다고 하셨습니다. 도박에 쓰는 돈은 어쩌면 길가에 떨어진 씨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돌밭에 떨어진 씨는 싹은 트지만 해가 나면 말라버린다고 하셨습니다. 위험 부담이 큰 투기가 돌밭에 떨어진 씨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가시덤불에 떨어진 씨는 가시덤불이 자라면서 숨을 막아버렸다고 하셨습니다. 돈 때문에 친한 친구가 갈라지기도 하고, 돈 때문에 형제간이 다투기도 하는 경우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차라리 돈이 없었으면 다툴 일도 없었을 것입니다. 좋은 땅에 떨어진 씨는 열매를 맺는데 백 배, 예순 배, 서른 배가 되었다고 하셨습니다. 가톨릭평화신문은 매주 사랑이 피어나는 곳에라는 사연을 전하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정성껏 헌금해 주셨습니다. 어려운 이웃을 위해서 사용되는 돈이 좋은 땅에 떨어진 씨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돈은 열매를 맺어서 하늘에 쌓는 보화가 될 것입니다.

 

신앙 안에서 생각합니다. 좋은 씨앗은 비록 땅이 거친 황무지라도 꽃을 피우는 것을 봅니다. 나쁜 씨앗은 좋은 땅에 떨어졌어도 싹이 트지 않는 것도 봅니다. 하느님의 아들 예수님께서도 거친 땅으로 오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말구유에서 태어나셨습니다. 광야에서 40일간 단식하며 기도하셨습니다. 하늘의 새들도 보금자리가 있는데 사람의 아들은 머리 둘 곳도 없다고 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좋은 땅으로만 가서 선교하라고 하지 않으셨습니다. 땅 끝까지 복음의 씨앗을 뿌리라고 하셨습니다. 교회의 역사를 보면 대부분은 거친 땅에 복음의 씨앗이 뿌려졌습니다. 제자들에게도 자기의 십자가를 지고 가라고 하셨습니다. 전대에 돈을 지니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겉옷도 가지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지팡이만 가지고 가라고 하셨습니다. 하느님께서 무엇을 먹을지, 무엇을 입을지, 무엇을 마실지 알려주신다고 하셨습니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도 알려주신다고 하셨습니다.

 

1784년 조선에 떨어진 복음의 씨앗은 분명 좋은 땅이 아니었습니다. 100년이 넘는 박해가 있었습니다. 많은 순교자가 있었습니다. 신앙 때문에 벼슬을 포기했습니다. 신앙 때문에 고향을 떠나야 했습니다. 신앙 때문에 가족과 헤어져야 했습니다. 신앙을 갖는 다는 것은 생명까지도 포기한다는 의미였습니다. 그럼에도 씨앗은 힘들게 뿌리를 내렸고, 싹이 텄습니다. 200년이 되는 1984년에는 성인이 되신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께서 한국에 오셔서 103위 순교자들을 성인품에 올렸습니다. 230년이 되는 2014년에는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오셔서 124위 순교자들을 복자품에 올렸습니다. 2021년 한국은 분명 좋은 땅입니다. 박해도 없습니다. 신앙의 자유가 있습니다. 원하면 언제든지 미사에 참례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의 씨앗은 뿌리를 깊이 내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세상의 유혹이라는 가시덤불에 막혀서 활력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세상은 좋은 땅을 찾습니다. 그런 곳을 블루오션(Blue Ocean)이라고 합니다. 좋은 땅에서 생산성을 높이고, 좋은 땅에서 많은 이익을 창출하는 것을 축복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신앙은 척박한 땅이라도 그곳을 옥토로 만들어야 합니다. 시련과 박해와 죽음이 있을지라도 포기하지 않고 결실을 맺도록 해야 합니다. 우리는 그러한 모습을 예수님에게서 보았습니다. 성인들에게서 보았습니다. 지금 내가 있는 곳이 좋은 땅이라면 감사하면서 좋은 열매를 맺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내가 있는 곳이 가시밭길이라면 그곳을 옥토로 만들도록 용기를 청하면 좋겠습니다. 좋은 땅은 선택이지만 열매를 맺는 것은 우리의 사명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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