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1월 27일 (토)
(녹) 연중 제34주간 토요일 너희는 앞으로 일어날 이 모든 일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깨어 있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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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29주간 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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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형 [umbrella] 쪽지 캡슐

2021-10-18 ㅣ No.150425

모기 뒤에 숨은 코끼리라는 책을 읽고 있습니다. 모기는 아주 작지만 매우 귀찮습니다. 소리 없이 다가와 물기 때문입니다. 밤에 잠자리에서 모기에 물리면 짜증이 나고, 결국 불을 켜고 모기를 잡기 마련입니다. 책은 사소한 일 때문에 를 참지 못하는 이유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모기와 같은 사소한 일 뒤에 커다란 코끼리가 숨어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꽉 끼는 신발을 신으면 발의 뒤꿈치가 까질 수 있습니다. 불편한 신발을 신고 지하철을 탔을 때 누군가 실수로 발을 밟으면 평소와는 달리 더 화가 나기 마련입니다. 신발 속에 감추어진 뒤꿈치의 상처가 있기 때문입니다. 몸의 감추어진 상처는 보이지만 마음의 상처는 잘 보이지 않습니다. 무시당한다는 생각, 간섭받는다는 생각, 나의 허물을 들추어낸다는 생각, 실패한 일들에 대한 생각들은 나의 마음속에 감추어져 있다가 작은 일을 통해서 주체하기 어려운 가 되기도 합니다.

 

아버님의 기일을 지내면서 어머니, 형수, 조카들과 추모관엘 다녀올 때입니다. 연도를 하고, 기분 좋게 돌아오면서 중국집에서 늦은 점심을 먹기로 했습니다. 마침 어린이 날이라서 중국집에는 손님이 많았습니다. 음식을 주문하고 기다렸습니다. 40분 정도 기다렸는데 우리보다 더 늦게 온 손님에게 음식을 갖다 주었습니다. 순간 가 치밀어 올랐습니다. 곧 우리가 주문한 음식도 나왔지만 밖으로 나왔습니다. 가족들은 주문한 음식을 먹고 나왔지만 마음이 편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직원이 실수로 그렇게 한 것을 웃으며 넘어갈 수도 있었는데 참지 못하고 화를 낸 나 자신이 부끄러웠습니다. 그래도 주문한 음식을 먹고 나왔으면 좋았는데 화를 참지 못하고 나왔기에 집에 오는 길에 배가 고파서 또 화가 났습니다. 군대에 있을 때는 부당한 일이 있어도 화를 내지 않았습니다. 계급이 있었고, 하급 병은 그런 것쯤은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생각해 보니 제가 화를 낸 이면에는 코끼리가 있었습니다. 사제생활을 하면서 익숙해진 편리함이 있었습니다. 식사할 때면 으레 음식이 먼저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줄을 서서 기다릴지라도 먼저 앞자리로 가라는 권유를 받곤 했습니다. 순례를 가는 버스에서도 맨 앞자리에 앉곤 했습니다. 조별로 자리를 바꾸었지만 저는 자리를 바꾼 적이 없었습니다. 민박집에 가서도 독방을 마련해 주곤 했습니다. 다른 분들이 불편하게 같은 방을 사용하는 것을 알면서도 같이 자자는 이야기를 하지 못했습니다. 예수님께서 나무라시던 바리사이와 율법학자의 모습이 제게 있었습니다. 사제복 안에 겸손, 희생, 나눔, 봉사, 인내가 있어야 했는데 권위, 자존심, 가식, 허영, 욕심이 있었습니다. 그것이 드러나는 순간 를 낸 것 같았습니다. 생각해 보면 저의 무례함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화가 났지만 사제라는 이유 때문에 참아 주셨습니다. 화가 난다면 그 현상 뒤에 숨어있는 코끼리를 생각하면 좋겠습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 바오로 사도는 아담의 불순종과 예수님의 순종을 이야기합니다. 아담의 불순종의 결과는 죄와 죽음입니다. 예수님의 순종의 결과는 의로움과 영원한 생명입니다. 아담의 불순종 뒤에 있던 코끼리는 하느님과 같아지려는 교만함이 있었습니다. 자신의 잘못을 남에게 전가하려는 비열함이 있었습니다. 예수님의 순종 뒤에 있던 코끼리는 하느님의 아들이면서도 사람이 되신 겸손함이 있었습니다. 세상을 구원하려는 십자가의 희생이 있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등불을 들고 깨어 있는 종에 대한 이야기를 하십니다. 그렇게 깨어서 주인을 맞이하는 종은 행복하다고 이야기하십니다. 지금 내가 들고 있는 등불은 어떤 등불인지 생각하면 좋겠습니다. 가식, 교만, 게으름, 허영, 분노의 등불을 들고 있으면 그 등불은 본인과 이웃에게 큰 상처를 주는 등불이 될 것입니다. 희생, 나눔, 겸손, 온유의 등불을 들고 있으면 그 등불은 희망의 등불이 될 것입니다. 사랑이 환하게 피어나는 등불이 될 것입니다.

 

너희는 허리에 띠를 매고 등불을 켜 놓고 있어라. 혼인 잔치에서 돌아오는 주인이 도착하여 문을 두드리면 곧바로 열어 주려고 기다리는 사람처럼 되어라. 행복하여라, 주인이 와서 볼 때에 깨어 있는 종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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