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7일 (토)
(백) 부활 제4주간 토요일 나를 본 사람은 곧 아버지를 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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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 제2주간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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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희 [corenelia] 쪽지 캡슐

2024-02-28 ㅣ No.170166

[사순 제2주간 수요일] 마태 20,17-28 “너희 가운데에서 높은 사람이 되려는 이는 너희를 섬기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겸손함과 비굴함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국어사전에서는 ‘겸손’을 이렇게 정의합니다. ‘공손하고 예의바르다’. 반면 ‘비굴하다’는 말은 이렇게 정의합니다. ‘용기나 줏대 없이 남에게 굽히기 쉬움’. 보통 우리가 어떤 사람을 보고 ‘겸손하다’고 느끼는건 지위나 품성이 높은 사람이 그 높음을 드러내 과시하거나 으스대지 않고 평범하고 부족한 사람인양 자신을 낮출 때 입니다. 지위나 품성은 물론이고 자존감까지 낮은 사람이 스스로를 ‘하찮은 사람’ 취급하는 모습에서는 겸손이 아니라 비굴함을 느끼지요. 자신이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항의할 용기도, 고결한 가치관이나 신념도 없이 그저 남의 눈치를 보며 이리저리 휘둘리는 모습에서 안타까움을 느끼는 겁니다.

 

예수님은 우리에게 ‘겸손해지라’고 하셨지, 비굴해지라고 하시지 않았습니다. 겸손해지려면 먼저 나 자신이 높은 차원으로 올라가야 합니다. 하느님 뜻에 맞는 올바르고 확고한 신념, 불의에 굽히지 않는 고결한 성품, 자신이 하느님으로부터 사랑받는 존재라는 분명한 확신에서 오는 높은 자존감을 먼저 지녀야 하는 겁니다. 그처럼 인격적으로 성숙한 사람이 참된 겸손을 실천할 수 있으며, 그런 사람이 겸손을 실천할 때 보는 이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미치게 되지요. 이는 수력발전의 원리와도 비슷합니다. 높은 위치에 있는 물이 아래로 떨어질 때 큰 에너지를 방출하는 것처럼, 고결한 성품을 지닌 이가 올바른 신념을 위해 기꺼이 자신을 낮출 때, 사람들의 마음에 큰 울림을 주게 되는 겁니다.

 

그렇기에 예수님도 ‘높은 사람’이, ‘첫째’가 되지 말라고는 안하십니다. 다만 어떤 사람이 참으로 높은 사람인지, 하느님 뜻에 맞는 진정한 ‘첫째’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알려주십니다. 하느님 뜻에 맞는 ‘높은 사람’이란 자기 자신을 억지로 높이려고 애쓰는 사람이 아니라, 상대방을 섬기고 존중함으로써 그와 관계를 맺고 있는 자신까지 자연스레 고양되게 만드는 지혜로운 사람입니다. 즉 아내를 왕비처럼 대하여 같이 사는 자신도 자연스레 왕이 되고, 이웃을 훌륭한 위인이나 성인처럼 대하여 그와 어울려 사는 자신도 자연스레 그런 사람이 되는 것이지요. 사심이나 욕심 없이, 상대방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존중하고 섬김으로써 그와 나 모두가 하느님 보시기 좋은 모습으로 고양되어 가는 것, 그것이 주님께서 우리에게 바라시는 참된 겸손의 덕입니다.

 

이 참된 겸손은 우리가 구원받는데에도,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 영원한 생명을 누리기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합니다. 하느님 나라에서 그분 뜻에 충실하게 살아가는 ‘의로운 사람’으로 인정받고 싶다면, 그 의인들에게만 주어지는 참된 영광을 누리고 싶다면, 먼저 자신을 낮춰야 합니다. 구세주 그리스도께서 자신을 낮추시어 유한하고 부족한 인간이 되시고, 거기서 더 자신을 낮추시어 죽음까지 기꺼이 받아들이신 것처럼, 나 또한 주님 뜻을 따르기 위해 그 과정에 수반되는 고통과 시련을 기꺼이, 또한 기쁘게 받아들이는 겁니다. 영광과 고통은 동전의 양면과도 같습니다. 하나를 선택하면 다른 하나가 반드시 따라오지요. 그 아픈 진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주님께서 드시는 잔을 나도 마실 수 있습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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