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7월 3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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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성가대 지휘, 반주자 구인 공고 하시는 성당 관계자들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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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엘리야 [epiphanychalk] 쪽지 캡슐

2022-05-11 ㅣ No.225063

찬미 예수님, 

 

저는 서울에 있는 모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교수입니다. 며칠 전, 제 학생이 서울대교구의 한 성당 지휘자 공고를 보고 지원을 한 일이 있었는데, 이것에 대해 말씀드리고 싶은 것이 있어 이렇게 글을 씁니다. 

 

저는 1980년대에 세례를 받았습니다. 사실 이 때만 해도 성당 성가대 지휘자는 말그대로 '자원 봉사' 였지요. 전문 교육을 받은 지휘자도 아니었고 활동비는 전혀없었지요, 오르가니스트도 피아노를 조금 다룰 줄 아는 정도의 실력을 가진 분들이 무료로 봉사를 했었습니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지금의 한국 천주교 성가대 지휘자들은 대체로 음악을 전공하신 분들로 구성되어 있고, 각 성당마다 지휘자, 반주자 활동비에 대한 예산이 이미 설정이 되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천주교라는 곳이 구인 공고를 낼 때, 속세의 일반 기업보다도 못한 공고를 내고 있고 제 제자를 포함한 다수의 예술인들이 굿뉴스 구인  공고로 인해 마음의 상처를 입고 있다는 걸 선생의 입장으로서 알리고, 짚고 넘어가고 싶어서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길더라도 양해 부탁드립니다.

 

천주교 성가대의 지휘자 및 반주자들은 '자원봉사 신청서' 라는 것을 작성합니다. 근로 계약이 아닌 자원 봉사라는 말이겠지요. 게다가 성당에서는 지원자들의 경력을 요구하며 이력서 제출을 요구합니다. 지원자들은 정성껏 이력서를 작성하여 이메일이나 우편 혹은 직접 방문하여 제출함에도, 서류 심사에서 탈락된 사람들에게는 결과에 대한 개인적 통보가 전혀 없습니다. 속세의 기업들도 이러한 갑질로 인해 많은 비판을 받고 있으며 많이 시정되어 가고 있는 요즘임에도 불구하고, 하느님 백성들의 피난처인 교회가 이력서까지 싸들고 온 봉사자들을 이렇게 천대하고 있다는 건 속세의 인권 유린하는 기업이나 하는 행태입니다.

 

둘째, 구인 공고를 올린 성당들의 내용을 찬찬히 보시면 알겠지만, 성당들은 자기네가 원하는 지휘, 반주자들의 자격 요건은 길게도 써놓았지만, 정작 활동비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습니다. 면접 시에 알려준다는 말이 있긴 합니다만, 그건 면접까지 통과된 소수의 지원자들에게나 해당되는 말이지, 처음부터 이력서를 제출한 지원자들은 활동비가 얼마인지 알지도 못한 채 지원합니다. 그러나 거의 대부분의 성당의 예산에 성가대 지휘자 반주자 활동비에 대한 예산이 이미 잡혀 있습니다. 심지어, 자원 봉사라서 활동비 공개가 어렵다고 말하는 성당이 있다고 하더군요. 그렇다면 경력 요구하지 마셔야 하며 이력서도 받지 마셔야 합니다. 봉사자에게 이력서를 왜 받고 경력이 무슨 소용입니까? 그리고 자원 봉사자에게 결과 통보를 안하는 것은 이 무슨 무례한 경우입니까? 

 

셋째, 서류 전형을 통과했다고 해도 주임신부님과의 면접이 남아 있습니다. 이 면접을 위하여 지원자들은 따로 시간을 내어 면접을 준비하고 먼 거리를 이동합니다. 물론, 봉사자를 직접 만나 보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많은 주임 신부님과 성가대가 지휘, 반주자를 저울질 합니다. 서류 심사에서 다수의 후보자를 선택해서 면접 때 여러가지 질문을 하며 저울질을 합니다. 좋은 사람 뽑고 싶은 성가대의 입장이 이해는 갑니다만, 면접자들의 시간에 대해서는 왜 보상하시지 않으시는지요? 저울질을 하시고 싶으시면 정당하게 댓가를 지불하십시오. 남의 시간을 사용하시면 당연히 보상하셔야지요. 성당에 봉사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라고요? 그렇다면 봉사자들에게 예의를 갖추십시오. 공고에 활동비도 정확히 명시하고, 불합격자들에게도 결과를 정중히 통보하십시오. 

 

넷째, 면접 때 시연을 요구하는 성당들이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오디션' 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성당도 있더군요. 지원자들은 음악대학을 졸업한 전문 음악인 즉, 예술가들인데 심사위원은 누굴 초빙하셨습니까? 예술가들을 심사할 수 있는 수준이 되려면 해당 분야의 권위자를 초청해야 합니다. 성당 지휘 반주자로 지원한 경험이 있는 제 학생들의 말을 들어보니, 심사는 성가대원과 단장 그리고 사제가 전부라고 하더군요. 어떤 지휘, 반주자가 더 잘하는지 평가하실 수 있는 능력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제가 아는 바로는 서울대교구 소속 성당의 성가대들은 전부 아마추어 단원들이며 그분들은 단지 노래와 찬송이 좋아서 성가대 활동을 하시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예술가들에게 오디션까지  요구하는 것은 모멸감을 느끼게 합니다. 소위 '부자 동네 성당'- 타 본당과 비교하여 몇십만원 많은 활동비를 지급함-에서 이러한 오디션을 요구하더군요. 오디션을 요구하실 것이면 평가 능력이 있는 수준있는 심사위원들을 위촉하십시오. 그럴 형편이 안되신다면 오디션은 하지 않으시길 부탁드립니다. 경력과 학력 요구하고 면접까지 했는데도  적임자 선발 못하는 것은 인재 채용 능력 부족입니다. 

 

다섯째, 지휘 반주자와 같이 봉사할 분들은 성가대 단장님을 위시한 단원 여러분들이십니다. 이 성가대 여러분들이 성가대 상황에 대해서도 가장 잘 아시는 분들이겠지요. 그렇다면 공고에 성당 사무실 대표 번호 하나 달랑 남기지 마시고, 단장님 휴대전화 번호 남기셔야 하는 것 아닐까요? 성당 사무장님이 성가대 사정에 대해 더 잘 아시는 것인지요? 지원자들의 궁금증을 풀어줄 수 있는 친절한 안내하시기가 그렇게 귀찮으신지요? '문의는 정중히 사절합니다' 라고 쓰시는 것도 지원자들에게는 상처가 됩니다. 

"궁금한 거 있어도 물어보지도 말고 이력서나 내고 결과 통보 못받았으면 떨어진 줄 아시오." 라고 말하지는 않지만, 그들의 행동은 저것과 같은 메시지를 줍니다. 이것이 예수님께서 베드로라는 반석 위에 세우신 교회가 맞습니까? 초대교회로부터 내려오는 공동체가 맞습니까? 그리스도의 지체들이 모인 교회가 맞습니까? 

 

활동비 지급한다고 돈으로 사람 줄세우기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당신 아니라도 지휘 반주해 줄 사람들은 많으니 이 돈이라도 받아가고 싶으면 시키는대로 하시오.' 라고 행동으로 보여주시는 신부님들과 성당 교우 여러분들의 모습을 봅니다. 여러분들 자신이나 가족이 구직할 때 이러한 대우를 받는다면 당연히 받아들이시겠습니까? 구인 게시판 내용을 보면 지휘 반주자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구인 공고의 대부분이 급여는 명시하지 않고 있습니다. 

 

서슬 시퍼렇던 박정희 정권 때, 미국에서 '고 도요안 신부님' 께서 한국에 처음 들어오셨습니다. 도요안 신부님은 노동 사목을 하시던 신부님이셨는데, 이 분께서는 노동자들의 권리를 위해 함께 싸워 주신 분이십니다. 전태일 열사가 분신하며 하느님께 부르짖었던 그 시절, 수많은 국내외 신부님들이 노동자들과 함께 하셨고 그 분들의 희생을 바탕으로 많은 이들이 권리를 누리며 살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한편에서는 눈 앞에 돈을 보여주고 흔들며, 힘없는 사람들에게 돈을 권력 삼아 사람들에게 정당한 대우를 하지 않습니다. 주님께서 굽어 살피실 것입니다. 아멘.

 

지휘, 반주자 여러분, 여러분들은 부당한 대우를 받을 때 거부할 권리가 있습니다. 돈 50만원(반주자는 25만원)이 소중하다는 것 뼈저리게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상대방의 요구가 정도가 지나치고 무례하다고 판단이 되면 서로 연대하셔서 한목소리를 내셨으면 좋겠습니다. 그 어느 누구도 예술가들의 권리를 대신 챙겨주지 않습니다. 여러분들의 단합된 모습과 크게 외치는 정의로운 목소리가 세상을 변화시킵니다. 권력있다는 사람도, 출세했다는 사람도 심지어 교회도 여러분들의 권리 따위에는 관심도 없습니다. 저는 선생이기 이전에 같은 예술인으로서 성당과 성가대 측의 시대착오적 구인 공고에 분노합니다. 

 

또한 저는 예술인들을 길러내는 교육인으로서, 성당의 이러한 자본주의적 행태에 실망을 금할 수 없습니다. 자원봉사자가 필요하시면 봉사자들에게 예의를 갖추시고, 계약직 파트타이머가 필요하시면 정당한 급여를 제공하시고 일을 시키시길 바랍니다. 현재와 같은 모습은 속세의 악덕 기업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성당은 항상 경제적 여력이 없었습니다. 신자들이 십일조를 개신교처럼 하지 않기 때문이지요. 저도 성당의 경제적 상황을 모르는 바 아니나, 구인하는 방식에 지원자들에 대한 인간으로서의 존중이 없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은 것입니다. 저는 성당이 지급하는 액수에 대해 말하고 있지 않습니다. 성당의 지급액은 예나 지금이나 적습니다. 많은 이들이 그 사정을 아주 잘 압니다. 전공자들에게 지급할 경제적 능력이 없으시면 과거와 같이 비전공자들의 자발적 봉사를 요청하시면 됩니다. 다만 소액으로 성의 표시하시면서 전문인들에게 부탁하실 것이면 돈보다 소중한 인간에 대한 존중하는 마음을 가지셨으면 좋겠습니다.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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