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6일 (목)
(백) 부활 제7주간 목요일 이들이 완전히 하나가 되게 해 주십시오.

자유게시판

어느 괴짜 신부님의 고백

스크랩 인쇄

황미숙 [shwang] 쪽지 캡슐

2002-01-20 ㅣ No.28829

 

 

 

 

루미네 집이예요. 올 겨울 따스하게 지내고 계시나요?

 

( 오늘은 미처 web을 준비하지 못했네요. )

 

저는 새해 눈이 펑~펑~ 내리는 어느날,

 

어느 괴짜(?) 신부님께서

 

친절히 제 성탄카드에 답해 주신 신년카드를 받아들고

 

한참이나 어린아이처럼 즐거워했답니다.

 

바쁘신 성탄절에 손수 봉투에

 

제 이름 석자와 저희집 주소를 촘촘히 쓰셔서

 

이름모를 소녀 아니 얼굴모를 소녀(?)에게 띄워주신

 

괴짜 신부님의 사랑어린 성탄카드!

 

그 성탄카드는...

 

제가 꼭 두번 피정중에 만나뵌...그러나

 

....참으로 인상적인 어느 괴짜 신부님이 보내주신 성탄카드셨어요.

 

제가 괴짜 한연흠 다니엘 신부님을 처음으로 뵙게 된건

 

삼년 전 어느 피정때였답니다.

 

멀리 수원에서 피정을 위해 밤새 차를 몰고 오신  

 

반백의 새하얀 머리에 무척 선이 고우신 얼굴의 신부님은

 

저를 아니 피정에 온 우리 모두를 내내 엉엉 울게 만드셨다

 

또 까르르~~웃게 만드시는  

 

참 괴짜에다 재미난 강사 신부님이셨어요.

 

그날 피정에서 전 태어나 처음으로  

 

신부님이 우시는 모습을 보았답니다.....신자들 앞에서요!

 

전 신부님도 우실 수 있는 뜨거운 가슴과

 

마르지 않은 눈물샘이 있는 우리와 똑같은 감성의 소유자임을

 

정말 처음으로 알았답니다.

 

이제 오십이 다되신 준엄함과 엄숙한 사제 모습을 지니신

 

그 신부님께서 지금 이 자리에 오실 때까지

 

홀로 감내해 내신 사제로써, 인간으로써, 아니 남자로써

 

겪어내셔야만 했던 아슬 아슬했던 위기와

 

고뇌의 순간들에 대한

 

너무도 솔직하고 인간적인 고백들과....눈물들!

 

전 처음으로

 

한 사제가 피정중 신자들앞에서 눈물로써 고백하는...

 

사제로써 겪어냈던 환속위기와

 

신자들에게 주었던 많은 상처들과 독선,아집, 권위,

 

자신의 괴팍한 성미들에 대해

 

눈물을 흘리며 용서를 청하시는 모습들에

 

참으로 신선한 감동과 충격을 받았답니다.

 

역시 그때까지 제가 지니고 있던 사제에 대한 이미지는

 

거룩하고 완벽해 보여

 

세상적인 희노애락엔 초연한 모습의 성인군자 신부님.

 

그리고 신부님 홀로 독신으로 사신다는 것에 대한

 

어떤 환상과 순결하고 깨끗한 이미지의 신부님.

 

성무외엔 늘 성서를 읽고

 

오로지 기도에만 몰두하시는 천사같은 신부님.

 

신자들을 위해선

 

싫어도 인상한번 쓰지않고 기꺼이 변신해주시고

 

응해 주시는 만능 엔터테이너 신부님.....

.

.

.

 

나의 사랑~~괴짜 다니엘 신부님은 사십대 초반에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여자 문제가 아닌,

 

인간적인 고독감과 사제로써 홀로 감내해 내셔야하는 고통들을

 

견디다 못해 아슬 아슬한 환속위기를 겪으신 신부님이셨어요.

 

신부님은 늘 동굴같은 사제관의 고독감을 견디다 못해

 

사람들을 찿아 서성이셨고,

 

폭주와 TV 중독증으로 인간적인 외로움을 달래시며

 

적막한 밤의 고독이 싫어

 

억지로 일을 만들어 새벽까지 일을 하시면서

 

신자들에겐 독선과 고집 그리고 아집으로

 

번번히 상처를 주셨던 신부님이셨어요.

 

그러던 어느 사십대 초반 중년에 찿아 온

 

인간적인 고뇌들과 사제로써의 정체성 위기!

 

무엇보다도 신부님은

 

인간적인 고독감이 그리도 견디기 힘드셨답니다.

 

인간이면서도 인간적인 즐거움이라곤 아무것도 없는 생활들.

 

기도만으론 채워지지 않는 마음의 비인 공간들.

 

건강한 남자이면서도 여자를 멀리해야만 하는 어려움들과 유혹들.

 

그리고 신자들과의 갈등으로 서로 주고 받는 아픔들과 상처들.

 

당신은 사십이 넘도록 사제로써 나름껏

 

주님의 성전에서 봉직해왔지만

 

그 어느날 부터 찿아들기 시작한

 

인간적인 고뇌들과 고독감이 너무 무겁고 버거워

 

할수록 더 자신을 채찍질하며 주님께 맞같은 사제가 되려 했지만

 

참으로 신부님은 많이 힘드셨나봅니다.....

 

저도 다 헤아릴 순 없지만요.....

 

그래서 신부님은 견디다 못해

 

사제직을 떠나야겠다고까지 생각하셨답니다.

 

사제직을 떠나야 될 인생 최대의 위기에 처한 신부님은

 

어느 날 아무도 없는 성당 성체앞에서

 

무릎을 끓으신 채 마구 흐느껴 우셨답니다.

 

"주님, 저는 어떻게 해야하나요?"

 

"사제로써 살아가기가 너무도 힘듭니다.."

 

"저를 도와주십시오".

 

"사제로써 살수 없을 것 같습니다. 저는 어떻게 해야되나요."....

 

"저를 붙들어 주시고 도와주십시오."...제발요....

 

주님앞에서

 

다 쓰러져가는 사제, 아니 거의 무너져버린 사제!

 

그러나 주님은 그 무너져가는 당신 아들을 위해

 

참으로 오묘한 계획들을

 

오래전부터 준비하고 계셨나봅니다.

 

그 감실앞 통곡의 절규속에서 신부님은

 

참으로 신비로우신 주님의 음성을 들으셨답니다.

 

 

" 이 괴로움은 왜 끝이 없습니까?

 

마음의 상처는 나을 것 같지 않습니다.

 

주께서는 물이 마르다가도 흐르고,

 

흐르다가도 마르는

 

도무지 믿을 수 없는 도랑같이 되셨습니다."

 

에레미야서 15, 18

.

.

.

 

 

" 그렇다면 이 야훼의 말을 들어 보아라.

 

너의 마음을 돌려 잡아라.

 

나는 다시 너를 내 앞에 서게 하여 주겠다.

 

그런 시시한 말은 그만두고 말같은 말을 하여라.

 

나는 너를 나의 대변자로 세운다.

 

백성이 너에게 돌아와야지 네가 백성에게로 돌아가서는 안 된다."

 

에레미야서 15, 19

.

.

.

 

이처럼 주님께서는

 

거의 사제직을 떠날 위기에 처하신 나의 사랑 다니엘 신부님을

 

감당키 힘든 시련과 고통을 통해

 

그 곳 성체앞에서

 

아주 훌륭한 내적 치유 은사를 주심으로써

 

거듭 거듭 당신의 종 사제로 세워주셨답니다.

 

환속 위기를 딪고 사제로 다시 태어난 다니엘 신부님!

 

그래서 사제직의 소중함을 알고

 

당신을 사제로 불러주신 주님께 한없는 감사를 드리며,

 

반발하고 분열과 갈등을 조장하는 당신의 양들을

 

사제관에 직접 불러

 

그들앞에 먼저 무릎을 끓고 용서를 청하심으로써

 

사랑과 용서를 몸소 증거하시는 사제가 되셨답니다.....!

 

지금 다니엘 신부님은 그 어려운 위기를 딪고

 

아주 훌륭하신 내적 치유 피정 강사 신부님이 되셔서

 

아주 아주 멋지게 잘살고 계신답니다.....^_^

 

저 역시 두 번의 신부님 피정을 통해

 

놀라우신 주님의 은총을 체험하고

 

너무도 열정적으로 사시는 신부님 모습에 큰 감동을 받아

 

매년 성탄절이 되면

 

비록 신부님은 제 얼굴을 모르시지만,  

 

꼭 성탄 카드 한장에

 

제 작은 기도와 작은 사랑 담아 신부님께 보내드린답니다.

 

지난 성탄절....

 

그 다니엘 신부님께서 손수 제 성탄 카드에 회신을 주셨어요.

 

제게 주님 성모님 사랑 듬뿍 듬뿍 받고 신바람 콧바람나게

 

잘 사래요.....네, 잘 살께요. 신부님!

 

전 제대위에서 마구 마이클 잭슨 춤을 추시다가 울기도 하시는

 

이 괴짜 다니엘 신부님의 고백과 눈물을 본 후 부터

 

신부님들을 위한 아주 작은 화살기도를 드리기 시작했답니다.

 

그리고 더 이상

 

신부님을 완벽하고 거룩한 천사같은 신부님이 아닌,

 

나처럼 울수 도 있고 위기에 처할 수도 있고

 

성체앞에서 체면불구하고 엉엉 울 수 있는

 

지극히 인간적이고도 나약할 수 있는 신부님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답니다.

 

돌처럼 차가운 완벽하고 거룩해 보이는 신부님보단

 

인간적인 결함과 나약함을 지닌 지극히 인간적인 신부님이

 

제겐 훨씬 더 친밀감이 들고

 

제 기도로써 채워드릴 수 있는 부분이 있다는게

 

저같은 돌팔이 신자로 하여금

 

가끔씩 사제를 위한 기도를 드리게 한답니다.

 

전 그리 열심히 기도하는 사람도 아니고

 

또 대단한 기도를 드리는 건 아니지만요!

 

지금 이시간도 어쩜 신자들 등뒤에서

 

이처럼 모든 어려움들과 인간적인 실수, 고통을 통해

 

거듭 거듭 태어나고 있는 신부님들이 계실거예요.

 

남몰래 눈물을 흘리시거나...혹은 통곡을 하시면서요...

 

우리들이 비방하고 폭로했던 신부님들 또한

 

어쩜 다니엘 신부님같은 위기를 홀로 겪고 계시진 않으셨을까요?

 

신부님 스스로 말씀하시기를

 

사제로 사시기가 참 힘드시답니다.

 

그 힘든 삶을 그래도 여기 저기 삐그덕 거리면서도

 

사제로 살고자 하시고 사제로 살아가시는 신부님들이 계시기에

 

간혹 우리 맘을 아프게 하고 실망시키는 신부님들이 계시다하여도

 

전 여전히 신부님들을 사랑하고 존경하고 깊이 신뢰한답니다.

 

어둠이 빛을 이겨본적이 없듯이요...!

 

소피아 드림

 



1,906 0

추천 반대(0) 신고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