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6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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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1318님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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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2-22 ㅣ No.1321

저는 신부입니다.

 

타교파 집회에 참석하시는 건에 대해서 간단하게 요약해보겠습니다.

 

1. 교회간에 협정이 맺어져 있는 경우 : 가톨릭과 성공회, 또는 정교회가 교회 차원에서 협정을 맺어 상호 성찬례-이 경우는 영성체까지-에 참여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2차 바티칸 공의회 직후에 이런 협약이 맺어진 경우가 꽤 있었다고 알고 있습니다(특히 호주 같은 곳에서). 그러나 우리 나라에서는 성공회나 정교회가 가톨릭보다도 소수이기 때문인지 이런 협약이 맺어지지 않았습니다.

 

2. 물리적으로 가톨릭 주일미사에 참석하는 것이 불가능한 경우 : 주일 미사에 참여해야 하는데 도저히 성당을 찾을 수 없거나 성당은 찾았지만 그 곳에 가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경우에 정교회나 성공회에서 주일 미사(정교회는 "신성 리투르기아"라고 하더군요)에 참여함으로써 주일 의무를 지킬 수 있습니다. 물론 이 경우에도 영성체는 신중하게 생각하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아직 타교파와의 성찬례 교류에 대해 우리 주교회의에서 지침을 발표한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위의 두 가지가 교회법 차원의 요약입니다.

 

개인적인 말씀을 드리자면...

제가 다닌 고등학교는 개신교 계통에서 운영하던 학교였습니다. 하지만 대개의 경우와는 달리 천주교 신자라고 해서 특별히 차별을 받거나 하지는 않았습니다. 학교 목사님이나 전도사님들도 천주교에 대해서 비교적 호의적이었구요. 그 때 친하게 잘 지내던 친구들 가운데 목사 안수를 받은 친구가 둘입니다. 이 친구들과 서로 교회에 초대하고 초대받고 했던 기억이 납니다.

또 고등부 주일학교 때는 정교회 학생들과 어떻게 인연이 닿아서 서로 방문하고 체육대회도 하고 합동 회의도 하고 그랬습니다. 저희가 정교회 성당에 찾아가면 거기 신부님(나이 많은 그리스 신부님이 계셨는데, 나중에 정교회 호주 관구 주교님이 되셨다고 하더군요. 보좌 신부님은 한국 신부님이셨는데, 성함은 기억이 잘 안납니다만 세례명은 다니엘이셨습니다)도 찾아뵙고, 또 저희 성당에서 회합을 하면 저희 본당 신부님이나 수녀님께서도 정교회 학생들을 반갑게 대해주셨습니다.

제 경우에는 타교파 친구들과 대화하면서(지금 생각해보면 유치했지만요) 제가 믿는 교리와 교회에 대해 더 잘 알려고 노력했던 것 같습니다.

사실 교회 분열은 먼 옛날 서구 사회에서 일어난 일이 지금껏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입니다. 어떻게 보면 원죄겠죠. 교황님께서도 "3천년기"라는 회칙을 통해서, 또 기회가 있을 때마다 타종교와 타교파에 대해 화해의 말씀을 전하고 계십니다.  물론 무지하기 때문에, 또는 악의적으로 우리 가톨릭을 비방하는 사람들에게는 올바르고 용감하게 우리의 믿음을 전해야겠습니다만, 서로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한 하느님, 같은 그리스도를 믿는 형제로 대하는 것이 하느님의 뜻에 어긋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1318님께 이 말씀을 전해드립니다.  "Ubi caritas, ibi Deus est."(사랑이 있는 곳, 그 곳에 하느님께서 계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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