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9일 (목)
(백) 부활 제6주간 목요일 너희가 근심하겠지만, 그러나 너희의 근심은 기쁨으로 바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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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믿음과 지식의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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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용학 [yhim] 쪽지 캡슐

1999-12-28 ㅣ No.605

†찬미 예수님

 

우리 게시판에는 천주교인외에도 많은 분들이 다녀 가시곤 합니다.

제가 아는 대로 답변해 드릴 수 있는 부분도 있지만 전혀 몰라서 못해 드리는 부분도 있습니다. 그 때는 저도 여러분의 도움을 받지요.

질문을 접할 때마다 느끼는 건데요, 제가 어릴 때 아주 감명깊게 읽었던 톨스토이의 ’민화’ 한 토막이 생각나서 제가 질문하고 또 답해드리는 것으로 양해를 구할까 합니다.

 

어느 외딴 섬에 은수자 한 분이 고행을 하며 예수님의 십자가 삶을 살고 있다는 소문이 가까운 육지를 방문한 주교님의 귀에 들어 갔다고 합니다. 아마 그 은수자의 설교와 삶이 이 마을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었던 모양이지요, 그날은 마침 주교님께서도 그 무인도를 방문하기로 하시어 배를 저어 그 은수자를 찾으셨습니다.

 

주교님께서 그 은수자를 축복하시고 믿음살이 잘하시라고 물론 격려의 말씀도 하셨겠지요.

그런데 정작 이 은수자는 "주님의 기도"도 모르는 무식쟁이 였다고 합니다.

그래서 주교님이 그래도 기도는 제대로 해야지 않겠나 하시며 주님의 기도를 가르치기 시작했는데요.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 를 외우다가 "오늘 저희에게 일용할 ....."에 이르러서는 처음 부분을 잊어버린다는 거예요, 아무리 주교님이 애를 써 봐도 주님의 기도 하나를 제대로 가르치지 못하셨답니다.

해가 서산으로 기울 때 쯤에서야 가까스로 주님의 기도를 한 번 했을까. 주교님은 더 이상 시간을 허비할 수 도 없고 갈길이 바빠 가르치기를 포기하시고는 실망만 가득안고 뱃머리를 돌려 그 섬을 떠나셨는데,

 

한 참을 지나 바다 한 가운데 쯤 이르렀을 때에 누가 주교님을 애타게 부르는 소리가 들리는 것이었습니다. 주교님은 귀를 의심하였지만 그 소리는 점점 가까이 들리는 것이었어요. 그래서 섬쪽을 향해 고개를 돌리는 순간 아까 그 은수자가 바다 위를 막 달려오면서 주교님을 부르는 것이었어요. 주교님은 깜짝 놀랐죠. 배 있는 곳으로 달려온 은수자는 주교님께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주교님 하늘에 계신 .. 그 다음이 뭐죠????"

 

오히려 주교님은 그 은수자앞에 무릎을 꿇으며 "제가 잘 못 알아 뵈었습니다. 제가 당신의 믿음을 배워야 할 처지입니다. 물위를 뛰어 오시는 당신의 믿음은 신학을 공부한 저도 따라갈 수 없습니다" 하시고 자신의 지식을 한탄하셨다고 합니다.

 

여러분의 믿음살이는 혹 어떠 하신지요?

하느님의 은총은 교리와 성서를 잘 알고 모르는 데 있지 않고, 어린아이와 같은 모습일 때 주님 보시고 좋아하시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여러분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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