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9일 (목)
(백) 부활 제6주간 목요일 너희가 근심하겠지만, 그러나 너희의 근심은 기쁨으로 바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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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Re 749] 고통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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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용학 [yhim] 쪽지 캡슐

2000-03-16 ㅣ No.752

† 그리스도 우리의 희망

 

답변을 드리기가 매우 조심스럽습니다.

더 좋은 견해를 가지신 분께서 답변해 주시기를 기대하며, 제가 보는 시각으로만 말씀드리겠습니다.

 

작년 겨울 미리내 성지에서 피정을 한 적이 있었는데, 겨울 산속 추위가 매서웠습니다.

새벽에 일어나 손발을 비벼가며 게쎄마니 동산에 올라가 아침기도와 묵주기도를 바쳤는데,

정말 고통스럽더군요. 그래도 찍 소리 못하고 주님의 말씀을 묵상하였습니다.

"나와 함께 단 한시간도 깨어 있을 수 없단 말이냐"(마태 26;40)

 

그런데 그건 아무것도 아니었습니다. 아침 강의가 끝나자마자 ’십자가의 길’ 기도가 이어졌는데 미리내 성지의 십사처도 꽤나 길지요? 그날 따라 준비해둔 십자가가 어찌나 큰지, 장정 두 사람이 매고 가기에도 좀 벅차더군요. 미리 순서를 정해 둔 것도 아니었습니다만 모두 한 번씩 그 십자가를 졌습니다.

 

그 때 언뜻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멀리할 수 없는 잔이라면 누군가 저 고통을 대신하지 않으면 안돼는 것이구나"

그리고는 다른 분이 그 십자가를 졌을 때 제 고통을 덜어 주셔서 고맙다는 생각과 함께 각 처마다 무릎을 꿇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예수님께서 우리를 대신하여 가신 이 십자가 길의 의미를 깨닫게 해 준 피정이었습니다.

이후에는 고통받는 이들을 보면서 주님의 숨결을 찾고자 노력하게 되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오묘한 섭리로 우리를 이끄시고 계십니다. 그 분의 고통중에 하느님께서 찾아 오셨을 수도 있겠고, 또 나눔을 통해서 하느님과 만날 수 있게 되셨는지도 모릅니다. 만약 제게 고통이 없었다면 제가 어찌 하느님께서 저와 함께 계신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겠습니까?

 

제가 확실히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그 고통이 처음부터 하느님의 뜻이었다면

세상으로부터 받는 모든 불이익을 하느님께서 갚아 주실 것입니다.

고통은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서 다른 것 같습니다.

 

주님의 평화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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