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1일 (토)
(백) 부활 제6주간 토요일 아버지께서는 너희를 사랑하신다. 너희가 나를 사랑하고 또 믿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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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추우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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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탁 [daegun011] 쪽지 캡슐

2001-06-02 ㅣ No.3636

           얼마나 추우셨나요?

 

1960년대 후반에 미국의 어느 은퇴한 기자의 가정에 입양된 한국인 아이가 있었습니다.

위로는 미국인 형 둘과 누이가 한 명 있었으며, 모두 공부도 잘하고 성실하게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아이는 달랐습니다.

말도 잘 듣고 공부도 열심히 하는 착한 아이였지만 나이가 점차 들엇가면서, 자기만 집안에서 유독 검은 머리고 피부도 노랗고 다르다는것을 깨닫기 시작하면서 빗나가기 시작하였습니다.

밤늦게까지 집에 돌아오지 않고 술도 자주 마시며 불량배와 어울리고 패싸움도 자주 하였습니다. 하지만 양부모, 특히 양아버지는 전혀 꾸중을 하지 않고 사랑으로 지켜보면서 아이가 돌아오기를 기도하였습니다.

어느 날 아이가 울면서 양아버지에게 말했습니다.

 

"왜 나는 이렇게 피부색도 다르고 머리색도 다르죠?  

왜 무책임하고 방탕한 남녀의 원치 않는 아이로 태어났는지 모르겠어요.

결국 머나먼 미국까지 와서 친구들에게 놀림과 따돌림만 닫으며 살고 있잖아요. 정말 원망스러워요. 살고 싶지 않아요."   

 

이 말을 들은 양아버지는 조용히 말했습니다.

"사랑하는 아들아, 너는 버려진 아이가 아니란다. 너무나도 훌륭하신 어머니의 아들이다. 너의 어머니는 자신의 생명을 버리면서 너를 구하셨단다."

 

 미국인 양아버지가 들려준 이야기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한국 동란 당시에 종군 기자로 근무하던 양아버지는 1.4후퇴 때에 차를 타고 서울을 떠나 대전으로 후퇴하던 중이었습니다.

아무 말없이 살이 에일듯한 칼바람을 뚫고 가는데 갑자기 옆에 타고 있던 운전병이 "어! 저게 뭐지?" 하면서 차를 세웠습니다.

길가에는 거의 옷을 벗은 여인의 시체가 쓰러져 있었습니다.

 

여인은 온 몸을 새우처럼 동그랗게 말아 마치 소중한 보물이 있는 듯 무엇인가를 끌어안고 있었습니다.

그 속에는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아이가 있었고 간신히 숨을 쉬고 있었습니다.

이 광경을 본 양아버지는 여인의 모성애에 너무나 감동하여 여인의 무덤을 만들어 주고 그 아이를 양자로 삼아 미국으로 데리고 온 것입니다.

 

이 이야기를 들은 아이는 아무말도 하지 않고 조용히 앉아 있다가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그 날 이후로 아이는 달라져습니다.

열심히 공부하여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흉부외과 의사가 되어 군의관으로 한국 근무를 자원하여 한국으로 왔습니다.

추운 겨울날 한국에 온 그는 양아버지에게 들은 어머니의 무덤을 찾아갔습니다. 그리고 어머니의 무덤 앞에 옷을 벗고 밤새도록 꿇어앉아 울면서 이렇게 속삭였습니다.

 

"어머니, 그 날은 이보다 더 추우셨지요? 어머니..."

 

                        정진석님/서울시강북구 수유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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