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0일 (금)
(백) 부활 제6주간 금요일 그 기쁨을 아무도 너희에게서 빼앗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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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962 고해성사] 읽고 느낀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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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용학 [yhim] 쪽지 캡슐

2000-11-06 ㅣ No.1009

 

†그리스도 우리의 평화

 

신부님 때문에 상처를 받으신 것 같아 안타깝네요

형제님에 비하면 전 참으로 운이 좋은 모양입니다.

저희 본당은 두 분 신부님께서 고해성사 만큼은 시도 때도 없이 어떤 경우나 청해도 거절하지 않으시고 최우선으로 처리해 주시는 참으로 다행한 신앙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주일날 고해성사를 청하는 신자수가 계속 늘어 가고 있다는 것을 참고로 말씀드립니다.

 

신자들과의 만남과 나눔 또한 사목활동에 중요하겠지만 단순한 신앙상담을 고해소에서 하는 경우가 아니고, 죄를 고백하며 주님의 자비를 구하는 고해성사 만큼은 신부님께서 소홀히 해서는 안되리라 생각됩니다.

덧붙여 형제님께서 하필 가장 바쁘실 때 성사를 청하게 되었을까 되돌아도 보시고 평일미사후에 청하시거나 아니면 주교좌 성당의 상설고백소를 이용하는 방법도 생각해 보시지요

 

형제님의 글을 읽으면서 작년에 저희 본당 게시판에 올렸던 글이 있어 위안으로 삼으시라고 옮겨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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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년전의 성탄절로 기억됩니다만 그해에도 몹시 바쁜 년말을 보내고 있었고 운도 없었던지 12/24 갑자기 지방을 다녀오게 되었습니다.

일을 끝내고 상경을 하는데 열차시간으로 봐서는 도저히 본당 미사에 참석할 수 없는 상황인지라 섭섭하지만 도중하차를 결심하고 대전에서 미사를 보기로 마음을 먹었죠.

그제서야 점심도 굶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식당을 찾아 들어갔는데 주인의 친절한 태도가 역시 교우분이었어요. 이왕 대전에 왔으니 그래도 아는 성당이 낫겠다 싶어 프란치스코회의 목동 성당을 안내 받은 시간이 밤 8시 쯤이었습니다.

 

성당으로 들어가는 순간 아뿔싸! 아직도 판공성사를 못봤네, 순간적으로 뇌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아픔과 내 믿음살이에 대한 반성이 가슴을 억누르더군요.

바쁘다는 것은 핑계이고 단지 게으름으로 오랫동안 고해성사를 보지 못한 것이었습니다.

 

한참을 묵상하고 난 다음 "두드려라 열리리라"는 말씀이 생각나서 신부님께 다짜고짜 고해성사를 청했죠, 아니나 다를까 예상대로 신부님의 눈이 휘둥그래지며 아니 "판공성사 끝난지가 벌써 4일쨉니다." 하시길래 사실 여기 본당 신자는 아니고 서울 사는 게으름뱅이 신잔데 성탄미사 보기 위해 여기 오게 됐다고 통사정을 했죠. 그래도 신자들의 교육상 안된다며 거절을 하시더라구요. 할 수 없이 제대앞에 무릎을 꿇고 참담한 처지의 묵상으로 긴 시간을 보낼 수 밖에 없었습니다.

 

한 참 후 어떤 사람이 내 어깨를 건드리며 밖에 신부님께서 찾으신다고 나가보라는 거예요, 왠일인가 하고 나갔더니 아까 고해성사 청했던 신부님께서 지금 고해소에서 성사를 주면 신자들과의 약속을 어기게 되는 것이니까 이대로 성모상을 돌면서 자연스럽게 성사를 보자고 하시더군요.

 

그렇게 정말 뜻밖에 고해성사도 보고 베품이 주는 귀한 기쁨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또 기쁨은 계속되었습니다.  이 날 미사 강론이 시작되자 신부님께서 하나의 제안을 하셨습니다. "오늘은 예수님 탄생이라는 기쁜 잔치에 초대받은 자리입니다. 빈 손으로 오신 주님처럼 우리도 오늘 모든 것을 깨끗이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합니다. 지난 1년동안 사제인 저도 신자 여러분께 용서를 청해야 할 일들이 수없이 많았고, 미쳐 감사를 드리지 못했던 일도 많았습니다. 여러분도 마찬가지일 거라고 생각됩니다.

 

그래서 오늘 강론을 대신하여 주님과 함께 한 이 시간에 주님앞에서 서로 용서해 주고 감사드리는 시간, 즉 화해와 나눔의 시간을 갖도록 합시다" 하시면서 제단을 내려 오셔서 모든 신자들의 손을 일일이 잡으시고 어떤 이들은 안아도 주시면서 참석한 모두가 그 동안의 쌓였던 인간적인 감정들을 털어 버릴 수 있도록 해 주셨습니다.

 

여기 저기서 미소와 웃음이 뒤따르다가 흐느낌으로 변해가면서 점점 엄숙한 자리가 되어갔습니다. 그렇게 이어진 성찬전례는 말 그대로 거룩함 밤이었습니다.

 

’화해와 용서’ 그것은 우리 인간들이 하느님께로 나아가는 기쁨과 은총의 발판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래서 저도 오늘 이 자리를 빌어 저로 인해 마음 상하신 모든 분께 정중히 사죄 드리고

아울러 제게 정신적으로 물질적으로 도움을 주신 모든 분께 감사를 드립니다.

 

새로운 천년을 앞둔 크리스마스!!!

여러분 모두에게 주님의 은총이 가득하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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