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0일 (금)
(백) 부활 제6주간 금요일 그 기쁨을 아무도 너희에게서 빼앗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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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아름다운 입맞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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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탁 [daegun011] 쪽지 캡슐

2001-06-01 ㅣ No.3626

         가장 아름다운 입맞춤

 

 

의사인 나는 이제 막 수술에서 회복된 어떤 여성 환자의 침상 옆에 서 있었다. 그녀는 수술 후에도 옆얼굴이 마비되어 입이 한쪽으로 돌아가 있었다.

 

그녀의 모습은 얼핏 보면 어릿광대 같아 보이기도 했다. 입의 근육을 움직이는 신경 한가닥이 절단되었기 때문이었다. 이제 그녀는 평생 그런 얼굴로 살아가야만 할 것이다.

 

하지만 그녀의 뺨에서 암세포가 번지고 있었기 때문에 나는 수술 도중에 어쩔 수 없이 신경 한 가닥을 절단해야만 했다.

 

그리고 신경을 잘라냈다는 것은 어떤 수술로도 복구할 수 없다는 것을 뜻하는 것이었다.  

 

그녀의 젊은 남편도 그녀를 내려다보며 옆에 서 있었다. 저녁 불빛 속에서 그들은 마치 내존재를 잊은 듯 열심히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생각했다. ’이들은 도대체 어떤 사람들이길래 비뚤어진 얼굴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이토록 서로에게 부드럽고 따뜻한 시선을 보낼 수 있는 것일까? 그게 가능한 일일까? 만약 내가 남편이라면, 아내가 저 위치라면 서로 마주보며 웃을 수 있을까?  

 

이윽고 그녀가 물었다. "제 입은 평생동안 이런 모습으로 있어야 하나요?"  "그렇습니다. 신경이 끊어졌기 때문이지요. 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아무 말이 없었다. 그때 그녀의 젊은 남편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난 그모습이 좋은데 뭘, 아주 귀여워 보인다구."  

 

그 순간 나는 그가 어떤 사람인가를 알았다.

 

그는 신과 같은 넉넉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었다.

 

나는 차마 그를 똑바로 쳐다볼 수 없어서 바닥에 시선을 떨구었다.

 

내가 다시 고개를 들었을 때 그 남자는 아내에게 입을 맞추기 위해 잔뜩 비뚤어진 입을 하고 있었다.

 

그녀에게 아직도 입맞춤이 가능하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나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입맞춤을 뒤로하고 병실을 빠져 나왔다.

 

이제 더 이상 내가 치료할 환자는 거기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서로를 치료하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들보다 더 건강한 사람을 만나본 적이 없다고 느꼈다. 그들은 비뚤어진 나의 마음까지 치료하는 진짜 의사들이었다.

 

 

 

                             최정수님/ 경기도 고양시 일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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