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6일 (목)
(백) 부활 제7주간 목요일 이들이 완전히 하나가 되게 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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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미사를 다녀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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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형 [umbrella] 쪽지 캡슐

2003-07-08 ㅣ No.54391

 새 사제의 첫 미사에 다녀왔습니다.

미사를 집전하면서 울먹이는 그 신부님의 모습을 보니 저도 코끝이 찡해집니다. “나도 저렇게 울먹이면서 첫 미사를 봉헌했던 적이 있었는데,,,,”

 

 새 사제에게 사제 생활 40년을 하신 대선배 신부님께서 당부의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런데 그 당부의 말씀이 사제 생활 13년을 하고 있는 저에게  가르침을 주는 것은 제가 그 선배 신부님의 당부 말씀대로 살지 못했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첫 번째 당부의 말씀은 “강론을 잘 하라.”는 말씀이셨습니다. 신부가 되어서 처음 2년은 강론을 잘 한다고 합니다. 신학교에서 10년을 공부했기 때문에 강론을 잘 할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그런데 3년이 지나면 이제 신학교에서 배운 것도 다 써먹었고, 그래서 강론을 잘 하기가 어려워진다고 합니다. 강론을 잘 하기 위해서는 공부를 열심히 하고 책을 꾸준히 읽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강론을 할 때는 지치고 힘든 교우들에게 하느님의 자비하심을, 하느님의 선하심을 알려 주라 하셨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절망에 빠진 사람에게 위로와 용기를 주시고, 하느님께서는 사랑이심을 알려 주라 하셨습니다.

 

 두 번째 당부는 “깨끗하게 살라.”는 말씀이셨습니다. 매일 목욕탕에 가서 씻으라는 말씀은 아니셨습니다. 눈이 깨끗해지고, 마음이 깨끗해지라는 말씀이셨습니다. 마태오 복음의 말씀처럼 “마음이 깨끗한 사람은 행복하다. 하느님을 뵈올 것이다.”라고 하시면서 특히 돈에 대해서 깨끗해지기를 당부하셨습니다. 다음은 이성에 대해서 깨끗해지기를 당부하셨습니다.

 

 세상 사람들은 돈을 벌기 위해서 죽기로 일을 하고 그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하셨습니다. 다만 그들에게 하느님의 자비와 사랑을 말하기 위해서는 돈을 초월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공과 사를 구분하고 재정을 투명하게 하라 하셨습니다.

 

 성욕이 있는 젊은이에게 이성에 대해서 깨끗 하라는 것은 ‘죽으라는 말’과 비슷하다하셨습니다. 그러나 김 대건 안드레아 신부님께서 순교하심으로써 신앙을 지켰듯이 순교하는 마음으로 이성에 대해서 깨끗하기를 당부하셨습니다.

 

 세 번째 당부는 “예의를 지켜라.”는 말씀이셨습니다. 한국 사회는 전통과 예의를 중시하는 사회라고 하셨습니다. 우리는 유교 문화를 바탕으로 살아왔다고 하셨습니다. 사제가 예의를 소중하게 여기지 않고, 예의를 지키지 못하면 그것은 사제이기 전에 사람의 도리를 못하는 것이라 하셨습니다. 특별히 선배 사제들, 신학교 신부님들, 만나는 교우들에게 예의를 다하라 하셨습니다.

 

 네 번째 당부는 “기도를 열심히 하라.”는 말씀이셨습니다. 40년간 사제 생활을 하면서 그래도 큰 무리 없이 지낼 수 있었던 것은 매일 기도하였기 때문이라고 하셨습니다.  인간으로서는 너무나 나약하고 부족하기 때문에 기도하지 않는 사제는 많은 유혹에 빠질 수밖에 없다고 하셨습니다.

 

 지난 13년을 돌아보면 강론 준비를 충실히 하지 못한 적이 많았습니다. 공부를 게을리 하였고, 책 읽는 시간을 소홀히 한 적이 많았습니다.

“한점 부끄러움 없이 돈과 이성에 깨끗하였는가?”라는 질문에 자신 있게 ‘예’라고 답하기가 어렵습니다.

만나는 사람들에게 예의를 다하지 못하였고, 섬기는 삶을 살지 못했습니다.

‘기도합시다.’라는 말은 많이 하였지만 정작 저 자신은 그렇게 많이 기도하지 못했습니다.

 

 오늘 새 신부님의 첫 미사를 다녀오면서 저 자신을 돌아 볼 수 있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합니다.

대 선배 신부님의 당부 말씀은 비단 새 사제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사제직을 수행하는 모든 신부님들에게 필요한 말씀이라 생각합니다.

 

 오늘 첫 미사를 집전하신 22분의 신부님들 하느님의 사랑 안에 건강하시고, 선배 신부님의 사랑이 듬뿍 담긴 당부의 말씀처럼 살아가시기를 바랍니다.  주님의 종으로서 함께 일하게 되신 새 신부님들 진심으로 환영하고 축하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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