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2일 (목)
(백) 성 아타나시오 주교 학자 기념일 너희 기쁨이 충만하도록 너희는 내 사랑 안에 머물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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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 제2주간 목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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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희 [corenelia] 쪽지 캡슐

2024-04-11 ㅣ No.171414

[부활 제2주간 목요일, 성 스타니슬라오 주교 순교자 기념] 요한 3,31-36 “땅에서 난 사람은 땅에 속하고 땅에 속한 것을 말하는데, 하늘에서 오시는 분은 모든 것 위에 계신다.“

 

 

 

 

문제의 옳고 그름을 가릴 때 ‘흑과 백’ 두가지 선택지 만으로 판단하는 것을 ‘흑백논리’라고 합니다. 상황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여러가지 방법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것이 옳으면 저것은 그르다’는 식의 극단적인 판단을 하는 겁니다. 그런 ‘모 아니면 도’ 식의 극단적인 사고방식은 현명한 판단을 하지 못하게 하고 공동체 내부에 심각한 분열과 갈등을 초래하기에, 우리 사회에서 ‘흑백논리’는 지양해야 할 안좋은 예로 여겨지고 있지요. 대신 대화와 절충을 통해 모두에게 이득이 될 수 있는 타협점을 찾는 것이 훨씬 바람직하다고 가르칩니다. 물론 그렇게 하는 것이 공동체 전체를 위해서 바람직한 일이기는 합니다. 그런데 그 타협점을 ‘물리적인 중간’에서 찾으려고 하면 약자가 피해를 입게 됩니다. 또한 ‘좋은게 좋은거’라는 식의 적당주의로 변질되면 사회 전체에 윤리 도덕적 해이를 가져오는 부작용을 낳기도 하지요.

 

신앙의 영역에서는 더 그렇습니다. 신앙의 영역에서 이도저도 아닌 애매한 중간에 자리잡는 것, 그 중간에서 불안불안한 ‘외줄타기’를 하는 것은 우리 구원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기에 그렇습니다. 우리는 신앙생활을 하면서 정직과 거짓, 충직과 불충, 순명과 불순명, 선과 악이라는 양자택일의 문제에서 하나를 선택해야만 합니다. 서로 대치되며 그 결과가 극명하게 갈리는 두 선택지 사이에서 이해타산을 따져가며 왔다갔다 할 수는 없는 겁니다. 그렇게 ‘양다리’를 걸치고 있다가는 선택의 때를 놓쳐 파멸에 이르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도 분명히 말씀하셨습니다. ‘어떤 종도 두 주인을 섬길 수 없다’고, 당신 편에 서지 않는 자는 흩어버리는 자라고.

 

신앙생활은 극단적으로 상반되는 두 길 중에 어느 한쪽을 골라야 하는 어려운 선택의 연속입니다. 그렇게 쌓인 선택들이 내가 갈 길을 결정하게 됩니다. ‘중도’니 ‘중용’이니 하는 소리에 흔들리면 안됩니다. 이 길 아니면 나에게 죽음 뿐이라는 결연한 의지를 가지고 하느님 뜻에 맞는 쪽을 적극적으로 선택해야 합니다. 그래야 구원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우리에게 하늘과 땅 중 한쪽을 선택하라고 하십니다. “하늘에서 오시는 분은 모든 것 위에 계신다”고 하십니다. 하느님은 하늘에 계시지 땅에는 계시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뭔가 이상합니다. 우리는 하느님께서 언제 어디서나 모든 것 안에 계실 수 있는 분이라고 배웠습니다. 그런데 하느님께서 ‘모든 것 위에’ 계신다고 하니 우리가 사는 이 세상과는 완전히 동떨어진 저 멀리 계시는 분처럼 느껴집니다.

 

그러나 이 말씀은 하느님께서 이 세상의 물질적이고 세속적인 것들과는 섞일 수 없는 거룩하고 완전하신 분이라는 뜻입니다. 그리고 우리도 그런 존재가 되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말로는 주님을 믿고 따른다고 하면서, 세상에 두 발을 단단히 고정하고 서서 하느님의 일과 사람의 일이, 주님의 뜻과 나의 뜻이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어떻게든 찾아보려고 애쓰는 우리에게 하시는 엄중한 권고의 말씀입니다. 세상과 하느님 사이에 양다리를 걸치고 서서 불안한 외줄타기를 계속하는 우리에게 내리시는 무서운 경고의 말씀입니다. 부활하신 주님을 믿는다면 땅이 아니라 하늘을 선택해야 합니다. 어둠이 아니라 빛을 선택해야 합니다. 단죄가 아니라 용서를 선택해야 합니다. 욕망이 아니라 순명을 선택해야 합니다. 순간의 선택이 평생을 좌우하듯, 지금의 선택이 영원을 좌우합니다.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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