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20일 (월)
(백) 교회의 어머니 복되신 동정 마리아 기념일(교육 주간) 이 사람이 어머니의 아들입니다. 이분이 네 어머니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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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묵상: 미인 아닌 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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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만연 [fisherpeter] 쪽지 캡슐

2024-05-07 ㅣ No.172214

 

오늘 한 교우님 사무실을 방문했습니다. 인쇄업을 하는 형제님이십니다. 직함이 있는데 그냥 형제님으로 하겠습니다. 사무실에서 담소를 나누는데 어떤 여성 손님이 한 분 들어오셨습니다. 맡겨놓은 인쇄물을 수령하려고 오신 모양이었습니다. 저와는 일면식이 없는 분이셨습니다. 들어오시자마자 저한테 인사를 하시는 것이었습니다. 형제님에게 인사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저와는 처음 뵙는 분이었는데 그분은 예의상 어떤 곳에 가면 특별히 관련은 없어도 자기가 방문하는 장소에 있는 분에게도 인사를 건네는 그런 분 같았습니다. 저에게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해서 저도 인사를 했습니다. 저는 오늘 이분을 잠시 뵈었는데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하루였습니다. 이분이 인사를 하는데 매력적인 게 있었습니다. 미소와 웃는 얼굴이 정말 매력적이었습니다. 인사를 건네실 때 그 표정이 잊혀지지 않습니다. 꽃에 비유하면 만개한 꽃 같았습니다. 제가 그분께 옆에 형제님이 계신데 형제님의 손님이었지만 덕담을 해드렸습니다. 미소가 아름답다고 했습니다. 

 

아가씨 정도의 연배였으면 그런 말도 조심이 됐을 건데 50대 후반 아니면 60대 초반 정도 되신 분 같았기 때문에 그 정도 덕담을 해드려도 크게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판단이 들었기 때문에 했던 것입니다. 그분도 제가 그런 덕담을 해드리니 그분 역시도 그 말씀에 또 다시 함박웃음을 지으시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오늘 생활묵상의 제목을 '미인 아닌 미인'이라고 했습니다. 이 말은 모순 같지만 모순은 아닙니다. 언어적으로는 '모순 형용'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처음 미인은 정말 미인을 말하는 미인이지만, 끝에 오는 미인은 원래는 미인은 아닌 것 같은데 실제로는 미인 같다는 그런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이게 무슨 뜻일까요?

 

인사를 하고 난 후에 그분의 얼굴을 봤습니다. 얼굴에 미소를 짓거나 웃을 때 얼굴의 잔근육이 굵직했습니다. 이건 흔히 우리가 주름이 생겨서 안 좋다고 하는 그런 주름이 아니었습니다. 웃거나 미소를 지을 때 생기는 얼굴의 잔근육이었습니다. 이런 근육이 얼굴에 굳어져 있는 분은 평소에 작은 미소만 지어도, 크게 웃지 않아도, 얼굴 전체 표정이 같이 움직여서 큰근육으로 얼굴 표정이 확장이 되는 원리입니다. 이런 근육이 형성되려면 평소에 아주 밝은 표정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인사를 하는 훈련이 많이 되어야 합니다. 그렇게 해야만 생길수 있는 얼굴 표정입니다. 종교를 떠나서 그분이 어떤 종교를 가지고 있는지는 잘 모르지만 우리가 한 번 생각해 볼 점이 있습니다. 불교에서는 이런 것을 두고 무재칠시 중 하나이지만 하느님의 말씀에 비추어봐도 이건 넓게 봐서는 훌륭한 선교이기도 하고 또 작은 선업을 쌓는 것도 됩니다. 힘든 사람이 있다면 그 순간만이라도 웃음을 같이 짓고 괴로움에서 잠시나마 벗어나게 해 주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대 데레사 성녀는 이런 것을 아주 훌륭한 '영적자선'이라고 했습니다.

 

나가실 때도 제가 해 드린 덕담 때문에 다시 한 번 더 인사를 밝게 해 주시고 가셨습니다. 마치 우리가 하늘에 쌓는 복도 이럴 것입니다. 이런 상황이 교우와 교우와의 관계라고 한번 생각해보면 조금은 이해가 될 수 있을 겁니다. 모든 사람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우리는 대체적으로 보면 교우들끼리 인사를 하는 문화가 무덤덤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10년을 한 성당을 다니면서 인사를 해도 멀뚱멀뚱하고 그냥 지나가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오늘 그분은 그런 인사를 생면부지의 사람에게도 하는데 우리는 자주 성당에서 뵈어도 그런 인사를 하는 경우는 좀처럼 드뭅니다. 그분과 잠시 몇 분도 채 되지 않았는데 그분이 저에게 남겨주신 여운은 향이라면 잔향이 지금도 발향이 되는 것 같습니다. 만약 그분이 천주교 신앙을 가진 분이라고 한다면 오늘 그분이 하신 모습은 우리가 흔히 하는 표현인 '그리스도의 향기'를 전하는 그리스도인이지 않을까 하는 묵상을 해봅니다. 정말 그 정도 연배에 그런 아름다운 미소를 보여주신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감사합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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