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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미인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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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우 세자요한 신부 [john1004] 쪽지 캡슐

1999-06-04 ㅣ No.114

■한국의 미인만들기

깎고 벗기고 …돈으로 만드는 미인

  

지난 4월30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소강당에서 미스 서울 선발대회가 열렸다. 1차 심사에서 선발된 스무명의 '미녀'들이 수영복과 인터뷰 심사를 받고 있는 동안 행사장 안팎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여기서 뽑히는 진선미 다섯명(미는 세명)이 5월23일 열리는 미스코리아 대회에 나가게 되는 것이다. 이를 지켜보는 참가자의 부모와 친구들은 초조한 표정으로 기도를 하거나 '채점'을 했다. 한 참가자의 어머니는 "막내딸이 대회준비를 하면서 더 성숙해지고 예뻐졌다. 여자는 가꿔야 한다"고 말했다.

 

사회자가 후보 수를 줄여갈 때마다 관객석에서는 환호가 터져나오거나 한숨이 새어나왔다. 일찌감치 탈락한 한 후보자는 허탈한 표정으로 옷가방을 들고 나서면서도 "다른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녀의 '다른 기회'란 진학이나 취직이 아니라 다른 미인 대회를 말하는 것이다.

 

미스코리아 대회를 일주일 앞둔 5월15일에는 한 여성문화단체 주최로 남성들과 임신부들도 출전하는 '안티 미스코리아 대회'가 열릴 예정이다. 미인대회의 위상에 대한 시비가 올해도 되풀이될 모양이지만 전에 비하면 미스코리아 대회 자체에 대한 관심은 많이 시들해졌다. 공중파 TV3사가 대회를 동시 중계하던 시절에 비하면 격세지감이 느껴질 정도다. 미스 서울 대회의 경우 참가자들만의 행사인 것은 물론이고, 수영복에 부풀린 머리, 짙은 화장을 하고 죽마같이 높은 굽에 번쩍거리는 구두를 신고 사람들 앞에서 왔다갔다하며 점수를 받는다는 형식 자체가 우스꽝스러운 풍경이 됐다. 조한혜정 교수(연세대)는 "지금같은 다양성의 사회에서 아직도 이분법적으로 예쁘다-안예쁘다를 정하는 것이 촌스럽게 느껴지지 않겠는가"고 말했다.

 

“미인은 자연에 가깝고 건강한 육체 소유자”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점점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아름다운 외모는 강박관념이 돼버렸다. 사람들은 대중스타의 얼굴 이미지를 '소비'하듯이 자신을 타인의 시선에 비친 이미지로 만들어 나간다. 이제 '마음만 예쁜 미인'이라는 말은 모순명제처럼 들린다. 몇년전 당선된 한 미스코리아는 "미인은 어디서나 특별한 사람"이라고 말한다. 아름다운 외모가 곧 밑천이자 재산이며 운명의 동아줄임을 알고 있는 것이다. 김정란교수(상지대)는 이를 "살아 있는 사람이 그림과 싸우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아름다움에 대한 욕망은 점점 더 처절하고 승산없는 싸움처럼 보인다.

 

화장품 업계 몸매 교정 제품 판매 열올려

 

달라진 것이 있다면 미에 대한 기준이다. 미스 월드 대회가 수영복 심사를 없앴다거나 호주가 2000년 이후 미인대회를 폐지한다는 것, 심지어 미스코리아 대회의 열기가 예전같지 않다는 것 등이 시대적 변화를 입증한다. 1920년 시작된 미스 월드 이후 지금까지 통용되고 있는, 남성의 눈에 복종하는 인공적이고 인형같은 얼굴이 더 이상 절대적인 미의 기준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새로운 미인은 어떤 모습일까. 후기 산업사회 사람들에게 이상적인 미란 '자연에 가깝고, 진실한 인간미와 건강한 육체'(도미니크 파케, '화장술의 역사')인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에서도 미인에 대한 개념이 빠르게 이런 기준에 접근해 가고 있다. 실제로 이를 감지한 화장품 업계는 '자연주의'를 내세우며 색조화장품보다는 피부를 근본적으로 보호하거나 몸매를 교정하는 제품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자연에 가까운' 미가 아무렇게나 방치한 배불뚝이 육체를 의미하는 것은 절대로 아니다. 그것은 단 한줌의 불필요한 살도 남아서는 안된다는 뜻이다. 건강한 피부와 밝은 표정을 동시에 가져야 한다는 것은 보통 사람들에게는 이승연의 눈, 최진실의 코, 김혜수의 입술을 만들어 넣는 것보다 더욱 더 '불가능한 작전'이다. 보통 여성들은 콜레스테롤과 방부제 범벅인 음식을 먹고 운동은커녕 걸어다니지도 않으며 쌓이는 스트레스를 먹거나 자는 것으로 풀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메이크업 아티스트 이경민씨는 "요즘은 눈에 쌍꺼풀이 없고 코가 작아도 동양적인 미가 있다고 한다. 대신 여성들이 정말로 정성을 쏟는 것이 몸이다. 여성들이 건강한 머리칼과 스킨 케어, 운동에 들이는 노력과 비용은 쌍꺼풀이나 코높이기 수술같은 것과는 비교가 안된다"고 말한다.

 

57년 처음 시작된 미스코리아의 경우에도 70년대에 갑자기 화장이 화려해졌다가 90년대 중반부터는 자연스러워진다. 대신 79년 당선자들의 체격이 평균 몸무개 50.5kg에 키 165.5cm이던 것이 89년 50.8kg에 170.4cm로, 98년에 51.3kg에 173.6cm로 급속히 야윈 몸매가 됐다. 강원경성형외과전문의는 "요즘은 얼굴이든 몸이든 무조건 갸름하게 해달라는 사람이 많아 안면윤곽술, 지방흡입술이 유행이다. 여기엔 의사들의 매스컴을 통한 터무니없는 선전도 크게 한몫 했다"고 꼬집었다.

 

자연주의 미인, 反자연주의 방식으로 창조

 

팔레스타인 전설에 따르면 여성들에게 몸치장을 가르친 아자젤은 천사와 악마라는 양면을 가지고 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아름다움이란 대다수의 사람들이 넘지 못할 기준만을 제시했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조선시대나 유럽의 바로크 시대에는 힘든 노동의 증거인 근육을 혐오하고 흰 피부에 통통한 여성이 인기였지만 지나치게 풍요로운 지금은 전세계적으로, 길다란 뼈대를 운동으로 다듬은 근육이 겨우 감싸고 있는 몸이 선망의 대상이다.

 

중요한 것은 이제 사람들이 아름다움이 '팔자'가 아니라 육체를 가꾸고 변형시켜서 얻을 수 있다고 믿게 됐다는 점이다. 그것은 물론 돈으로 가능하다. 돈도 근육을 잘라내고, 피부를 벗겨내고, 뼈를 깎아내는 과정에서 많이 들어갈수록 좋다. 말하자면 요즘의 아름다움이란 정확히 돈과 노력과 시간이 쌓아놓은, 야위었으나 단단한 육체인 것이다. 여기에 유호정의 매력적인 입술이나 고소영의 동그란 눈을 갖춘다면 더 바랄 나위가 없긴 하겠다. 이론적으로 현대적 아름다움이란 환경친화적인 자연스러움이지만 그것은 소수의 사람들에게 가장 반자연스런 방식으로만 주어진다는 얘기다.

 

결국 갈등은 '예쁜 여자들'과 '못생긴 페미니스트들' 사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이고 경제적인 차이와 차별에 있다. '개성'이라는 그럴 듯한 환상 뒤에서 획일적인 미의 개념을 강요하는 것은 다름아닌 자본이기 때문이다.

 

김민경 기자

 

 

춘향을 보면 ‘시대의 미인’이 보인다

여주인공 당대 최고 미녀 각광…99년판은 밋밋한 美?

 

1923년 당대의 유명한 기생 한룡이 등장한 '춘향전' 이후 만들어진 13편의 '춘향' 영화 중 흥행에 크게 성공한 것은 서너편에 불과하다. 그러나 문예봉(1935) -조미령(1955) -김지미(1961) -최은희(1961) -홍세미(1968) -문희(1971) -장미희(1976)까지 춘향의 계보에 오른 여배우들은 예외없이 당대 최고의 미녀로 각광받았다.

1961년 한국 영화사상 가장 떠들썩한 대결 중 하나였던 홍성기감독 김지미부부의 '춘향전'과 신상옥감독 최은희부부의 '성춘향' 대결에서 '성춘향'이 압승한 것을 들어 대중이 서구적 외모의 김지미보다 동양적인 최은희를 선택했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성형외과 의사들이나 영화관계자들은 "역대 춘향의 얼굴은 예외없이 서구적이었다"고 평한다. 서른이 넘어 춘향역을 맡은 여배우들은 두꺼운 쌍꺼풀과 높은 코, 서구적 턱선을 갖고 있었으며 화장도 어색할 정도로 짙었다. 특히 쌍꺼풀 수술을 한 춘향역의 여배우를 따라 여성들 사이에서 두꺼운 쌍꺼풀 수술이 유행하기도 했다.

 

역대 춘향이의 외모에 비하면 99년 '춘향뎐'의 주인공으로 발탁된 이효정(16)의 얼굴은 차라리 '밋밋하다'. 쌍꺼풀 없는 눈이 돋보이는 이양은 얼굴선도 전형적인 한국인이다(김재찬 교정전문의). 임권택감독은 "지적이면서도 섹시한, 하나로 정의하기 어려운 다양한 면이 엿보이는 얼굴"이라고 칭찬했다.

 

영화 '춘향전'은 일제시대와 한국전쟁후, 4·19직후, 그리고 군사정권시절 등 우리 근대사의 고비 때마다 제작됐다. 영화평론가 변재란씨는 "춘향은 어려울 때마다 등장해 한국인들의 마음을 추스려 주었다"고 말한다. 춘향의 얼굴은 당연히 그 시대 한국인들이 꿈꾸던 미의 이상이기도 했다. 그래서 과거의 춘향이들이 원숙하고 미국 지향적이었는지 모른다.

 

IMF하의 세기말, 새로운 춘향은 젊고 건강한(배우자신은 볼의 살이 불만이지만) 얼굴이다. 임권택감독의 선택에 대한 평가는 2000년 설 무렵에 내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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