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5일 (수)
(백) 부활 제7주간 수요일 이들도 우리처럼 하나가 되게 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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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기경님이 그런 멋장이일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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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선 [peterpan65] 쪽지 캡슐

2001-04-28 ㅣ No.19939

 어제들 보셨나요?

 

도올선생과 김수환 추기경님의 대담을...

 

전 조금 보다가 자야겠다 마음먹고 일단 채널을 고정시켰었는데 왠걸요? 새벽까지 1, 2부 끝까지 다보고 또 그것도 모자라 그 감흥에 젖어 잠을 설쳐가며 마음속으로 복기까지 했습니다.

 

그 옆방송에서는 직장내 성희롱에 대한 특별 드라마까지 방영을 하여서 그것도 보고 싶었지만 추기경님의 멋진 멘트에 그만 리모콘을 저쪽으로 휙밀어 던져버리고 채널을 고정하고 말았습니다.

 

그 모든 말씀을 이곳에 다 옮겨 적진 못하지만 제가 느낀 감정은 이래요.

 

일단 도올은 처음에 김수환 추기경님을 초대하여서 한번 논어의 철학으로 오로지 하느님만을 찾는 종교의 한 수장을 설변으로써 눌러보자라는 짜릿함을 기대한 눈치였더군요.

 

저만이 느낀건가요? 간간이 알듯모를듯한 야릇한 비웃음도 보이고 고사성어 섞어가며 한번 곤혹스럽게 만들어보잔 눈초리가 언뜻 보이더군요.

 

그런데 이게 왠일입니까?

 

도올은 완전히 허를 찔렸지요. 아니 허를 찔린건 고사하고 점점 추기경님의 말씀에 탄복의 시선으로 바뀌더니 급기야는 손수건으로 눈물을 찍기까지 하더군요.

 

그리고 못내 놀라운 눈치로 그가 말하는 기독교란 종교철학을 다시 보게끔 만들지 않았나 싶습니다.

 

오늘 들린 후문에 의할것 같으면 도올이 그날 추기경님과의 대담을 마치고 가진 회식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답니다.

 

"추기경님의 말씀은 한마디로 혁명이었다!"

 

이 대사 한마디가 모든것을 대변해주지 않나 싶습니다.

 

하느님의 말씀을 전하였지만 추기경님께서는 편협한 철학관을 비치시지 않으시고 유, 불, 선의 사상까지도 수용하시면서 우리들에게 인간의 존엄성을 설파하셨습니다.

 

또, 추기경님께서 난 그렇게 유머스러운분인줄은 어제 처음 알았습니다.

 

유머라는것이 그렇습니다.

 

유머는 확고한 철학의 뒷받침없이는 절대 흉내낼 수 없는 고도의 사상입니다.

 

마음의 여유가 없는자는 유머를 즐길줄 모릅니다.

 

그러나 유머라고해서 아무 말장난이나 다 유머는 아닙니다.

 

어제 추기경님의 유머는 품위있는 유머였습니다.

 

어설픈 유머는 오히려 안하니만 못한거 아니겠습니까?

 

어제 저도 그 품위있는 유머를 대하면서 몇번씩 파안대소를 하였습니다.

 

가장 하이라이트는 도올이 추기경님께 고해성사를 하는 심정으로 묻겠습니다. 하며 한 질문 기억나십니까?

 

그 질문끝에 추기경님의 대답은 정말 감탄이 나올만한 멋진 철학이요, 유머였습니다.

 

"추기경님 저는 이세상을 살아오면서 지금 많은 사람들의 질시와 박해를 받고 무척 괴로와 하고 있습니다. 헌데 종교인들은 오로지 하느님만이 해결하신다며 이러한 문제를 정면에 대두시키질않고 언제나처럼 뒤로 돌리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과연 이러한점이 바람직한 일입니까?" 라고 다소 곤혹스러운 질문을 올렸지요.

 

그때 추기경님의 걸작에 가까운 대답으로 방청객들의 우레와 같은 박수를 받으셨지요.

 

"그 대답은 논어에 나와 있지 않습니까?"하시면서 충(忠), 서(恕)를 예로 들으며 오히려 공자님 말씀으로 도올에게 감명을 주는 대목에서 아무리 목석같은 사람이라 할지라도 어찌 박수가 안나올수 있었겠습니까?

 

하시면서 도올의 나이가 지천명은 지났고 이제 이순이 안되었으니 이순이 되면 해결이 되리라는 도올 자신의 저서를 들먹이시며 아직 어려서 그렇다라는 그 멋진 유머와 철학에 저역시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저는 어제 그프로를 보면서 비록 껍데기는 김수환 추기경님의 모습이었지만 예수님이 그 껍데기를 잠시 빌려 우리에게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했다는 생각을 지울수가 없더군요.

 

끝으로 도올의 질문에 이런 말씀이 계셨었습니다.

 

"불교를 믿든 어느 종교를 믿든 양심에 따른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하느님께서 사랑하신다." 라는 말씀을 잊지 않으셨습니다.

 

바로 이대목에서 도올은 추기경님을 더욱 존경하게 되었다고 후에 밝히더군요.

 

그간 도올은 하느님을 믿는자들은 오로지 하느님만 찾는 편협한 가치관을 지닌 사람들이라고 생각한 모양입니다. 하긴, 개신교분들땜에 저희가 덤태기로 넘어가는 일은 종종 있습니다.(이번 대담을 보고 개신교분들이 올린 비난을 읽어보니...참! 불쌍한 사람들이란 생각을 감출수가 없더군요. 우리 개신교분들을 위해서 기도 해줍시다.)

 

허나 어제로 적어도 가톨릭만큼은 그것이 아님을 도올은 느꼈다고 합니다.

 

여러분 어제 비록 예수 그리스도가 직접 나오신것은 분명 아닙니다만 그분이 함께 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공상이라고 생각되십니까?

 

저는 어제 어쩌면 처음으로 예수 그리스도의 설법을 직접 들은것 같은 느낌을 강력히 받았습니다.

 

예수그리스도께서도 유머 하나만큼은 정말 멋지게 구사하신다는 사실에 왠지 그분께 더욱 친근하게 다가서는 감정을 숨길수가 없습니다.

 

옛날 예수께서 산상설교를 하실때 왜? 그 많은 군중들이 일개 시골 청년의 연설에 그리 많이 꼬여들었는지 이제야 이유를 알것도 같습니다.

 

비록 어제 잠이 모자라 다소 피곤은해도 정말 정말 마음만은 무척이나 건강해지고 밝아짐을 느끼고 그것은 비단 저만이 느끼는 감정이 아닐거라 생각됩니다.

 

이상, 어제 그 프로를 보고 피터팬이 느낀 감상문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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