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5일 (수)
(백) 부활 제7주간 수요일 이들도 우리처럼 하나가 되게 해 주십시오.

자유게시판

백 신부님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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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영진 [keumuek7] 쪽지 캡슐

2000-12-20 ㅣ No.15802

안녕하지 못하시지요? 신부님.

우리를 늘 사랑해 주시고, 또 우리가 가장 사랑하는 그 분의 집이 바로 눈앞에서 누군가로

부터 철저히 유린당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가슴아파하고 계실 신부님을 생각하니 저도 마음이 아픕니다. 실은 저도 어제 명동성당에 들렀다가 지하성당에 가서 간신히 기도만 하고 빠져 나왔습니다.

80년대 후반에 저도 명동성당에서 농성하며 밤을 새워 본 적이 있지만, ’내가 살기 위해 남을 죽이는’ 그런 시위문화는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남을 살리기 위해 나를 죽이는’ 시위를 하면서도 행여나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게 되지나 않을까 조심스러웠던 젊은날의 기억을 갖고 있는 386세대의 한사람으로서, 지금의 상황이 속상하고 답답하기만 합니다.

신부님! 지금 저는 마음의 혼란을 느끼고 있습니다. 우리들의 아버지의 집이 지금 더럽혀지고 있는데도 저는 그저 바라만 보며 발만 동동 구를 뿐입니다. 예수님께서 아버지의 성전을 더럽히는 환전상들을 내쫓으셨듯이 우리도 그들을 내쫓는게 옳은 것인지, 아니면 침묵의 하느님께서 그들에게 주고 계시는 용서를 그 사람들이 깨닫기를 무작정 기다리는게 옳은지 말입니다. 하지만 당장 자신이 사는 것이 이 세상 그무엇보다도 중요한 최고가치가 되어 버린 그 사람들이 하느님의 용서를 곧 깨닫고 참회할 것 같지도 않아 보입니다.

신부님! 이럴때 저는 제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게 옳은지 아주 혼란스러워집니다. 주님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조차 모르는 저는 정말 못난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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