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5일 (수)
(백) 부활 제7주간 수요일 이들도 우리처럼 하나가 되게 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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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히 한마디 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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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형 [umbrella] 쪽지 캡슐

2002-05-02 ㅣ No.32691

 후배 신부님들과 만나면서 이런 이야길 한 적이 있습니다.

건강을 위해서 운동이 필요합니다.

그래도 결국 나를 지탱해주는 것은 기도입니다.

그리고 하루하루를 긍정적으로 기쁘게 사는 것이 필요합니다.

 

 너무도 부족한 삶이라 기도하는 삶이 더욱 필요하다 생각되었습니다.

그래서 매주 신학교에 기도모임을 다녀옵니다.

그 기도 모임에서 카다란 힘을 얻고 있습니다.

 

 지난주에는 두 가지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하나는 "갈망"이었습니다.

제가 매주 서울 신학교에 가는 것은 기도에 대한 갈망이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제가 있는 이곳 시골에 매주 오시는 분도 계십니다. 그분도 기도에 대한 갈망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분과  제가 함께 느끼는 것이 있습니다.

 

 오고 가는 시간이 꽤 길지만 그 가고 오는 시간 동안 삶을 돌아보게 됩니다. 그러면 그 가는 길에서 정화되는 저 자신을 발견합니다.

한때는 제가 있는 성당으로 먼길을 오시는 분이 저 때문에 오시는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그분은 저와는 2년 동안 한번도 대화를 나눈 적이 없습니다. 하지만 그분은 저와 대화를 나누지 않아도 이미 하느님을 만나고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신학교에 가는 동안 이미 저 자신을 많이 돌아봅니다.

중요한 것은 하느님을 만나고자 하는 "갈망"이었습니다.

 

 마치 엠마오로 가는 길에서 제자들이 주님을 만나고 주님을 만나며 뜨거운 감동을 느꼈던 것처럼 주님께 대한 갈망이 있다면 그 가는 길에 주님은 늘 그렇게 함께 하심을 느낍니다.

 

 두번째는 "관대함"이었습니다.

나는 오늘 아침해가 뜰 수 있도록  할 수 있었던 것이 하나도 없었지만 하느님께서는 오늘도 아침해를 나에게 보여 주셨습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셨던 것처럼 나는 하느님께 많은 빚을 졌지만 탕감해 주셨습니다. 그런데 나는 나에게 작은 빚을 진 형제에게 탓을 하고, 구박을 하곤 합니다.

 

 관대함이란, 나를 여유 있게 하고, 내가 가진 것을 버릴 수 있게 하고, 남의 이야기에 귀기울일 수 있게 하고, 용서할 수 있게 합니다.

 

 요즘 가정 방문을 다니고 있습니다.

어느 날 아침에 심각한 병인 줄 알게 되었던 분, 그러나 하루하루를 감사하면서 지내는 분을 만났습니다.

일찍 세상을 떠나신 남편 때문에 어린 자녀를 키우시느라 많은 고생을 하신 자매님도 만났습니다.

남편이 아직 신앙 생활을 하지 않기 때문에 조심조심 성당에 오시는 분도 만났습니다.

 

 그런가 하면 아버지에 대한 미운 감정 때문에 성당이 가까이 있지만 그 미움 때문에 신앙 생활을 기쁘게 하지 못하는 분도 만났습니다.

평양에서 월남하셔서 숱한 고생을 하시고, 이제 겨우 자리를 잡았지만 몸은 이미 치매가 오신 할아버지도 만났습니다.

며느리 때문에, 이루 말 할 수 없는 고생을 하시는 시어머니도 만났습니다.  

 

 신앙은 책상에서 무슨 기획 안을 만드는 것처럼 이루어지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신앙은 도시 계획 도로처럼 그렇게 쉽게 만들어지는 것도 아닐 것입니다.  신앙은 무슨 시청률처럼 그렇게 오르고 내리는 것도 아닐 것입니다. 신앙은 신문에서 쓰는 사설처럼 그렇게 정의 내리고 판단하는 것도 아닐 것입니다.

 

 감히 말씀을 드린다면....

신앙은 하느님의 계명을 지키는 것이겠지요....

신앙은 하느님의 사랑을 몸으로 실천하는 것이겠지요.....

신앙은 꼭 시비를 가리는 것은 아니리라 생각합니다. 시비를 가리는 분은 이미 계시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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