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5일 (수)
(백) 부활 제7주간 수요일 이들도 우리처럼 하나가 되게 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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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부님 사랑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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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미 [flower01] 쪽지 캡슐

2003-07-01 ㅣ No.54169

 

    꽃집으로 초대합니다.  

 

 

 

영세하기 전의 일입니다.

 

서울교구 목동본당이 신축 중이었으므로 사제관이 우리 아파트, 그것도 우리집 바로 옆에 있었습니다.

 

때문에 신부님과 부딪치는 일이 자주 있곤 했는데 아직 천주교를 알지 못하는 시기였음에도 불구하고 신부님만 뵈면 그저 머리를 공손히 조아리며 인사를 드렸고,

우편함의 여러 배달물들을 꺼내다 몰래 우유투입구에 넣어드리곤 하였습니다.

 

그것도 까치발을 들고 말입니다.

 

개구쟁이였던 제가 사제관 앞에서는 조용히 해야 된다는 생각을 어떻게 했는지 지금 생각해 보니 어린 내가 기특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정말 그런데.

 

이런 나에게 예수님이 손을 내밀어 주셨습니다.

 

주일미사 신부님의 강론 중에 미신자인 내가 주인공으로 까치발과 함께 가끔 등장한다는 사실을 얼마 후에 주위분들로부터 전해 듣게 되었고 곧바로 많은 사랑과 관심 속에 예수님의 자녀가 되었던 것입니다.

 

한번은 발목을 삐어서 몹시 힘들었는데도 꾹 참고 미사를 보고 오던 중 어느새 신부님이 내 곁에 다가오셔서 같이 걷고 계셨습니다.

 

아, 그 기쁨! 나는 그때 ’예수님은 언제나 이렇게 신부님처럼 조용히 다가오시는구나.’ 라고 느끼게 되었고 ’내가 생각했던 대로 예수님이 바로 신부님이구나.’ 라며 혼자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습니다.

 

그 후 초등학교 2학년 때 지금의 우리 성당으로 전입하며 춥고 더운 마당미사에서부터 시멘트가루 펄펄 날리는 지하성당에서 주일학교를 보내며 지금의 이 자랑스럽고 아름다운 성당과 함께 내 마음속의 희망도 점점 자라고 있었습니다.

 

마냥 부럽기만 하던 복사봉헌을 시작하며 신부님, 수녀님들을 더 가까이에서 뵐 수 있다는 사실 또한 큰 감동이었고 기쁨이었습니다.

 

어머니는 간절한 지향이 있을 때마다 신부님의 제의에 손댈 때 대신 꼭 빌어달라고 부탁하셨는데 그럴 때는 어머니가 성서말씀 중의 하혈하는 여인과도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그 간절함이 정말 우리에게도 이루어졌다는 사실. 얼마 후 아버지께서 영세를 받으시고 우리와 함께 신앙생활을 열심히 하고 계십니다.

 

또한 ’잠탱이’라 불리던 내가 엄마랑 같이 가지 못할 때는 5시에 벌떡 일어나 준비하고 깜깜한 새벽길을 가르며 혼자서도 미사를 용감하게 잘도 다녔습니다. 한 달 동안 한 번도 거르지 않고 다닐 때도 있었습니다. 과연 나 혼자였다면 어디서 그런 힘이 났을까. 아, 나의 예수님! ^-^

 

 

 

 

그러나 내가 늘 이렇게 착하기만 했다면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못박혀 돌아가실 일이 없으셨겠지요.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엉뚱하고 철없는 일로 부모님을 속상하게 해 드리질 않나(어머니께서는 하도 속상해서 심장마비로 죽을 것 같다고까지 하셨습니다) 하지 말라는 일은 다 해 보고 싶고 또 그리했고,

 

게으른 기도생활, 의무없이 권리만 주장하던 지혜롭지 못했던 행동들, 예수님 보시기에 한없이 슬퍼하셨을 나의 거짓말들, 고치겠다고 수없이 약속하면서도 그러지 못했던 악습들, 정말 마귀에게 사정없이 흔들리고 채인 듯한 그 좌절감 그리고 부끄러움. 그런 중에도 어찌 신부님이 되겠다는 생각은 한 번도 버리질 않았는지….

 

이런 나에게 신부님, 수녀님의 격려와 기도는 차츰 마음의 안정을 찾는 데 많은 도움을 주셨고 성당에 조용히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나는 알 수 없는 위로와 힘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여러 신부님, 수녀님들과 만나고 헤어지면서 그분들은 한결같이 나에게 파이팅을 외쳐 주고 가시며 신부님이 되어서 기쁘게 만나자고 하셨습니다. 약속 또한 당연히 그러리라고 해 드렸습니다.

 

 

초등복사에서부터 고등부 예신에 이르며 신학교 견학도 가고 교구에도 다니며 요즈음 더 많은 것들을 알게 되었습니다.

 

10년이나 걸려야 신부님이 된다는, 바른생활 사나이(?)가 되어야 한다는, 일상의 즐거움들(?)도 예수님께 봉헌해야 된다는 사실들이 몹시 걱정스럽고 마음 또한 흔들리기도 했습니다.

  

 

의인보다 죄인을 부르러 오신다는 예수님.

 

지난 잘못을 탓하지 않으시는 예수님.

 

나에게 언제나 조용히 다가와 계시는 예수님.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저는 저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잘 압니다. 그러기에 저의 간절한 희망을 이루려고 노력할 것입니다.

 

복사생활을 하면서 가까이에서 뵙는 신부님의 거룩함과 엄숙함이 참으로 존경스럽고 그 어떤 것과도 비길 수 없는 명예로움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가끔 집에서 가족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 우리 큰 신부님은 다시 태어나셔도 역시 신부님이 가장 어울리실 거라고 얘기합니다.

 

저도 그런 신부님이 되고 싶습니다.

 

만오천 신자를 품어 안을 수 있는 너른 가슴을 지닌, 모두들 알 수 없는 향의 카리스마라고 얘기한다지요.

 

저도 그런 신부님이 되고 싶습니다.

 

예수님 사랑합니다!

 

당신이 그러셨던 것처럼 저도 이 한목숨 바쳐 당신을 사랑하고 따를 것입니다.

 

 

 

♧ 오준규 그라토 예비신학생의 신앙 고백적 글입니다.

 

좋은 신부님 되시도록 기도 함께 해주세요.

 

행복한 하루 되시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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