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6일 (목)
(백) 부활 제7주간 목요일 이들이 완전히 하나가 되게 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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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이 부자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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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승연 [communion] 쪽지 캡슐

2002-11-26 ㅣ No.44184

아무래도 저희 지도 신부님은 가난하신 것 같습니다.

가난하신 게 분명한데 늘 큰소리를 땅땅 치십니다.

- 야! 후배들 데리고 내 방에 자주 좀 놀러와, 내가 맛있는 거 줄께.

 

그래서 저번엔 신부님 사무실에 정말 놀러갔습니다.

그런데 신부님께선 마침 바쁘신 것 같더군요.

자리에 뻘춤히 앉아 있는데.. 신부님께서 그러셨습니다.

- 내가 지금 일이 있거든. 앉아서 잠깐만 기다릴래? 알아서 먹을 것 찾아 먹고 있어.

그리고 황급히 나가셨습니다.

 

전 주위를 둘레둘레하며 먹을 것을 찾았죠.

아무리 찾아도 맛있는 것은 없더군요..

겨우 조그만 바구니에 사탕, 과자 나부랭이(?)가 몇개 있는 것을 찾았습니다.

하는 수 없이 그거라도 까먹고 앉아 있는데..

잠시 후 신부님께서 오셨지요.

 

- 신부님. 저기 냉장고 위에 있는 사탕 먹었어요.

웃으면서 말하는 저를 묘한 표정으로 쳐다보시던 신부님께서 하시는 말씀..

- 어.. 그거 일년 넘은 건데..

- ??!! #$#(*&^&%%&...

 

함초롬히 앉아 있는 저희에게 신부님께서 차를 권하시더군요.

- 차 마실래? 무슨 차 줄까?

- 그냥 커피 주세요..

- 음.. 가만 있어 봐라.. 그럼, 고급 커피 줄까?

- 고급 커피면 더 좋죠.. 헤헤헤..

 

그러자 갑자기 신부님께서 뛰어나가시더군요.

잠시 후 돌아오신 신부님께 저희가 여쭤봤습니다.

- 신부님! 어디 갔다 오셨어요?

- 음.. 부주임신부님 방에 커피 내리는 기계 있거든. 그거 켜놓고 왔지.. 그 커피 향이 아주 좋아..

 

그리고 잠시 후 신부님께서는 다시 뛰어나가셨습니다.

돌아오신 신부님 손에는 커피가 가득 담긴 커피 포트가 들려 있었죠.

- 자자.. 마셔 봐라..

그리고 그 커피 메이커가 마치 신부님 것이기라도 한듯 자랑을 늘어놓으십니다.

- 이 커피 향이 아주 좋지? 정작 부주임 신부님보단 내가 더 많이 마시는 것 같아..

 

그 커피 메이커.. 그다지 비싼 것 같지도 않은데..

꾸어 드시면서도 무척 흡족해 하시는 그 표정.. 참 눈물이 날 정도입니다.

저희는 황송해서 안절부절 못 했죠.

 

이런 지경이니.. 도저히 신부님께 맛있는 걸 사달라고 조를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도 신부님은 틈나는 대로 공수표를 남발하십니다.

- 피정 갈 때 본당 예산가지고 모자라면 나한테 지원해달라고 말해.. 내가 그런 거 하나 못 해주겠냐.

그 뿐만 아니라 단복이 너무 낡았다고 투덜거리면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 내가 좋은 옷감으로 맞춰줄까?

아무리 봐도 그다지 주머니 사정이 좋으신 것 같지 않은데 말입니다.

 

저희가 "신부님.. 괜찮아요.." 라고 말씀드리면 신부님께선 웃으시면서 그러십니다.

- 왜.. 내가 다른 데 가서 돈 많이 벌어올께.  

그 말씀을 듣고.. 갑자기 아이디어가 떠올랐습니다.

- 신부님. 그러실 게 아니라요.. 좋은 생각이 있어요!

- 그게 뭔데..?

 

그 좋은 생각이라 함은..

바로 벼룩시장에 광고를 내는 겁니다.

이름하여 [미사 집전 알선] 광고!!

* 장례미사나 혼배미사 환영.

* 서울 시내 어느 곳이나 1시간 내에 도착.

* 월요일은 지방 출장 가능.

* 10회 미사 집전시 1회 무료.

* 우수 고객 특별 우대.

* 정해진 수수료 이외의 비용 청구 일절 없음.

 

- 신부님.. 그렇게 신청을 받아서요. 미사는 신부님께서 하시고 해설은 저희가 하는 거예요. 수입은 7:3 으로 배분하구요. 저희가 7, 신부님께서 3.

그러자 신부님께서 다소 굳은 표정으로 그러시더군요.

- 그러니까 너희가 지금 나를 앵벌이 시키겠다는 거로구나..

 

대번에 찔끔했습니다.

너무 버릇없었나.. 그냥 웃으시라고 드린 말씀인데..

곧이어 신부님께서 심각한 어조로 말씀하시더군요.

- 그게 말이 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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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너희가 7 이고 내가 3 이야? 6:4 라면 몰라도..

 

순간 긴장했던 분위기는 일시에 웃음 도가니로 바뀌었습니다.

그제서야 신부님께서도 큰 소리로 막 웃으십니다.

 

이제 날씨가 초겨울로 접어들었는데..

신부님께서는 얇은 가을 점퍼를 입고 다니십니다.

일년에 절반은 그 옷을 입고 다니시는 것 같습니다.

춥지 않으시냐는 말씀에 빙그레 웃으시며 말씀하십니다.

- 시련은 인내를 가져다 주지.

 

그리고 4년이 넘었다는 무전기만한 휴대전화를 아직도 가지고 다니십니다.

휴대전화가 너무 구닥다리라고 말씀드리면 대수롭지 않게 말씀하시죠.

- 음.. 살 때는 정말 예뻤어. 내가 물건에 한번 정이 들면 버리지를 못하거든.. 근데 이 밧데리 살 수 있을까? 이젠 단종됐겠지?

 

그런 신부님께 또 한번 마음에도 없는 실없는 말씀을 드립니다.

- 신부님. 저는요. 영적 꽃다발보단 물적 돈다발이 더 좋아요. 신부님은 안 그러세요?

- 하하하.. 뭐라고..? 어쩜 너는 그렇게 너같은 말만 하냐..

 

물론 농담으로 드린 말씀이지만..

가끔은 신부님께서 부자셨으면 좋겠습니다.

이미 마음은 부자이신 것 같지만요.

 

오늘은 해괴한 기도를 해봅니다.

오오.. 주님.. 저희에게 벼락을 내려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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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벼락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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