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6일 (목)
(백) 부활 제7주간 목요일 이들이 완전히 하나가 되게 해 주십시오.

자유게시판

가톨릭의료원 노조원들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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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식 [vicelino] 쪽지 캡슐

2002-10-30 ㅣ No.42108

게시판을 지켜보면서 하고픈 말이 있었으나, 제가 나설 자리가 아니라는 생각을 하면서 한걸음 물러서서 지켜만 봤습니다. 그렇지만 농성노조원의 고통과 희생이 날이 갈수록 더해만 가고 있지만,  성모노조의 파업사태는 해결의 실마리조차 찾지 못하고 있어서 안타까운 마음에 좀 더 진지하게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글을 시작하는 지금 이 순간에도 당사자도 아닌 제가 한마디 하는 것이 어려운 처지에 처한 노조원들에게 혹시 상처가 되지는 않을까 염려가 됩니다. 물론 파업사태와 직간접적으로 관련되어서 지금도 마음 아프실 신부님 수녀님들께도 미련한 제가 혹 누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또 제가 드리는 말씀이 아무런 소용이 없으리란 생각을 하면서도 한 말씀 드리게 되었습니다. 지요하님께서 가톨릭교회에게 주로 말씀을 하셨으니 전 주로 노조원들께 말씀드리겠습니다.(전 지요하님의 풍부하고 간곡한 글이 거룩한 가톨릭교회가 조금이라도 노여움을 누그러뜨리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합니다.)        

 

제가 명동성당의 농성을 심각한 눈으로 지켜보게 된 것은 지난 2000년 12월에 있었던 한국통신노조의 농성이었습니다. 적게는 5,000명 많게는 15,000명의 엄청난 인원이 명동성당 구내를 빼곡히 채우면서 유난히 추웠던 그 겨울에 5일동안 밤낮으로 이어졌던 농성이었습니다. 전 그 때 잠도 없고 할 일 없는 백수냐는 얘기까지 들으면서 새벽녘까지 한통노조파업게시판까지도 쫒아다니면서 노동운동 진영에 대하여 여러번에 걸쳐서 싫은 소리를 한 바 있습니다. 저로서는 노동운동에 대해 처음으로 비판적인 소리를 한 것이었습니다. 물론 아무런 반향도 없었고 가끔 교묘하게 탄압하는 권력의 주구가 아닌가 하는 소리까지 들었습니다. 그렇지만 2년전 한통노조의 잘못이 지금의 성모노조원들의 고통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으며, 그 당시에도 노출되었던 노동운동 진영의 잘못된 투쟁방식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당시의 한통노조가 저지른 잘못을 되짚어 보는 것이 성모노조의 파업사태를 냉정히 돌아보는 데 필요한 일이라는 생각입니다.

당시 한통노조원들은 농성대오를 유지하기 위해서 복면을 쓰고(물론 당국의 사진 채증에 대응할 목적이었겠지요.) 각목으로 무장한 규찰대가 주로 조합원 쪽을 감시했습니다. 철야농성에 지친 노조원들이 이탈하려하자 폭력을 휘두르고 이를 말리는 신부님까지 폭행했으며, 상당수의 노조원들이 성직자들과 교구청의 직원에게 공포를 호소하면서 탈출의 손을 내밀었던 일이 있었습니다. 이런 불미스런 일은 투쟁의 대오를 유지하기 위해 발생한 사소한 일로 치부되었습니다. 한편 농성노조원들은 불의에 맞서 큰일을 하는 자기들에게 명동성당은 당연히 편의를 제공해야 마땅한 것이고 명동성당과 신자들이 느끼는 어려움은 또한 사소한 일로 치부했고 문제를 제기하는 교회와 신자들을 무시해버렸습니다. 한통노조는 가톨릭교회에서 신부님 수녀님들의 위상에 대해 아예 무지했으며 신자들이 성직자들에게 갖는 공경심에 대해서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또한 가톨릭교회에서 성지 성물에 대한 애착을 배려할 줄 몰랐습니다. 가장 극단적으로는 구유에 배설을 하고 파업사태 이후에 명동성당 구내를 쓰레기 산을 만들어 놓고 엄청난 돈을 들여 청소대행업체와 계약만 하고 떠나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제가 더욱 실망할 수밖에 없던던 일은 자칭 승리한 파업투쟁의 결과물이었습니다. 강추위에 떨면서 가장 열심히 싸웠던 사람들은 사실 한국통신에서도 가장 어려운 처지였던 계약직 노동자들이었는데 계약직 노동자들의 요구는 전혀 관철되지 않은 채 정규직 노동자들의 요구만을 얻어내고 투쟁을 마무리했던 것입니다. 제가 아는 바로는 정규직 노동자에 비해서 계약직 노동자들은 절반도 안 되는 임금을 받으면서 매우 불안정한 고용상태에 처해 있기 때문에 한국통신에서 가장 어려운 처지였습니다. 하지만 한통노조는 계약직노동자들을 헌신짝처럼 내던진 셈이고 이후 계약직 노동자들은 지금의 성모노조원 못지 않은 피눈물 나는 장기간의 투쟁을 하고서도 아무런 성과 없이 세상에서 잊혀져 갔습니다. 더 많은 정규직 노동자들의 이익을 위해서는 계약직 노동자는 희생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을 한다면 한통노조는 이미 노동자의 대의를 얘기할 자격도 없는 것이며 자신의 밥그릇을 챙기기 위한 이익집단에 불과한 것입니다. 그런 이기적인 싸움을 하면서 그리 당당해 했던 한통노조가 제3자의 눈에는 뻔뻔함으로 비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일 것입니다. 명동성당과 가톨릭교회 그리고 수 많은 신자들에게 잊지 못할 모욕감을 안겨주면서도 명동성당과 신자들의 불만에 대해서는 누군들 이런 고생을 하고 싶어하느냐 하면서 고생하는 사람들에게 위로의 말을 못할망정 그리 박절하게 구느냐며 강변하던 얘길 전 기억하고 있습니다. 노동자의 대의를 내세우면서도 대의를 저버리고, 세상사의 기본적인 예의에 대해서는 대의를 위해 희생해야 하는 사소한 일로 치부해버리는 편의적인 사고야말로  가톨릭교회와 명동성당 그리고 많은 신자들이 전투적인 노조에게 서서히 등을 돌리게 만들었다는 생각입니다. 저는 당시 한국통신노조 지도부에게 반향 없는 얘기일지라도 이번 한통노조의 파업투쟁은 앞으로 두고두고 노동운동의 걸림돌로 남을 수 있을 것라고 말했습니다. 물론 한통노조만의 잘못이라고 얘기하는 건 논리의 비약이 있겠습니다만 적어도 명동성당 그리고 그 한통노조의 투쟁을 지켜보았던 많은 신자들에겐 전투적 노조의 폐해를 가슴에 새기게 되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진실로 노동운동의 지도자들에게 과연 시대에 맞는 노동운동의 방식에 대해 다시 고민해주실 것을 요청드립니다.

 

지금 성모노조가 160일이 넘는 지난한 파업을 하고 있습니다. 조금만 관심 있게 지켜본 사람들은 노조원들이 임금도 못 받고 어려운 처지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때로는 유치장에도 가고 한 데서 새우잠을 자면서 고단한 날을 지내고 있습니다. 몇몇의 지도부들은 그래도 이러한 고통에 어느 정도 각오한 일일 수도 있겠지만 대다수 조합원들은 이러한 상황은 아마도 생의 초유의 일일 것이며 파업투쟁을 시작할 때만 해도 상상조차 못했을 것입니다. 전 호소합니다. 성모노조 지도부와 전국보건의료노조 민노총의 지도부는 성모노조원들의 이러한 고통을 진정으로 걱정해 주십시오. 성모노조가 이렇게 험난한 싸움을 해야 할 정도로 가톨릭의료원이 문제가 있었던가를 생각해주시기 바랍니다. 물러서도 좋을 문제를 무리하게 투쟁으로 몰고가지는 않았는가요? 대화와 타협의 상생시대에 걸맞은 방식의 운동은 불가능한 일인가요? 일련의 파업투쟁 과정을 의료원과 가톨릭교회의 책임으로만 돌리는 것이 과연 국민들의 지지를 얻을 수 있겠습니까? 애초의 쟁점이 되었던 것이 지금 와서 볼 때 이처럼 고통스런 파업을 감행할 이유로 정당했던가를 생각해 보세요. 지금은 징계 해제, 무노동 무임금 철폐 이러한 문제가 이슈가 되고 있지 않습니까? 사실 이런 문제는 제가 생각해 보아도 지금 남아 있는 저 여린 노조원들의 처지에서 볼 때 외면하기 어려운 문제일 것입니다. 노동자들에게 있어서 직장을 잃는다는 것처럼 피눈물나는 일은 없을 것이며 어려움을 함께한 동료들이 또는 자신들의 목이 잘릴 수도 있다고 생각할 때 이를 외면하고 투쟁 대열에서 이탈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그러나 이처럼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투쟁으로 몰고 간 전투적인 노동운동의 작풍에 대해서 전 비판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번 성모노조파업투쟁을 앞장서서 고민하는 지도부께 드리고 싶은 말씀은 끝없이 투쟁의 수위를 높여가면서 조합원들을 더욱 곤경에 빠뜨리지 말라는 것입니다. 여기서 물러서는 방법을 찾는 것이 현실에서 지요하님이 지적했듯이 완전한 굴복과 항복이 되는 한이 있더라도 물러서는 것 또한 용기가 아닌지 생각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의료원과 가톨릭교회에 잘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용서를 비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요? 제가 드리는 이 말씀이 반향 없는 혼자만의 생각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렇지만 저의 진심은 이번 성모노조파업사태를 마무리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서 끝없는 투쟁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점을 노조원 한분께라도 말씀드리고 싶은 것입니다. 노조원 여러분들이 이제 와선 제발 대화하자며 절규하지만 가톨릭교회는 엄밀히 얘기하면 지요하님이 지적한 바대로 미동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 이유에 대해서도 전혀 다른 관점 살펴보실 것을 말씀드립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사소한 문제로 들릴 수 있지만 저로서는 중요한 얘길 하나 하겠습니다. 이준성요셉 명동성당 부주임신부님 얘깁니다. 전 이신부님께 처와 함께 관면혼배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전 신부님께 예비자교리도 받았지요. 이신부님은 우리 본당의 보좌신부님으로 계신 적이 있습니다. 신부님의 별명은 천사표신부님, 아기공룡둘리 등입니다. 미사 때나 여타 모임에서도 너무 수줍어하셔서 얼굴을 붉히시던 분입니다. 이신부님은 얼마되지 않은 월급을 아이들 사탕값으로 다 쓰신 분입니다. 우리 본당 신자들이 이신부님에 대해 쓴 몇몇 게시판의 글을 본다면 어떨까요? 저는 감히 말씀드립니다. 이신부님과도 말이 통하지 않아서 단절을 얘기하는 상황이라면 노조원 여러분이 진실로 반성해야 할 점이 많을 것이라고.        

 

아~~~쓰고 보니 노조원들께 상처가 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

지금도 고통받는 노조원들을 위해 빌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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