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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가 아니다

69460 지현정 [annateresa] 2004-07-30

 

나는 내가 아니다.


눈에는 보이지 않아도


언제나 내 곁에서 걷고 있는 자


이따금 내가 만나지만


대부분은 잊고 지내는 자


내가 말할 때 곁에서 조용히 듣고 있는 자


내가 미워할 때 용서하는 자


가끔은 내가 없는 곳으로 산책을 가는 자


내가 죽었을 때 내 곁에 서 있는 자


그 자가 바로 나이다.

 

 

                                - 후안 라몬 히메네스

 

 

 

 

오래 전에 잠언집에서 스스로 발췌해 두었던 글들을

우연한 기회에 다시 읽었습니다.

까맣게 잊고 있던 생각들이 다시 떠올랐습니다.

 

위의 시를 읽으며 처음에는 이게 무엇을 의미할까 생각했습니다.

잠시 후에야 무언가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하느님께서 지어내신 나,

하느님의 손으로 창조된 본질적인 나는

지금의 모습과는 다를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느님께서 지어내신 원래의 나는

 

내가 잘난 척 하고 떠들어댈 때 곁에서 조용히 듣고 있으며

내가 미움과 분노에 떨고 있을 때 진심으로 용서를 할 것입니다.


그리고 내가 죽었을 때, 내 곁에 서 있다가

정들었던 육신에 잠시의 작별 인사를 하고 고향으로 돌아갈 것입니다.

 

원래의 나

 

그 모습에 조금만 더 가까워지는 내가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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