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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판자들의 얼굴

70672 양대동 [ynin] 2004-09-03

비판자들의 얼굴
요즘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에 쏟아지는 쓴소리가 점점 강도를 높이고 있다. 이건 단지 오프 라인이나 온 라인의 언론 매체를 통해서만이 아니다. 시중의 항설(巷說)도 그렇다. 얼마전부터 노대통령 비판자들 사이에서는 “도대체 이 정권이 정신이 제대로 박혀 있는가”라는 표현이 자주 등장한다. 이 말은 “당신들 혹시 미치지 않았는가”라는 신랄한 질문과 말만 다르지 뜻은 비슷할 것이다.

한때 열렬한 노무현 대통령 지지자였던 정치평론가 강준만 교수가 얼마전 노대통령을 혹독하게 비판했다. 그는 한 잡지에 쓴 글에서 “노무현은 예전의 노무현이 아니라 어느 새 어설픈 마키아벨리가 됐다”고 말했다. 그리고 언중유골(言中有骨)의 말을 덧붙였다. “노 정권에 대해 갖는 생각은 환멸도 냉소도 아니며 인간의 불완전성에 대한 새삼스러운 깨달음이다.” 이건 무슨 말인가. 노정권에 실망했는데 그 이유는 그들이 “덜떨어진 사람들이기 때문이다”라는 뜻 아니겠는가.

노 대통령 비판자 가운데 빼 놓을수 없는 분이 김동길 교수다. 대학 강단에 서다가 신문 칼럼니스트로 활약했고 한때는 정치 일선에 실제로 몸을 담기도 했던 그는 노 대통령이 16대 대통령으로 취임하던 작년 2월에 다음과 같이 썼다. “앞으로 5년 동안 노무현이라는 사람이 대한민국의 대통령이라는데, 그런 세상을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니 정말 기가 찬다. ‘이왕 이렇게 됐으니 잘해 주기를 바란다’는 말조차 내 입에서는 떨어지지가 않으니, 오호 통재라”(월간 경제풍월 2003년 2월호)

어쨌든 노 대통령도 자신에게 쏟아지는 비판의 말들을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얼마전 그는 3부 수뇌들과의 만찬 자리에서 “저와 우리 당 사람들에 대해 ‘근본이 안되는 사람들이 하고 있다’라고 말하는 것을 알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렇다면 그는 왜 자신의 언행을 삼가고 또 삼가고, 자신의 정책을 다듬고 또 다듬어서 일반의 부정적 시각을 고치려 하지 않을까.

그의 언행과 생각과 정책은 대체로 강퍅(剛愎)하다는 인상을 준다. 경제가 어렵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불신하는 듯한 발언, 수도이전을 국민투표에 부쳐 결정하자는 호소를 일축하는 고집, 민족 자해(自害)가 될지도 모를 난데없는 과거사 청산 작업 같은 것이 바로 그런것들이다. 강퍅은 ‘성미가 까다롭고 고집이 세다’는 한문 용어다. 이상한 한자도 있다 싶어 퍅(愎)자를 자전에서 찾아보니 ‘팩할 퍅’자라고 나와 있다. 팩이나 퍅은 모두 ‘걸핏하면 성을 잘낸다’는 뜻이다. 자전은 퍅자를 ‘남의 말을 따르지 않고 제 껍질로 되돌아 간다’라는 뜻이라고 해석한다. 대통령이 강퍅한 인상과 결별하고 부드러운 유머를 구사하면서 모두를 포용했으면 좋으련만 그의 생각은 다를 것이다. 자신의 생각이 옳고, 비판의 말들은 개혁을 반대하는 사람들의 불평일 뿐이라고 치부할지 모른다.

결국 대통령의 소신과 그에 대한 비판은 당분간 평행선을 달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 지금의 판단이다. 비판이 거세지면 대응도 거세지는 더 나쁜 상황도 예상할 수 있다. 그렇다면 노대통령은 매일 쏟아지는 심한 쓴소리를 듣고 지내야 할텐데 그 심정이 오죽 답답하고 속상하겠는가. 겉으로는 다 나타낼 수 없지만 말이다. 대통령의 심정이 불안하면 건강에도 나쁘고 그러면 나라 정치도 불안해진다. 이러면 안된다. 이럴 때 바로 대통령 비서실장의 역할이 중요해진다. 지금의 대통령 비서실장은 연세대 총장을 지낸 김우식씨인데 취임 6개월도 지났고, 이제는 대통령의 말벗이 되고 있다고 한다. 두 분이 이런 농담을 주고 받으면 어떨까.

“김실장의 얼굴은 돼지같이 생겼소이다그려.” “대통령님의 얼굴은 부처님같이 생겼군요.” “나는 그대 얼굴을 돼지라고 놀리는데 그대는 왜 나를 부처라고 칭찬하오.” “본래 돼지 눈에는 돼지만 보이지만 부처 눈에는 부처만 보이는 법입니다.” 이런 문답이 있다면 대통령은 소스라치게 깨달을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외칠 것이다. “나를 반대하는 비판자들이여, 그대들의 얼굴은 모두 부처님같이 생겼소이다그려.”

김성호 /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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