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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법 존속’은 당연한 판결

70694 양대동 [ynin] 2004-09-04

국보법 존속’은 당연한 판결
국가보안법은 위헌이 아니라는 요지의 판결이 일주일의 간격을 두고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에서 각각 내려졌다. 이러한 결정은 이들 헌법기관의 그 간 일관된 입장이어서 굳이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대법원 판결이 특히 세간의 주목을 끄는 것은, 최근 국회 다수당 일각에서 일고 있는 국보법 폐지의 기류나 국가인권위원회의 폐지 권고 등 학자나 사회단체가 아닌 국가기관의 의견이 나오는 가운데 이뤄졌다는 점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이 ‘국보법의 규범력을 소멸시키고자 전향적인 입장’을 취하는 기관과 정치권에 대해서 일정한 메시지를 전달하려 한 판결문의 의사표시적 성격 등도 그 이유가 될 것이다.

이들 판결에 대해서는, 남북관계의 변화와 국민 의식의 성숙도를 반영하지 못했다거나, 구시대 독재정권의 논리를 반복하는 사법부의 오래된 논리를 재확인한 것에 불과한 것이라는 점, 나아가 입법부 등에 대한 반 권력분립적 개입이라는 등의 지적이 있다.

판결문 전체를 놓고 볼 때, 비록 세세한 몇 가지 점에 있어서의 그 표현상의 맥락의 점에 문제가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지금, 여기에서의’ 대법원의 국보법 위반 사건 판결과 그 판결문의 입법 의견 등은 국가의 법질서와 사회의 가치질서를 품고 있는 헌법의 발전적 측면에서 보면 당연한 결정이라고 판단된다.

대법원의 이번 판결이 말하듯, 국보법은 우리 대한민국의 전체 법질서에 반(反)하지 않는다. 한국의 헌법질서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이며, 이를 지키고 보호하는 것 역시 국가의 책무이다.(헌법전문, 제8조 등 참조) 따라서 대법원 등의 헌법 재판 기관이 여러차례 확인했듯이 국보법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실현하여 국민의 안전을 보호하도록 국가에 부여된 그 최소한의 의무를 구현하기 위한 법률이지(헌법 제10조로부터 나오는 국가의 과소보호금지 원칙), 그 이상의 것을 요구하는 과잉의 규범이 아닌 것이다.

다음으로, 국보법은 한국 사회의 평균적인 가치질서에 반하는 게 아니다. 누구든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방어 체제를 가지려는 것은 인간의 본성에 기초한 정의 의식의 최소한의 원천이다. 한 국가가 스스로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지금 보유하는 법을 폐지해야 한다고 강권하는 것이야말로 자연스럽지도 정의롭지도 않은 것이다.

대법원이 판결문에서 이러한 내용들이 지니는 한국 사회에서의 무게를 다른 국가기관들에 전달하는 표현이 권력분립주의에 반한다고 생각하는 것 역시 입헌주의 헌법의 세계사적 발전의 단계를 모르는 데서 나온 것이다. 입헌주의 헌법의 실현은 관료로부터 의회, 의회에서 법원이나 헌법재판소 등의 사법부로 이행하면서 헌법의 효력을 확장하는 행위이지 권력 분립의 문제가 아니다. 법원의 결정을 존중하는 것, 그것이 사법국가적 입헌주의의 요체인 것이다.

세상은 변한다. 그렇지만 변하지 않아도 될 것이 적지 않다. 그 가운데 하나가 우리의 울타리가 돼 주는 국가와 사회의 공동체적 일관성이다. 무엇이 ‘진실’인지는 그 누구도 모른다. 그래서 진실이 거짓으로 변질되거나 호도될 수는 있다. 그렇지만 ‘사실(facts)’은 누구라도 알 수 있다. 사실은 정직한 것이다.

우리가 중국과 일본 등 외부 세력으로부터 국가적 안전을 지켜야 한다는 사실, 여전히 군사분계선이 우리와 북한 사이에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 등 인정하기는 싫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는 이 사실들을 받아들이는 것이 자연스럽다.

그것이 진실이 아닐 수도 있을 것이다. 따라서 국가보안법을 비민주적이고 반민족적인 반통일 악법으로 평가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보는 사람들에게는 그렇게 ‘보일는지’ 몰라도, 변할 수 없는 사실이 있다는 점은 알았으면 한다. 그것은 ‘애국하고 애족하는’ 사람들은 풀과 같이 많다는 사실이다.

강경근 / 숭실대 교수·헌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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