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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실업 자화상

70825 양대동 [ynin] 2004-09-08

청년실업 자화상…스물여덟에 두번 이직 두번 체임
 

성모씨(28)는 보통 청년이다. 크게 욕심부리지 않고 딛고 있는 현실에서 그저 소박한 행복을 누리며 살고 싶은 젊은이다.
 
명문대로 불리지는 않지만 서울에 소재한 대학에서 과대표와 학생회장도 역임했다. 대학 시절에는 큰 꿈도 꿨지만 지금은 그저 대학 때 만난 여자친구와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싶을 뿐이다. 하지만 떠안고 있는 현실이 가진 무게는 그의 작은 소망마저 이루게 하지 않을 성싶다.
 
통계청에서 월마다 조사하는 경제활동 인구에서 7월 현재 38만6,000명, 7.6%의 청년이 백수로 살아가고 있다. 이같은 현실에서 성씨는 직장을 다닌다는 사실만으로도 행복해야 한다. 하지만 짧다면 짧은 사회 생활 2년 동안 성씨는 직장을 두번 옮겼고, 두 직장에서 모두 임금체불을 겪었다. 취직은 못해도 걱정이지만 해도 걱정인 게 현실이다.
 
출판업을 하는 S사에서 첫 직장생활을 한 성씨는 그곳에서 사회의 더러운 모습을 봤다고 한다. 임금이 체불된 것보다 더 '더러웠던 일'은 직장 선배가 임금체불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자기 것만 받고 사라져 버린 일이다.
 
"졸업 후 첫 직장이었고, 일도 열심히 해서 반응도 좋았는데…." 말꼬리가 흐려진다.
 
이후 옮긴 회사는 제법 큰 회사라 쓰러지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평소 무뚝뚝한 아버지도 "밥은 제대로 먹고 살겠군" 하면서 내심 기뻐하는 눈치였다.
 
하지만 회사는 지난 7월 부도가 났고 약 6개월어치의 임금이 체불돼 있다. 체불된 임금만 합쳐도 1,000만원을 훌쩍 넘는다. 그렇다고 회사를 그만둘 수도 없어 '취직 백수' 노릇을 하고 있다.
 
성씨는 지금 서울 사당동에서 막내동생과 둘이 살고 있다. 동생은 전문대를 나와 전기배선을 하는 중소기업에 다니는데 그곳도 월급이 제때에 잘 안 나온단다. 지금은 한달에 100만원 남짓 동생이 버는 돈으로 둘이 살고 있다.
 
월급이 두달 정도 밀렸을 때 동생 눈치만 보다가 어느날 월급이 밀렸다는 사실을 동생에게 털어놓았다. 그랬더니 동생도 두달째 월급이 밀렸다고 말하더란다. 순간 서러운 생각에 왈칵 눈물이 나왔다고.
 
사실 성씨는 고향인 강원도 홍천에서 살고 싶은 마음이 더 크다. 하지만 교사와 공무원 외에는 지방에서 마음에 드는 일자리를 찾기가 쉽지 않다.
 
성씨는 "지방에 제대로 된 일자리가 없어 젊은이들이 서울로 몰리는데 서울서도 여기저기 회사가 쓰러져 평범한 회사원으로 살기도 쉽지 않다"며 한숨 짓는다.
 
동창생들을 만나면 백수들이 수두룩하고 그나마 직장을 가진 녀석들도 임시직이다. 다들 먹고살기 힘드니 만나도 반갑지 않다. 그중 몇몇은 다행히 대기업에 다니거나 공무원이라 안정적이지만 그외에는 임금이 체불된 비슷한 처지들이 많다. 성씨는 "돈이 없어 친구들도 잘 만나지 않는데 이상하게 술과 담배는 는다"며 쓴웃음을 짓는다.
 
기자와 인터뷰를 하던 6일 오후 성씨는 어딘가를 헐레벌떡 다녀오는 길이었다. 10월 초에 여동생이 결혼을 하게 돼서 매달 10만원씩 붓던 적금을 깨 송금하고 오는 길이라고 했다. 금액은 얼마 안되지만 그래도 장남 역할, 오빠 역할은 해야 하니까. 여동생 결혼에 걱정이 하나 더 늘었다. 제부될 사람도 현재 직장을 구해야 할 처지다.
 
지금 제일 큰 고민은 추석이란다. "명절과 여동생 결혼이 연거푸 있어 고향집에 내려가 봐야 하는데, 부모와 친척 볼 일이 걱정"이다.
 
인터뷰 내내 축 처져 있는 성씨 모습은 우리시대 젊은이의 자화상이기도 했다. 어느 광고에 나오는 것처럼 "거치른 들판으로 달려가자"는 노래라도 한가락 불러주고 싶은 마음이 문득 들었다. 

심형보 기자 editorsim@h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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