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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기경님이 정치적으로...

71246 서성석 [seobang] 2004-09-16

저는 국가보안법은 반드시 폐지되어야하는 악법중의 악법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단 한 두 사람이 억울하게 고통과 옥살이를 해도 악법일진데, 그 동안 셀 수 없이 수많은 사람들을 억울하게 옥에 가두고 죽이고 누명을 씌우고 평생 씻기지 않는 모욕을 주었으니, 이 얼마나 악법입니까. 그리고 많은 분들이 이의 폐지를 위해 노력해 왔음을 보았고 들었고 또한 알고 있습니다. 그 분들 중에는 사제, 수도자, 혹은 평신도들이 있고, 저는 그 분들에게서 억눌린 이들을 위해 노력하시는 그리스도의 모습을 봅니다.

 

추기경님이 야당 대표와 의견을 함께하고, 공개적인 강연에서 '폐지'에 반대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솔직히 실망하는 마음이 컸습니다. 감히 '왜 이렇게 무지하실까'하는 생각도 솔직히 했습니다. 몇 번을 생각해 보아도 믿겨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추기경님의 의견이 저와는 다를 수 있음을 받아들입니다. '북한은 아직 변화하지 않았다'라는 논거를 말씀하신 것은 설득력이 없고 다소 소극적인 모습으로만 비춰져 받아들이기 힘들지만, 폐지에 반대한다는 의견은 있을 수 있습니다. 그 논거가 설득력이 없는 이유는, 북한이 변화해야 우리가 변하는 것은 아니니까 그렇습니다. 북한이 하는 대로 우리의 역사가 걸어 가고 좌지우지 되야하는 것은 아니니까 그렇습니다. 자신감에서 비롯된 우리의 변화가 북의 변화를 이끌어내고 '민족의 화해와 일치의 역사 속'으로 한걸음 함께 걸어나갈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하지만, 추기경님의 폐지 반대 주장은 있을 수 있습니다. 다양하고 자유로운 정보의 흐름을 통해, 우리는 다양성이 존중되는 사회로 점점 발전해 나가고 있으니까요.

 

다만, 한가지 참기 힘든 것은, 추기경님이 정치적으로 늘 이용을 당하는 모습을 보는 것입니다. 우리의 목자이신 추기경님이 어째서 정치가들(그것도 존경은 커녕 비난의 대상이 되는, 마치 성서 속의 바리사이파 같은 이들)에게 이용당하고, 앞뒤 문맥은 잘라낸채로 추기경님의 말씀을 한부분을 툭 잘라내서 자신의 입맛대로 요리하고 인용하는 그들을 그냥 바라보기엔 참으로 답답합니다. 추기경님이 정치인들의 '대부'나 된 듯한 모습이 언론에 비춰지면서, 얼굴이 화끈거리고, 신자가 아닌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비춰질까 괜히 부끄럽기까지 합니다.

 

정치적으로 영향력을 미치고, 그럼으로써 일부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는 것이 추기경님의 의도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 뿐만 아니라 많은 천주교 신자들이 그렇게 생각할 것입니다.

 

요즘의 모습을 보면, 마치 바리사이파들이 예수님의 말씀을 자신들의 입맛에 인용하며 득세하는 꼴을 보는 것만 같습니다.

 

추기경님,

정치가들의 대부가 아니라,

언론의 집중을 받는 인기인 '스타'가 아니라,

저희들의 참 목자가 되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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