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상훈칼럼]민주 業者, 민족 業者
양상훈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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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상훈 정치부장 | |
누가 민주·민족 반대하나
우리는 민주냐 반(反)민주냐 하는 문제는 이미 10여년 전에 졸업했다. 1992년에 민주화 운동을 해온 문민 출신 대통령이 국민들 직접 선거로 당선됐다. 그 대통령이 군사독재의 중심지였던 군의 실력자들을 한꺼번에 해임시킨 이후의 시대를 민주 시대가 아니라고 한다면 억지일 뿐이다.
그로부터 10여년이 흐른 지금 민주주의는 이미 우리 국민이 공기나 물처럼 느끼게 됐다. 공기나 물은 매우 중요하긴 하지만 그것이 부족하지 않은 이상, 새삼스레 들고 일어나야 할 까닭은 없는 것이다. 누가 그것을 앗아가려고 시도하는 사람들도 없다. 지금 군대가 다시 나와 민주주의를 빼앗으려 한다는 따위는 이제 거의 모든 국민들에게는 우스갯소리 정도로 들리게 됐다. 그것이 불가능할 정도로 민주주의가 확고하게 자리를 잡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여당은 아직도 “반민주 세력 타도”를 외치고 있다. 국가보안법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반민주 세력이란 식이다. 우리 사회에 민주주의에 반대하는 반민주 세력은 있지도 않다. 그런데도 여권의 눈에는 아직도 ‘민주 대 반민주’의 구도이고, ‘나는 민주고 너는 반민주’다.
총선 후 청와대에서 열린 연회가 사람들에게 이상하게 비친 것은 여권의 이런 동떨어진 의식 때문이었다. 그 연회에서 참석자들은 민주화 투쟁가인 ‘임을 위한 행진곡’을 합창하며 감격해 했다. 민주주의에 목말랐던 시대를 한참 전에 졸업한 국민 입장에서 이 광경이 어떻게 비쳤을지는 짐작이 어렵지 않다.
있지도 않은 적(敵)을 굳이 만들어 놓고 칼로 베고 창으로 찌르고 하는 일은 ‘민주’뿐만이 아니라 ‘민족’을 두고서도 벌어지고 있다.
민족 대 반(反)민족 구도는 60년 전에 끝났다. 일본과 내통한 사람들은 이미 거의 모두 사망했다. 그 이후에 민족을 반대해 이(異)민족과 내통한 세력이 새로 또 생겨났다고 주장한다면 억지도 그런 억지가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요사이 여권의 최대 관심사는 ‘민족’이고 ‘반민족’이다. ‘나는 민족이고 너는 반민족’이란 식의 말이 홍수를 이룬다. “우리 민주 민족 세력은…” 하고 말을 시작하는 게 아예 버릇처럼 된 사람들도 있다.
여권이 하려는 것은 결국 “네 할아버지가 반민족”이라는 손가락질일 것이다. 친일규명법에다 독립기념관장 인선(人選)까지 일은 착착 진행되고 있다. 이것이 정략이란 것은 사람들이 이미 간파하고 있지만, 그래도 끝내 하겠다면 막을 수도 없다.
진짜 할일 모르는 집권세력
정말 문제가 되는 것은 우리 집권세력이 ‘가진 것’이다. 지금 나라다운 나라치고 국제 경쟁과 국가 전략이 아니라 반민주, 반민족 소동을 벌이는 곳은 없다. 이 를 우리 집권세력도 모르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도 이러는 것은 우리 집권세력이 국민 앞에 내놓을 것이 철지난 민주, 민족밖에 없기 때문인가. 그렇다면 그게 큰일이다. 지금 나라가 처한 상황이 집권세력에게 요구하는 것은 따로 있는데 엉뚱하게 60년, 10여년 전 민족·민주를 들고나와 만날 그 타령이라면 민주주의자나 민족주의자가 아니라 민주와 민족을 파는 업자(業者)일 뿐이다. 민주와 민족을 유독 내세우는 사람들 중 실제 민주화나 독립운동과는 별 관계가 없는 경우가 많기에 더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