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별로 재미도 없고 긴글 2
-
71547 석일웅 [urnice] 2004-09-22
-
국가보안법과 신앙인
2. 국가보안법은 안보의 필수적 요소인가?
국가보안법 제1조 1항은 "국가의 안전을 위태롭게 하는 반국가 활동을 규제함으로써 국가의 안전과 국민의 생존 및 자유를 확보함을 목적으로 한다."라고 선언하고 있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로서 각자의 안정과 평화를 유지하기 위하여 국가를 형성하고 있다. 정치는 바로 국민의 자유를 보장하고 복지 증진을 꾀하는 것을 첫째 목표로 해야 하고, 국가의 안전과 국민의 복지 향상을 위한 법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은 당연한 요청이다.
국가보안법은 과연 국가의 안전과 국민의 생존 및 자유를 확보하기 위한 필수적인 법인가? 그것이 독재자의 권력 야욕을 채워 주고 국민에게 많은 한을 심어 주어 타락을 부채질하고 있으며, 오늘 우리나라가 겪고 있는 위기는 악법으로 인권을 짓누르고 국민에게 희망을 안겨 주지 못한 데서 연유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는가?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신 그리스도"(요한 14,6)를 믿고 따르는 신앙인은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냉전 체제에서 남북이 전쟁을 치르고 긴장 관계가 계속되는 가운데 반공을 국시로 내세우면서 반대 세력을 억압한 박정희, 전두환 정권이 무너지고 비교적 민주화의 길을 걷고자 한 제6공화국 이래 오늘에 이르기까지 여전히 국가보안법의 개정이나 폐지의 문제가 논쟁거리가 되고 있는 것은 우리 정치의 후진성을 나타내는 것이다.
1972년 '7·4 남북공동선언'이 있은 후 박정희는 유신 체제를 구축하여 독재 체제를 강화했다. 그 후 1991년 12월 13일에 "남북 사이의 화해와 불가침 및 교류, 협력에 관한 합의서"에 남북 총리가 서명했고, 이미 "남북 교류 협력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어 시행되고 있음은 주지하는 바와 같다. 게다가 2000년 6월 15일에는 평양에서 역사적인 남북 정상 회담을 통해서 공동 선언이 나오고,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여러 방면에 걸쳐 대화와 교류를 추진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도 우리 사회에서는 아직도 국가보안법의 개정이 불가하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고, 국회에서 보안법 개정안의 제출을 놓고 대립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음은 참으로 답답하다.
국가보안법은 국가의 안전 보장을 위하여 필수 불가결하다는 이유로 그대로 존치하여야 한다고 주장하며,7) 이 법의 개정조차 할 수 없다는 입장은 북한이 아직 변화되지 아니한 상황에서 북한을 반국가 단체(제2조)에서 제외하여 찬양, 고무죄(제7조)와 불고지죄(제10조)를 인정하지 아니하면 사회적 혼란을 막을 수 없다는 데 논거를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사회적 혼란이 법률의 규정만으로 막아질 수 있는가? 내란의 죄(형법 87조 이하), 공안을 해하는 죄(형법 114조 이하) 등에 관한 형법의 규정이 마련되어 있는데, 국가보안법이 없으면 국가의 안전을 보장받을 수 없다는 논리가 성립될 수 있는가?
공자는 정치의 요체를 묻는 제자에게 튼튼한 경제, 강한 군대 및 백성의 믿음[足食, 足兵, 民信] 세 가지를 들고, 그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이 백성의 믿음이라고 가르쳤다. 아무리 풍족하고 강한 군대를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도덕성을 상실하여 정치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없을 때 그 나라가 붕괴되는 것은 동서고금의 진리이다. 정치 공동체는 공동선을 위해서 존재하고, 공동선 안에서 정당화되고 그 의의를 발견하며, 공동선에서 비로소 고유의 권리를 얻게 된다. 그리고 그 권력은 기계적이거나 폭군적인 형태로서가 아니라 무엇보다도 자유와 책임 의식에 뿌리박은 도덕적 힘으로서 전 국민의 힘을 공동선으로 향하게 하는 권력이어야 한다.8)
국민을 위하여 정치를 한다고 유신 체제를 구축하고 강압 정치를 하던 박정희가 이른바 궁정동 안가에서 어린 가수들을 불러다가 술판을 벌인 가운데 당시 중앙정보부장이던 김재규의 총에 맞아 죽고, 청와대 금고에서 수억 원의 현금이 나왔다는 사실은 무엇을 말해 주고 있는가? 전두환, 노태우가 대통령 재직시에 엄청난 비자금을 챙겨 재판을 받고 추징금도 제대로 내지 않고 있는 현실에서 그들을 과연 국가와 민족을 위하여 헌신한 대통령으로 받들 수 있는가? 이들은 까르데날 신부의 말처럼 "인민을 위한 정치"를 한다고 떠들어대는 독재자9)로서 자신의 탐욕을 채우기 위하여 국민을 괴롭힌 장본인임을 증명하고 있다. 권력을 쥐고 부정을 저지르면서 인권을 탄압한 자들보다 더 국가를 파괴하고 국민에게 허탈감을 준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
로버트 케네디는 권력을 이용하여 부정을 저지른 자를 내부의 적(the enemy within)이라 하고 이들은 외부의 적보다도 훨씬 나라를 파괴하는 데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고 말했다.10) 과거에 대한 반성이나 속죄도 없이 혼돈을 거듭하고 있는 우리의 정치 상황에서 국가보안법을 유지하여야 한다는 소리가 자연스럽게 들릴지 모른다. 그러나 바로 그 독재자들을 추종하면서 직접 간접으로 인권을 침해하고 부정에 가담하고 자신의 안일을 꾀한 자의 입으로 국가보안법이 안보에 필수적이라는 논리를 끌어들여 그 개정조차도 불가하다고 할 수 있는지를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헌법 제10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라고 기본적 인권의 보장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헌법의 규정은 천부적인 인권의 보장을 확인한 것으로 국가의 공권력은 바로 국민의 기본권을 존중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보살피는 데 그 존재 이유가 있음을 나타낸 것이다. 그러나 국가보안법은 해방 이후 남로당 등 좌익 세력을 억누르는 데 이바지했을 수도 있으나, 부패한 권력에 대항하여 민주화를 갈망하고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를 지키고자 하는 양심의 소리를 억누르는 데 악용되어 긍정적인 면보다는 부정적인 면이 더 컸던 것이 사실이다.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이 수사 기관의 고문으로 조작된 사건이라고 호소하고, 이른바 시국 사건 관련자들에 대하여 국가보안법을 남용하고 그들을 가혹하게 고문하여 인권을 침해한 사실을 여기서 하나하나 들출 필요도 없이 그 해악이 얼마나 큰지를 여실히 보여 주고 있다.11)
이러한 점에서 독재자들의 야욕을 채우고 이를 빌미로 자신의 영화를 꾀한 추종자들을 타락시켜 죄악의 구렁텅이로 몰아넣고 선량한 많은 사람들에게는 한과 증오를 심어 준 법이 바로 국가보안법이라 할 수 있다. 그리하여 국가보안법은 국가의 안보에 필수적인 법이 아니라 오히려 사회의 갈등을 심화시키고 국론을 분열시키고 있는 악법이라 할 수 있다. 인권 단체를 중심으로 한 시민 단체에서 끊임없이 폐지하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 법을 그대로 유지하여 국론의 분열로 정치적 논쟁을 일삼지 말고 하루 빨리 폐지하는 것이 국가의 장래를 위해서도 필요하다. 그리고 신앙인은 하느님의 정의와 사랑으로 우리 사회가 바로 설 수 있도록 꾸준한 기도와 희생을 바쳐 건전한 사회를 이룩하도록 힘써야 할 것이다.
별로 재미도 없고 긴글 3으로 계속
-

-
- 별로 재미도 없고 긴글 3
-
71548
석일웅
2004-09-22
-
반대 0신고 0
-
- 별로 재미도 없고 긴글 2
-
71547
석일웅
2004-09-22
-
반대 0신고 0
-
- 별로 재미도 없고 긴글 1
-
71546
석일웅
2004-09-22
-
반대 0신고 0
-
- 가정에 대한 심포지움
-
71545
조숙영
2004-09-22
-
반대 0신고 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