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꽃피는 봄이 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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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808 조재형 [umbrella] 2004-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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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영화를 보았습니다.
제목은 ‘꽃피는 봄이 오면’입니다.
어릴 때 사촌 누님이 시골에서 올라왔습니다. 서울의 유치원에 취직을 했는데 우리 집에서 머물게 되셨습니다. 큰 형, 작은 형, 나는 모두 그 누님을 좋아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제일 어리기 때문에 저는 그 누님 옆에서 잘 수 있었습니다. 형들의 그 시기와 질투 어린 눈 빛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납니다. 꽃피는 봄이 올 때 누님은 상도동에 자취집을 얻어 가셨습니다. 누님이 가방을 들고 택시 타고 가는데 마음이 너무 허전하더군요.
1월에 입대한 저는 5월 4일에 제대를 했습니다.
군 생활이야 말하면 입이 아프지만 그래도 왜 추억이 없었겠습니까! 운이 좋아서 여군들이 있는 곳에서 군 생활을 했습니다. 가을에 용인 자연농원(그때는 그렇게 불렀습니다.)으로 가는 길은 코스모스가 어찌도 그렇게 예쁘게 피는지 모릅니다. 군에 있을 때 국민투표도 했었고, 대통령 선거도 했었고, 국회의원 선거도 했었습니다. 예비군 마크를 달고 위병소를 나서는 그날 벚꽃이 만발했습니다. 그해 꽃피는 봄에 젊음의 추억도 그렇게 지나갔습니다.
처음 본당 신부로 간곳이 임진강이 흐르는 적성이었습니다. 겨울에 공소 미사를 갔는데 영하 15도였습니다. 눈이 얼마나 많이 왔는지 눈에 묻힌 오토바이를 이듬해 봄에 찾았습니다. 본당 아이들과 얼어붙은 임진강에서 뛰어 놀았습니다. 예비자 교리를 받던 청년이 우유배달을 하다가 교통사고를 당한 고라니를 가져왔습니다. 선생님 생각이 났다고 합니다. 비닐하우스가 무너지고, 성당 벽도 금이 갔습니다. 그해 꽃피는 봄은 정말 좋았습니다. 온 산에 만발한 진달래가 그리도 아름다웠습니다.
영화 ‘꽃피는 봄이 오면’을 보면서 공감을 했습니다.
평범하게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느낌이었습니다.
주인공 현우가 제일이 에게 말합니다. “선생님 말이다. 서울 대학교 나온 거 아니다.” 제자도 그게 별로 중요한 것이 아닌 듯이 이야기 합니다.
월급을 타서 엄마 손에 쥐어주는 현우의 모습을 봅니다.
힘들게 사시는 할머니를 위해 밤무대에서 악기를 연주하는 현우의 모습을 봅니다. 화려한 조명은 없지만, 현란한 액션은 없지만 그래도 살아가는 그 모습들이 아름다웠습니다.
지금 풍족한 사람들에게는 꽃피는 봄이 오면 기대할 것이 적을 것 같습니다. 지금 행복한 사람들에게는 꽃피는 봄이 오면 느낌이 덜 할 것 같습니다. 지금 너무 바빠서 죽겠는 사람들에게는 꽃피는 봄이 오는지도 모르게 지나갈 것 같습니다.
내년 ‘꽃피는 봄이 오면’ 나는 어떻게 그 봄을 맞이할까 생각합니다.
꽃피는 봄은 어찌 시간적인 의미만 있겠습니까!
절망과 고통 중에 있는 사람에게 희망은 늘 꽃피는 봄이 아닐까요?
고독과 외로움에 젖어있는 사람에게 사랑은 바로 꽃피는 봄이 아닐까요?
분노와 미움 때문에 방황하는 사람에게 믿음은 바로 꽃피는 봄이 아닐까요?
희망과 사랑 그리고 믿음은 세상 모든 이들에게 꽃피는 봄이 올 것이라고 말해 준다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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