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시 긴 잠수를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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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834 송동헌 [dhsong] 2006-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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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달 만에 다시 뵙습니다.
저는 지난 해 부상으로 입원한 후 지난 달 퇴원하기까지 꼬박 여섯 달을 병원에서 보냈습니다. 사고 당시의 정황과 긴 병원생활을 뒤돌아보면 새삼스럽습니다. 사고 순간 누군가가 지켜주고 떠받쳐주지 않았다면 제 몸이 이만큼이라도 남을 수 있었을까를 생각하면 끔찍하면서도 오히려 감사할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누워 지내는 동안의 지루함을 이기고 오히려 자신을 추스르며 그분께로 더 다가갈 기회로 삼을 수 있었던 것도 제게는 큰 은총이었다는 생각을 합니다.
많은 분들이 저와, 저를 보살피고 도와주는 가족, 그리고 치유하는 의사의 손길을 위해 기도해 주셨습니다. 이름도 없는 한 필부의 영혼을 위하여 이웃과 본당공동체가 열심히 기도해 주셨고, 멀리 계시는 분들이 덮인 소문을 알아듣고 찾아와 기도해 주기도 했습니다. 퇴원이 가까워 올 무렵부터는 거동 못하는 저를 위하여 일부러 기도모임 장소를 붙박이로 제 집으로 옮겨 배려해 주기도 했습니다. 작은 사람 하나하나를 잊지 않는 공동체의 이러한 관심과 사랑의 손길이 골고루, 그리고 더 멀리까지 미칠 수 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넉넉하신 분들, 당당하신 분들도 제 초라한 병상을 찾아주셨습니다. 이름을 높이 걸고 계신 분들도 처지를 가리지 않고 그 불편한 길을 찾아와 주셨습니다. 기특하고 고마운 일입니다.
그러나 제게 더 아프고 진하게 기억되는 분들은 이런 분들입니다.
90이 다 되신 꼬부랑 할머님이 저를 찾아 주셨습니다. 고통스러운 병상에 다가와 난데없이 열심치도 않고 제대로 따라오지도 않는 대녀들 걱정을 넋두리처럼 늘어놓기도 하시고, 예비신자들이나 외인들이 보고 따라 갈 모범이 되지 못하는 봉사자나 일꾼들을 걱정하며 한숨을 쉬기도 하십니다. 이래서야 어떻게 예비자 인도를 하겠느냐 푸념도 하십니다. 그러시다가도 두어 마디 제 짧고 어설픈 위로의 말씀에도 이내 마음이 하얗게 풀어져서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씩씩하게 웃으며 나가십니다. 크든 작든, 쉽게, 그리고 스스로 위로받을 일을 찾고, 위로자를 찾을 수 있는 이런 신앙을 가진 할머니가 저는 좋습니다. 제 고통과 어려움에도 큰 위로가 됩니다.
아픈 이들, 힘든 이들이 제게 큰 힘을 주셨습니다.
아픈 상처를 가지신 분들도 찾아와 주셨고, 입원환자 가운데에서도 그런 분을 만날 기회도 있었습니다. 서로의 아픔을 걱정해 주고 위로하며 주고받는 대화 가운데에서 어느 새 제 고통의 무게가 가벼워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순간도 있었고, 더한 아픔을 가진 분들을 향하여는 제 작은 고통이 오히려 쉽게 그분들께로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통로가 될 수 있음을 느낀 적도 있었습니다.
더러는 방문객의 서러움을 위한 제 위로나 기도가 아무런 힘도 되어드리지 못하여 다만 무력하게 손잡고 들어 줄 수밖에 없었던 안타까운 시간들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그런 시간까지도 제게는 무의미한 것이 아니며, 장차 제가 그분들의 고통을 기억하고 그분께로 다가가는 데에 크게 도움이 될 것을 믿으므로....... 제게는 큰 은총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여기 이 인터넷 공간에서도 많은 분들이 격려해 주셨습니다. 멀리 계시면서도 위로하고 격려해 주신 분이 계시고, 자주 전화를 걸러 걱정해 주신 분도 계십니다. 불편함이 없지 않으셨을 분들 가운데에서도 그간의 노여움을 누르고 쾌유를 빌어주신 분이 계셨습니다. 고맙습니다.
아무래도 다음 주 중에는 다시 병원으로 돌아가야 할 것 같습니다.
다시 이 여름과 가을을 꿰는 지루한 생활을 감당할 일을 생각하면 두려움이 없지 않고, 가족들과의 오붓한 즐거움, 그중에서도 특히 다섯 달 바기 외손주 녀석의 재롱을 뒤로하고 나가 산다는 것이 엄두가 나지 않지만 아직 몸 상태가 웬만하지가 못한 형편이기 때문입니다.
바깥세상과 의 교통이 단절된 채 살아가야 하는 일이 아쉽기는 하지만 거기서도 다시 의미 있는 일들을 찾을 수 있으리라 위로를 삼을 생각입니다. 다시 긴 潛水를 생각하지만 제 스스로의 육신과 영혼에 큰 충전이 될 것을 믿으므로....... 저는 기쁘게 그 하루하루를 살 작정입니다. 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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