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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묵상ㅣ체험
황 혼

150959 김중애 [ji5321] 스크랩 2021-11-13

 

황 혼 (黃昏)

늙어가는 길...

처음 가는 길입니다.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길입니다.

무엇하나 처음 아닌 길은 없지만

늙어가는 이 길은

몸이 마음과 같지 않고

방향 감각도 매우 서툴기만 합니다.

가면서도 이 길이 맞는지

어리둥절할 때가 많습니다.

때론 두렵고 불안한 마음에

멍하니 창 밖만 바라보곤 합니다.

시리도록 외로울 때도 있고

아리도록 그리울 때도 있습니다.

어릴 적

처음 길은 호기심과 희망이 있었고

젊어서의 처음 길은

설렘으로 무서울 게 없었는데

처음 늙어가는 이 길은

너무나 어렵습니다.

언제부터인가 지팡이가 절실하고

애틋한 친구가 그리울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그래도 가다 보면 혹시나

가슴 뛰는 일이 없을까 하여

노욕인 줄 알면서도

두리번 두리번 찾아 봅니다.

앞길이 뒷길보다 짧다는 걸 알기에

한발 한발 더디게 걸으면서 생각합니다.

아쉬워도 발자국 뒤에 새겨지는

뒷 모습만은

노을처럼 아름답기를 소망하면서

황혼 길을 천천히 걸어갑니다.

꽃보다 곱다는 단풍처럼

해돋이보다 아름답다는 해넘이처럼

그렇게 걸어가고 싶습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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