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요한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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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3630 김중애 [ji5321] 스크랩 2022-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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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시간
하루해가 저무는 시간은 고요합니다.
천천히 어두워지기
시작하는 하늘을 보며
들떠 있던 마음도 과장된 언어들도
제 자리로 돌아오는 걸 느낍니다.
어둠을 받아 들이고 있는 숲도
고요합니다.
하나씩 둘씩 켜지기
시작하는 별을 바라보며
나무들도 선 채로 손을 모아
기도하는 시간입니다.
조금씩 어둠의 휘장이
걷히기 시작하는 새벽 시간도
고요합니다.
호수도 감았던 눈을 가만히 뜨기
시작하는 시간은 경건합니다.
기도하는 시간도 고요한 시간입니다.
나를 떠나 온갖 데를 쏘다니던 마음이
내게로 다시 돌아오는 시간입니다.
아니 영혼의 집으로
돌아오는 시간입니다.
지금 이 순간까지 내게 받은 넘치는
사랑에 대해 감사하게 되고
무엇을 고맙게 생각해야 하는지
알게 되는 시간입니다.
내가 어디에 내 솔직한 마음을 털어놓고
누구를 향해 간절하게 소망하는 바를
이야기해야 하는지를
알게 하는 시간입니다.
내가 진솔한 나와 만난 시간이며
하느님과 마주앉는 시간입니다.
그래서 가장 고요한 시간입니다.
내가 어디에 있어도
하느님의 자식임을
확인하는 시간이며
내가 길을 잃었을 때마다
어느 길로 가야하는지
인생의 길이 어디인지를
찾게 되는 시간입니다.
무엇이 진리이며 진리는 얼마나
가까운 곳에 있는지를
깨닫는 시간입니다.
넘치는 사랑과 생명의 시간입니다.
산사에서도 새벽 예불 시간이
가장 고요한 시간입니다.
잡고 있던 것을 천천히 내려놓는
시간이며 동시에 가장
충만해지는 시간입니다.
가장 가벼워지는 시간이며
가장 깊어지는 시간입니다.
어둠에서 빛으로 가는 시간이며
무명에서 진리를 향해 가는 시간입니다.
저도 이런 고요한 시간을
자주 만나게 되기를 바랍니다.
우리가 존경하는 큰 스승들은
아주 많은 시간을 고요하게
지내는 분들이십니다.
고요로 충만한 분들이십니다.
오늘도 그분들의 고요함에서,
고요함 그 자체에서 많은 것을
배우게 되기를 소망합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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