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영억 신부님_보라, 하느님의 어린양
-
179024 최원석 [wsjesus] 스크랩 2025-01-03
-
성경을 보면 예수님에 대한 호칭이 주님, 그리스도, 메시아, 사람의 아들, 하느님의 어린양 등등 다양하게 나타남을 볼 수 있습니다. 또한 그 이름이 담고 있는 의미가 저마다 다릅니다. 그리고 어느 이름도 예수님의 모든 의미를 다 포함하지는 못합니다. 그런데 세례자 요한은 “보라,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하느님의 어린양이시다”(요한1,29)하며 예수님을 인간의 구원을 위해 세상의 죄를 한 몸에 짊어질 희생양으로 암시하고 있습니다.
이는 이사야 예언서의 ‘주님의 종’의 첫째 노래를 일깨워주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 종은 하느님의 마음에 들어서 뽑아 세운 종이며 하느님의 영을 받고 뭇 민족에게 바른 인생길을 펴줄 종이며…그는 부러진 갈대를 꺽지 않고 꺼져가는 심지를 끄지 않으며 성실하게 공정을 세우도록 선택된 사람이며...민족들의 빛이 될 자입니다(이사42장). 그러나 그는 고난을 받을 주님의 종입니다. 학대받고 천대받았지만, 입 한 번 열지도 않고 참으며 온갖 굴욕을 받을 종입니다. 도살장에 끌려가는 어린 양처럼, 털 깍는 사람 앞에 잠자코 서 있는 어린 양처럼...백성의 악행 때문에 억울한 재판을 받고 그들의 죄악을 짊어질 주님의 종입니다(이사53장).
이렇게 ‘하느님의 어린양’은 고통을 받다가 죽임을 당하는 억울한 모습과, 세상에 새 활력을 일으킬 하느님의 종의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하느님이 인간의 종의 모습으로 나타나셨다는 것은 신앙이 없는 자들에게는 하나의 걸림돌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이 종은 뭇사람들의 죄를 한 몸에 짊어지고 세상에 있는 악의 세력을 꺾고 승리자로 오신 것입니다. 묵시록 7장17은 이렇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어좌 한가운데에 계신 어린양이 목자처럼 그들을 돌보시고 생명의 샘으로 그들을 이끌어 주실 것이며 하느님께서는 그들의 눈에서 모든 눈물을 닦아 주실 것이다.” 또한 머리 일곱에 뿔이 열 개 달린 짐승은 “어린양과 전투를 벌이지만, 어린양이 그들을 무찌르고 승리하실 것이다. 그분은 주님들의 주님이시며 임금들의 임금이시다. 부르심을 받고 선택된 충실한 이들도 그분과 함께 승리할 것이다”(묵시17,14).
따라서 하느님의 어린양으로 증언된 예수님께서는 예수님을 따르는 사람들에게는 크나큰 희망과 기쁨이 될 것이며 예수님을 반대하는 이들에게는 신경을 건드리는 빌미가 될 것입니다. 나의 삶에서 예수님은 어떤 분인가요?
우리가 미사 때마다 “보라, 하느님의 어린양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분이시니 이 성찬에 초대받은 이는 복되도다!”하고 선언하는 것은, 곧 우리가 예수님의 죽음을 통하여 죄에서 해방되었음을 확인하는 것이요, 어린양의 희생으로 구원을 이루었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그러므로 좀 더 진중하고 감사한 마음으로 기도해야 합니다. “하느님의 어린양,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주님, 자비를 베푸소서. 하느님의 어린양,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주님, 평화를 주소서.”우리는 온 마음으로 기도해야 합니다. “주님, 제 안에 주님을 모시기에 합당치 않사오나 한 말씀만 하소서 제 영혼이 나으리이다.”
하느님은 우리의 구원을 위해 외아들을 제물로 내놓으셨습니다. 이제 우리가 우리 이웃에게 어린양, 향기로운 예물과 제물이 되어야 할 때입니다. “그분께서 우리를 위하여 당신 목숨을 내놓으신 그 사실로 우리는 사랑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도 형제들을 위하여 목숨을 내놓아야 합니다”(1요한 3,16).더 큰 사랑을 담아 사랑합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