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순 제4 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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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103 조재형 [umbrella] 스크랩 2025-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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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산책길에 기분 좋게 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하나는 새롭게 옷을 입는 나무들입니다. 연한 녹색의 새잎이 기분을 좋게 합니다. 자연은 이렇게 겨울이 지나고, 새봄이 왔음을 알려줍니다. 다른 하나는 저를 환영하는 새들의 노래입니다. 며칠 전에 녹음한 것이 있는데 잠시 들려드리겠습니다. 아름답죠 어릴 때 읽었던 동화가 생각납니다. “어느 마을에 욕심쟁이 거인이 살고 있었습니다. 그는 자신의 정원에서 아이들이 노는 것을 싫어해 높은 담장을 쌓고 '출입 금지' 팻말을 붙였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로 거인의 정원에는 늘 겨울만 계속되었습니다. 봄, 여름, 가을이 찾아와도 다른 곳에는 꽃이 피고 새들이 노래했지만, 거인의 정원은 항상 춥고 쓸쓸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이들이 몰래 담장을 넘어와 정원에서 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얼어붙었던 정원에 봄이 찾아왔고, 꽃이 피고 새가 노래했습니다. 그 모습을 본 거인은 자신이 잘못했음을 깨닫고, 아이들에게 정원을 열어 주었습니다. 그는 담장을 헐어버리고, 아이들과 함께 정원을 가꾸며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봄은 우리의 마음을 열면서 찾아옵니다.
오늘 성서 말씀은 우리 마음에 봄이 오는 방법을 알려줍니다. 우리의 마음에 ‘욕심, 질투, 욕망, 교만, 게으름, 분노, 원망’이 있으면 세상에는 봄이 올지라도, 우리 마음은 추운 겨울이 계속될 것입니다. 오늘 제1독서는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그들이 그 땅의 소출을 먹은 다음 날, 만나가 멎었다. 그리고 더는 이스라엘 자손들에게 만나가 내리지 않았다. 그들은 그해에 가나안 땅에서 난 것을 먹었다.” 이스라엘 백성이 젖과 꿀이 흐르는 약속의 땅으로 가기까지 40년의 세월이 필요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40년 동안 ‘정화’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하느님께서 주신 ‘십계명’을 실천했습니다. 사순시기는 우리의 마음을 정화하는 시간입니다. 단식, 기도, 희생, 자선은 우리의 마음을 정화하는 좋은 방법입니다. 본당에서는 이번 사순시기에도 성경 필사를 하도록 하였습니다. 하느님의 말씀은 우리들의 마음을 깨끗하게 만들어 줄 것입니다.
오늘 복음은 우리 마음에 봄이 오는 길을 알려줍니다. 예수님께서는 ‘돌아온 아들’의 비유를 통해서 우리 마음에 봄이 올 수 있는 방법을 알려 주셨습니다. 그것은 ‘회개’입니다. 방탕한 생활을 했던 둘째 아들은 자기의 잘못을 뉘우치고 아버지께 돌아와서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아버지, 제가 하늘과 아버지께 죄를 지었습니다. 저는 아버지의 아들이라고 불릴 자격이 없습니다.” 자비로운 아버지는 둘째 아들의 모든 잘못을 용서하면서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어서 가장 좋은 옷을 가져다 입히고 손에 반지를 끼우고 발에 신발을 신겨 주어라. 그리고 살진 송아지를 끌어다가 잡아라. 먹고 즐기자. 나의 이 아들은 죽었다가 다시 살아났고 내가 잃었다가 도로 찾았다.” 예수님께서는 오늘 복음에서 큰아들의 이야기도 하셨습니다. 큰아들은 아버지에게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보십시오, 저는 여러 해 동안 종처럼 아버지를 섬기며 아버지의 명을 한 번도 어기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저에게 아버지는 친구들과 즐기라고 염소 한 마리 주신 적이 없습니다.” 큰아들은 아버지의 집에 살면서도 그 기쁨을 잘 몰랐습니다. 아버지의 집은 언제나 화사한 봄이었지만, 큰아들의 마음은 ‘겨울’이었습니다.
저는 오늘 복음을 묵상하면서 어머니를 생각하였습니다. 어머니는 방황하면서 집을 나갔던 둘째 형을 걱정하였습니다. 형이 돌아오면 먹을 수 있도록 늘 따뜻한 밥을 한 공기 준비하였습니다. 어느 날, 둘째 형이 바람처럼 집으로 돌아오면 어머니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았습니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어머니는 둘째 형을 위해서 따뜻한 밥을 마련해 주었습니다. 어머니의 가슴에는 앞가림을 잘하는 형제들의 자리도 있었지만, 방황하던 둘째 형을 위한 자리가 있었습니다. 어머니는 둘째 형이 있어야 할 자리가 비어 있는 것이 늘 마음 아팠습니다. 그래서 둘째 형이 돌아오면 어머니의 그늘이 모처럼 활짝 갠 하늘 같았습니다. 돌아보면 저는 오늘 복음에 나오는 큰아들처럼 지냈습니다. 이해하고, 용서하는 어머니의 마음보다는 무시하고, 비난하는 마음이 있었습니다. 저는 어머니의 집에 있었지만, 마음은 세상의 것들에 있었던 큰아들과 같았습니다.
사순시기입니다. 어디에 있는지도 중요하지만, 어떤 마음을 가지는지가 더 중요합니다. 둘째 아들처럼 ‘희망’을 간직하고 아버지의 집을 그리워한다면, 방향을 돌려서 아버지께 돌아올 수 있다면 자비하신 아버지께서는 사랑으로 받아 주십니다. 큰아들처럼 ‘비난과 불평’을 간직하고 있다면 아버지의 집에 있을지라도 참된 행복을 얻을 수 없습니다. 세상에서 방황하고 있다면 희망의 배를 타고 아버지께 돌아오면 좋겠습니다. 아버지의 집에 있으면서도 불평과 불만이 있다면 감사하는 마음으로 아버지의 자비를 배우면 좋겠습니다. “하느님과 화해하십시오. 하느님께서는 죄를 모르시는 그리스도 안에서 세상을 당신과 화해하게 하시면서, 사람들에게 그들의 잘못을 따지지 않으시고 우리에게 화해의 말씀을 맡기셨습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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