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 01. 보이지 않는 시작 / 임신 1–4주 / 대림 1주)
'꼴'보다 먼저 오는 '예'의 순간
#깨어남 #Fiat #기초세우기
생명이 자라기 위해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형태가 아니다.
심장도, 신경도, 뼈도 만들어지기 전,
단 하나의 신비로운 조건이 먼저 필요하다.
바로 “받아들일 자리”다.
어머니의 몸이 미세하게 온도를 맞추고,
착상을 위한 조용한 준비를 시작하는 순간.
아직 아무것도 없지만,
모든 것이 가능해지는 시간.
오늘 복음(마태 8,5-11) 속 백인대장의 태도는
이 첫 순간의 영적 풍경을 닮았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 주님, 저는 주님을 제 지붕 아래로 모실 자격이 없습니다.그저 한 말씀만 해 주십시오." (마태 8,8)
형태는 없지만, 이미 '예'가 이루어진 상태.
모습은 없지만, 이미 자리를 내어드린 마음.
준비는 미완이지만, 신뢰는 이미 완전한 순간
그의 말은 “지금 당장은 아무 준비도 되어 있지 않지만
당신이 오시기에 충분한 빈자리가 있습니다”라는 고백이었다.
임신 초기의 생명도 이렇게 시작된다.
아직 뭉툭한 세포 덩어리에 불과하지만,
그 자리는 이미 하나의 존재를 위한 집이 된다.
눈에 보이지 않는 공간 속에서
미래의 방향이 묵묵하게 결정된다.
우리도 살아가다 보면
아직 형태가 갖춰지지 않은 꿈,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소명,
막연한 끌림이나 움직임을 느낄 때가 있다.
그때 필요한 것은
확실한 계획이나 완벽한 자격이 아니다.
단지, “한 말씀만 하소서”라고 말할 수 있는
아주 작은 신뢰의 자리.
그 자리에서 모든 변화가 시작된다.
대림 시기는
계획보다 마음을 먼저 열어두는 연습을 하는 때다.
결정 난 것이 없어도,
보이는 결과가 아직 없어도,
이미 시작된 은밀한 움직임을 믿어 보는 시간이다.
오늘 하루,
어떤 일에도 완벽한 준비가 되지 않았다면
그것을 부끄러워하지 않으면 좋겠다.
생명도 그렇게 시작된다.
꼴(form)보다 먼저 오는 것은 언제나 받아들일 마음이니까.
작은 이의 기도
주님,아직 준비되지 않았다고 느낄 때
당신을 모실 작은 자리 하나라도 열어두게 하소서.
확실한 형태가 없어도
이미 시작된 가능성을 믿게 하시고,
작지만 진실한 나의 ‘예’를 받아 주소서.
오늘도 제 안에서 자라는
보이지 않는 움직임을 알아듣게 하소서.
아멘.
Today's Word
"꼴(form)이 갖춰지기 전 에 먼저 필요한 것은, 받아들일 작은 자리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