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림 제1주간 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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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6659 조재형 [umbrella] 스크랩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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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만남이 있었습니다. 31년 전 용산 성당에 보좌신부로 있었습니다. 당시 본당 봉사자였던 자매님이 제가 달라스에 있는 것을 알고 연락했습니다. 딸이 지금 달라스에 있는데, 혼배 미사를 해 줄 수 있는지 연락했습니다. 저는 당연히 도와 줄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제가 용산 성당에 있을 때 초등학생이었던 따님은 달라스에 와서 자리를 잡았고, 혼인할 배우자가 있었습니다. 저는 그것이 인연이 되어서 관면 혼배를 할 수 있게 도와주었고, 새로 개업한 가게를 축성해 주었습니다. 한국으로 휴가 갔을 때 자매님은 제게 한번 만나고 싶다고 했습니다. 자매님은 제가 예전에 본당 신부로 있던 적성 성당엘 다니고 있었습니다. 자매님은 적성에서 서울까지 2시간 넘게 운전해서 왔습니다. 저는 31년 만에 자매님을 만났습니다. 자매님은 제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습니다. 성당과 멀어질 뻔했던 딸이 저로 인해서 다시금 신앙 안에서 살게 되었다고 고마워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하늘에 계신 너희의 아버지가 자비로우신 것처럼 너희도 자비로운 사람이 되어라.” 세상은 사필귀정, 인과응보의 질서 속에서 돌아갑니다. 그러나 우리의 어머니는 사필귀정과 인과응보로 자녀를 대하지 않습니다. 비록 자녀가 마음에 들지 않았어도, 비록 자녀가 잘못했어도 어머니는 자비로운 마음으로, 사랑하는 마음으로 자식을 기다려주고, 받아줍니다. 하느님께서 자비로우신 것처럼 어머니도 자비롭기 때문입니다. 본당 사제가 열심히 한다고 해도 30%의 교우는 그것을 알아주지만, 30% 교우는 불만을 이야기합니다. 40%의 교우는 본당 사제의 사목에 큰 관심이 없습니다. 그러나 본당 사제가 임기를 마치고 떠나면 본당 사제에 대한 불만보다는 그래도 좋았던 점을 기억하기 마련입니다. 어머니가 멀리 외국에 있는 딸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도 그랬습니다. 딸에 대한 좋은 기억을 이야기하였습니다. 우리가 신앙인으로 사는 것은 우리의 능력과 업적을 인정받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비록 우리가 부족해도, 비록 우리가 잘못했어도 우리를 받아주시고, 용서해 주시는 하느님의 자비하심을 믿기 때문입니다.
오늘 독서는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그날에는 귀먹은 이들도 책에 적힌 말을 듣고 눈먼 이들의 눈도 어둠과 암흑을 벗어나 보게 되리라. 겸손한 이들은 주님 안에서 기쁨에 기쁨을 더하고 사람들 가운데 가장 가난한 이들은 이스라엘의 거룩하신 분 안에서 즐거워하리라.” 저는 그날이 시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기다리기도 했고, 그래서 떠나려고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날은 저의 마음이었습니다. 그날은 시간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날은 어떠한 처지에서도 감사하는 마음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날은 언제나 기뻐하는 마음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날은 늘 기도하는 마음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불평하고, 지금 원망하고, 지금 비관하면 언제나 제가 머무르는 곳은 가시방석입니다. 그러나 지금 감사하고, 지금 기뻐하고, 지금 기도하면 제가 머무르는 곳은 언제나 꽃자리입니다. 넉넉한 마음과 진중한 마음으로 신자들과 함께하는 신부님들에게 그날은 늘 ‘꽃자리’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그날은 언제나 딸을 사랑하는 어머니의 마음입니다. 그날은 딸을 위해서라면 몇 시간씩 운전해서 오는 어머니의 사랑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눈이 먼 소경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비록 앞을 볼 수 없었지만, 소경은 불평하거나 원망하지 않았습니다. 비록 앞을 볼 수 없었지만, 소경은 하느님 나라를 선포하시는 예수님의 소문을 들었습니다. 가난한 이들과 함께하신다는 예수님의 소문입니다. 아픈 이를 치유해 주신다는 소문입니다. 죄인들을 따뜻하게 품어주신다는 소문입니다. 그래서 앞을 볼 수 없었지만, 소경은 주님께로 나아갔습니다. 그리고 눈이 먼 것은 죄를 지었기 때문이 아니라 하느님의 영광이 드러나는 것이라고 고백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소경의 갈망을 보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비록 눈이 멀었을지라도 하느님의 사랑을 보았던 소경의 마음을 보셨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너희가 믿는 대로 되어라. 그러자 그들의 눈이 열렸다.” 감사할 수 있다면, 기뻐할 수 있다면, 기도할 수 있다면 주님께서는 우리의 영적인 마음을 환하게 열어 주실 것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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