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중 제2주간 수요일, 성녀 아녜스 동정 순교자 기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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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7539 박영희 [corenelia] 스크랩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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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2주간 수요일, 성녀 아녜스 동정 순교자 기념] 마르 3,1-6 "손을 뻗어라.”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안식일을 맞아 하느님께 예배를 드리기 위해 회당을 찾으십니다. 그곳에는 한 쪽 손이 오그라든 장애우가 한 사람 있었지요. 회당에서 이루어는 예배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바리사이나 율법학자 같은 종교 지도자들입니다. 그런데 그들은 보통 정결함을 굉장히 중요하게 여기다보니 죄인이나 불치병 환자들처럼 율법적으로 ‘부정하다’고 여겨지는 이들과 한데 어울리는 것을 극도로 꺼렸지요. 그럼에도 회당 안에, 그것도 안식일에 한 쪽 손을 쓰지 못하는 병자가 있었다는 것은 다분히 ‘의도적’인 배치로 보입니다. 즉 그들은 불치병에 걸린 환자를 굳이 안식일에 회당에 데려다놓아 예수님 눈에 잘 띄게 만든 겁니다.
이미 여러 차례 수많은 이들 앞에서 놀라운 기적을 일으키신 예수님의 능력이라면 충분히 그를 치유하실 수 있을거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또한 사랑과 자비가 가득한 그분이라면 손을 쓰지 못해 먹고 살 길이 막막한 그를 가엾이 여겨 그냥 지나치지 않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즉 그들은 예수님의 권능을 인정했을 뿐만 아니라 그분의 마음 속에 있는 사랑과 자비를 알아보기까지 했던 겁니다. 그러나 그들의 안목과 앎이 예수님께 대한 믿음으로 이어지지는 못했지요. 그들에게 있어서 예수님은 구세주가 아니라 경쟁자였기 때문입니다. 믿음의 대상이 아니라 시기 질투의 대상, 제거해야 할 눈엣가시였기 때문입니다. 그 모든 것이 그들이 그토록 중요시 하는 율법을 통해 하느님과 그분 뜻을 바라보지 못하고 율법 그 자체에만, 그것에 적혀있는 글자에만 사로잡혀있었기에 생긴 문제들이었지요.
그들은 안식일 규정도 그런 시각으로 바라보았습니다. 그래서 하느님이 안식일이라는 제도를 왜 만드셨는지, 왜 율법 규정을 통해서 안식일에 세속적인 일을 하지 말라고 지시하셨는지 그 뜻을 헤아리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단지 ‘안식일 법’에서 ‘안식일에 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하는 일들을 하지 않는 것에만 온 신경을 기울였습니다. 또한 자기들이 안식일에 아무 것도 안하는 것을 너무나 자랑스럽게 여겼습니다. 그리고 그 자랑스러움을 다른 이들을 심판하고 단죄하는 무기로 삼았습니다. 마음이 영적 나태함과 교만으로 인해 한껏 오그라들어 있는, 그래서 신앙생활이 주는 참된 기쁨을 누리지 못하는 참으로 안타까운 모습입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그들에게 물으십니다. “안식일에 좋은 일을 하는 것이 합당하냐? 남을 해치는 일을 하는 것이 합당하냐? 목숨을 구하는 것이 합당하냐? 죽이는 것이 합당하냐?” 안식일 규정을 보다 잘 지키기 위해 중요한 것은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안 하는게 아니라, 반드시 해야할 중요하고 귀한 일들을 실천하는 일임을 알려주시기 위함입니다. 예수님께서 강조하셨던 용서와 화해, 사랑과 자비의 실천이 바로 그것이지요. 하느님을 위해, 그분 마음을 기쁘게 해드리기 위해 그분 뜻을 실천하는 이들은 죄책감과 불안함으로 마음이 주눅들지 않고 하느님을 향해 손을 쭉 뻗습니다. 그렇게 하느님께서 그들 손을 잡아주시면 그들 마음을 옭죄던 부정적인 것들이 사라지고 건강해져, 하느님께서 주시는 참된 기쁨을 온전히 받아 누릴 수 있습니다.
* 함 승수 신부님 강론 말씀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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