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중 제11주간 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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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170 조재형 [umbrella] 스크랩 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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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게는 탁상용 일정표가 있습니다. 미국에 와서부터 매년 일정표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집무실에도 있고, 사제관에도 있고, 핸드폰에도 있습니다. 작년부터는 형제님 한 분의 도움으로 구글 드라이브 일정표도 사용하고 있습니다. 컴퓨터와 핸드폰이 자동으로 연결되니 어디서든지 일정을 확인할 수 있고 수정할 수도 있습니다. 참 편리한 시대입니다. 그래도 저는 아직 탁상용 일정표가 정겹습니다. 손으로 직접 적어 내려가는 그 느낌 속에 지나온 시간과 만났던 사람들의 흔적이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신문사에 있을 때의 일정표를 보면 대부분 신문 홍보와 신문사 행사 일정이었습니다. 브루클린 한인 성당 미사 일정도 많았습니다. 성지순례 일정도 있었고, 동북부 ME 지도신부로 봉사하면서 봉사자들과의 일정도 많았습니다. 코로나 시절에는 신부님들과 함께하는 모임과 캠프 일정이 참 많았습니다. 지나고 보니 제가 도움을 주었다고 생각했던 일정들 속에서 오히려 제가 더 많은 도움을 받으며 살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한 가지 아쉬운 것도 있었습니다. 하느님 앞에서 조용히 저 자신을 돌아보는 기도와 피정의 일정은 많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달라스 성 김대건 안드레아 성당에 온 지도 어느덧 2년이 훌쩍 넘었습니다. 지금의 일정표에서 가장 우선되는 것은 미사입니다. 부주임 신부님이 3달 정도의 미사표를 정리해서 주면, 제 일정표에 먼저 기록합니다. 세례성사, 견진성사, 혼인성사와 같은 전례 일정도 있습니다. 사순 특강과 대림 특강, 성모의 밤과 같은 본당 행사도 있습니다. 중남부 꾸르실료 지도신부 일정도 있고, 북미주 한인 사목 사제 협의회 대표 신부로서의 일정도 있습니다. 때로는 이미 잡혀 있던 모든 계획을 내려놓고 가장 먼저 달려가야 하는 일정도 있습니다. 병자성사와 장례미사입니다. 어떤 일정은 저를 지치게도 하지만, 어떤 일정은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저를 다시 살아나게 합니다. 교구 사제들과의 만남과 피정의 시간입니다. 그런데 돌아보면 여기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제가 누군가를 도와준 일정도 많았지만, 사실은 제가 더 큰 위로와 힘을 받은 시간이 많았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너희는 자신을 위하여 보물을 땅에 쌓아 두지 마라. 그러므로 하늘에 보물을 쌓아라. 사실 너의 보물이 있는 곳에 너의 마음도 있다.” 예수님의 말씀은 아주 단순하지만 우리의 삶을 깊이 흔드는 말씀입니다. 우리는 누구나 일정표를 만들며 살아갑니다. 학생은 공부 일정표를 만들고, 회사원은 업무 일정표를 만들고, 부모는 자녀를 위한 일정표를 만듭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일정의 숫자가 아닙니다. 그 일정 안에 어떤 마음이 담겨 있는가입니다. 사람들은 보통 성공, 재물, 명예, 권력을 얻기 위한 일정표를 만듭니다. 좋은 대학, 좋은 직장, 더 많은 돈, 더 높은 자리를 위해 살아갑니다. 물론 그런 노력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그것만이 인생의 목적이 된다면 우리의 일정표는 땅에만 기록될 뿐입니다. 예수님께서는 하늘에도 기록되는 일정표를 만들라고 말씀하십니다. 누군가를 위해 기도한 시간, 아픈 사람을 찾아간 시간, 가족의 이야기를 들어준 시간, 용서하기 위해 참아낸 시간, 하느님의 뜻을 위해 자신을 낮춘 시간이 바로 하늘에 기록되는 일정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산상수훈에서 그런 삶을 알려주셨습니다. 마음이 가난한 삶입니다. 욕심과 욕망의 불을 끄는 삶입니다. 자비를 베풀고, 평화를 위해 일하며, 옳은 일을 위해 손해를 감수하는 삶입니다. 세상은 그런 삶을 손해라고 말할지 모릅니다. 그러나 하느님의 나라에서는 그것이 가장 귀한 보물이 됩니다. 우주는 너무 넓어서 빛조차 수만 년을 달려야 하는 곳이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사랑의 속도와 선행의 속도는 빛보다 빠릅니다. 누군가를 위한 작은 희생과 진심 어린 사랑은 시간과 공간을 넘어 사람의 마음을 움직입니다. 우리가 하느님의 사랑 안에서 행한 작은 선행 하나도 하늘에서는 절대 사라지지 않습니다.
매일 일정표를 만들며 살아갑니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바쁜 삶을 살았는가가 아닙니다. 하늘에도 기록될 수 있는 삶을 살았는가입니다. 오늘 하루의 일정 속에 기도의 시간이 있었는지, 누군가를 위한 사랑의 시간이 있었는지 돌아보면 좋겠습니다. 행운은 성공, 재물, 명예, 권력의 다른 이름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행복은 희생, 나눔, 헌신, 사랑의 다른 이름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오늘도 우리에게 말씀하십니다. “행복하여라,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 하늘나라가 그들의 것이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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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중 제11주간 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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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170
조재형
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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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예수님은, 기도할 때 빈말을 되풀이하지 않는 분입니다."(마태 6, 7 마음에 와 닿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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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169
한택규엘리사
0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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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드시 밀물 때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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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168
김중애
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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