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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국 신부님_뜨거운 하느님 사랑의 불꽃에 순식간에 소멸되어 버린 상처!

190298 최원석 [wsjesus] 스크랩 2026-06-26

 

젊은 사제 시절, 아이들 생활 시설에서 생활했습니다.
당시 소년원에서, 분류 심사원에서, 법원에서 수시로 저희에게 아이들을 보내주셔서, 기숙사는 아이들로 넘쳐났습니다. 
 
단체생활이다 보니 별의별 전염 질환들이 우리를 괴롭혔습니다.
그중에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옴이었습니다.
한방에 옴 걸린 아이가 들어오면 순식간에 전염됩니다.
어쩌다 보니 저도 옴에 걸렸는데, 정말이지 죽는 줄 알았습니다. 
 
얼마나 가려운지 밤새 피가 나도록 긁고 또 긁었습니다.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손가락 하나 하나에 붕대를 감고 잠자기도 했습니다.
더 이상 감당할 수 없었기에 나중에는 옴 방을 하나 만들었습니다.
격리 수용을 하게 된 것입니다. 
 
당시 그렇게 밤새 안절부절 못 하면서 나병 환자들이 겪었을 고통에 잠시나마 동참했습니다.
예수님 시대 가장 가난했으며 가장 비참한 삶을 살아갔던 사람들이 바로 나병 환자들이었습니다.
번번한 치료제도 없던 당시 매일 썩어 문드러져 가는 자신의 환부를 속수무책으로 바라만 보는 것은 참으로 큰 괴로움이었습니다. 
 
그런데 더 큰 고통이 있었으니 그것은 세상 사람들의 시선이었습니다.
당시 나병을 하느님의 벌로 보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나병에 걸리면 더 이상 사람 취급을 하지 않았습니다.
성 밖으로 나가 동굴에서 살아야 했습니다.
사람들과 세상으로부터 격리가 되는 것입니다.
한 마디로 사는 게 사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나병 환자는 보아하니 꽤 중증 환자였습니다.
그는 이미 오랜 세월 나병에 시달려왔습니다.
더 이상 내려갈 수 없는 가장 밑바닥까지 내려갔습니다.
이렇게 사느니 차라리 죽었으면 하는 심정이었습니다. 
 
그런데 치유자 예수님에 관한 소문을 들었습니다.
나병 환자는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을 것입니다.
‘내 인생의 마지막 기회로구나.
목숨을 한번 걸어보자.’ 하면서 율법규정까지 어겨가면서 예수님께 다가왔습니다. 
 
치유되고 싶은 심정이 얼마나 간절했으면 얼굴을 땅에 대고 완전 납작하게 엎드렸습니다.
그리고 정말이지 온몸과 마음을 다 담아서 절박하게 청합니다. 
 
주님! 주님께서는 하고자 하시면 저를 깨끗하게 하실 수 있습니다.” 
 
이윽고 예수님께서 손을 내밀어 그에게 대시며 말씀하셨다.
“내가 하고자 하니 깨끗하게 되어라.” 
 
참으로 감동적인 순간이 아닐 수 없습니다.
온몸이 종기로 뒤덮인 한 가련한 인간과 측은지심으로 가득 찬 하느님이 만나는 순간입니다.
그 순간 나병 환자가 지니고 있었던 수많은 죄와 상처, 종기, 고름은 뜨거운 하느님 사랑의 불꽃에
모두 소멸되어 버렸습니다.
그 대신 태초의 보송보송한 애기 피부로 아름답게 재생되었습니다. 
 

결국 죄인인 우리, 결핍과 상처투성이뿐인 우리 인간이 살길은 사랑 자체이신 하느님과의 지속적인 접촉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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