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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미사 (홍) 2026년 7월 25일 (토)성 야고보 사도 축일너희는 내 잔을 마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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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묵상ㅣ체험
성 야고보 사도 축일

190781 조재형 [umbrella] 스크랩 2026-07-24

1년에 두 번 성당 옥상에 올라갑니다. 에어컨 필터를 교체하기 위해서입니다. 옥상에 올라가려면 사다리를 타야 합니다. 80여 개의 필터를 교체하고 내려옵니다. 올라갈 때도, 내려올 때도 조심해야 합니다. 올라갈 때는 난간을 건널 때 조심해야 하고, 내려갈 때는 잘 보이지 않는 계단을 조심스럽게 밟아야 합니다. 그래도 에어컨 필터를 교체하고 나면 마음이 뿌듯합니다. 교우들이 조금 더 신선한 공기를 마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다리를 오르고 내리면서 우리 인생을 생각했습니다. 우리는 상향 이동을 꿈꾸며 살아갑니다. 오르는 계단은 업적, 능력, 실적, 성공, 명예, 재물입니다. 더 높은 곳을 향해서 공부하고, 일하고, 노력합니다. 자본주의라는 바벨탑은 이런 상향 이동을 통해서 발전하였고, 더 높이 올라갔습니다. 예수님의 제자들도 이런 상향 이동을 꿈꾸었습니다. 야고보와 요한은 예수님께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주님께서 영광의 자리에 오르시면 저는 주님의 오른쪽에, 동생 요한은 주님의 왼편에 앉게 해 주십시오.” 다른 열 제자도 말은 하지 않았지만, 마음속으로는 그런 상향 이동을 꿈꾸었습니다.

 

인류의 역사는 하향 이동의 역사이기도 합니다. 내려가는 계단은 청빈, 정결, 순종, 믿음, 희망, 사랑입니다. 벗을 위해 목숨을 바치는 사랑입니다. 주님의 영광을 위해서라면 부유함보다 가난함을 택하는 결단입니다. 주님의 영광을 위해서라면 모든 것을 비우고 독신의 삶을 선택하는 결단입니다. 주님의 영광을 위해서라면 세상의 명예와 재물을 기꺼이 버리고 하느님의 뜻을 선택하는 결단입니다. 불교에서 보살은 바로 이런 하향 이동을 선택한 분들입니다. 세상의 중생이 모두 깨달음의 길을 갈 때까지 세상에 남아서 수행하는 분을 보살이라고 합니다. 깨달아서 극락왕생할 수 있음에도 그것을 뒤로 미루고, 고통받는 이들과 함께 머무는 분을 보살이라고 합니다. 인도에서 평생을 가난한 이들과 함께했던 마더 테레사 수녀님도 하향 이동의 삶을 살았습니다. 아프리카 수단에서 가난한 이들과 함께했던 이태석 요한 신부님도 하향 이동의 삶을 살았습니다. 상향 이동의 삶이 만족과 성취감을 준다면, 하향 이동의 삶은 평화와 행복으로 인도합니다.

 

하향 이동의 삶을 가장 분명하게 보여 주신 분이 바로 예수님입니다. 예수님께서는 하느님의 아드님이셨지만 하늘의 영광에 머물지 않으시고, 사람이 되어 우리 가운데 오셨습니다. 왕궁이 아니라 마구간에서 태어나셨고, 권력자들의 식탁이 아니라 죄인들과 가난한 이들의 식탁에 앉으셨습니다. 병든 이를 찾아가셨고, 죄인에게 손을 내미셨고, 제자들의 발을 씻어 주셨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십자가라는 가장 낮은 자리까지 내려가셨습니다. 예수님의 길은 높아지는 길이 아니라 낮아지는 길이었습니다. 차지하는 길이 아니라 내어주는 길이었습니다. 섬김을 받는 길이 아니라 섬기는 길이었습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오늘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너희 가운데에서 높은 사람이 되려는 이는 너희를 섬기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으뜸이 되려는 이는 너희의 종이 되어야 한다.” 예수님께서 보여 주신 하향 이동은 실패가 아니라 구원의 길이었습니다. 낮아짐은 패배가 아니라 사랑의 완성이었습니다.

 

오늘 축일을 지내는 성 야고보 사도도 처음부터 이 길을 알았던 것은 아닙니다. 야고보 사도는 동생 요한과 함께 예수님의 영광스러운 자리를 청했습니다. 예수님의 오른편과 왼편에 앉고 싶어 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야고보에게 자리가 아니라 잔을 말씀하셨습니다. “너희는 내가 마시려는 잔을 마실 수 있느냐야고보는 처음에는 그 말의 뜻을 온전히 알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부활하신 주님을 만난 뒤, 성령을 받은 뒤, 야고보는 그 잔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명예의 잔이 아니라 십자가의 잔이었습니다. 성공의 잔이 아니라 순교의 잔이었습니다. 야고보 사도는 결국 사도들 가운데 가장 먼저 순교의 길을 걸었습니다. 처음에는 높은 자리를 청했던 야고보가 마침내 가장 낮은 자리에서 자신의 생명을 주님께 봉헌한 것입니다. 이것이 신앙의 성장입니다. 이것이 은총의 변화입니다.

 

야고보 서간은 이렇게 말합니다. “실천이 없는 믿음은 죽은 믿음입니다.” 우리가 아무리 좋은 말을 하고, 아무리 신앙을 고백하고, 아무리 하느님을 안다고 말해도 그 믿음이 삶으로 드러나지 않는다면 참된 믿음이라고 하기 어렵습니다. 믿음은 입술에만 머물러서는 안 됩니다. 믿음은 손과 발로 내려와야 합니다. 믿음은 기도가 되어야 하고, 나눔이 되어야 하고, 용서가 되어야 하고, 희생이 되어야 합니다. 성당 옥상에 올라가 에어컨 필터를 교체하는 일도 작은 봉사입니다. 누군가는 보지 못하고, 누군가는 기억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보십니다. 누군가를 위해 땀 흘리는 일, 누군가를 위해 내려가는 일, 누군가를 위해 나의 시간을 내어주는 일, 그것이 바로 살아 있는 믿음입니다. 신앙인은 상향 이동을 부정하지 않습니다. 공부도 해야 하고, 일도 해야 하고, 책임도 맡아야 하고, 공동체 안에서 능력도 발휘해야 합니다.

 

그러나 신앙인은 상향 이동만을 목표로 삼지 않습니다. 더 높은 자리에 오를수록 더 낮은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더 많은 것을 가질수록 더 많이 나누어야 합니다. 더 큰 책임을 맡을수록 더 깊이 섬겨야 합니다. 세상은 높은 자리에 앉는 사람을 성공한 사람이라고 말하지만, 복음은 낮은 자리에서 섬기는 사람을 하느님의 사람이라고 말합니다. 오늘 성 야고보 사도의 축일을 지내며 우리도 묵상하면 좋겠습니다. 나는 지금 어디를 향해 오르고 있는가 그리고 나는 누구를 위해 기꺼이 내려가고 있는가너희 가운데에서 첫째가 되려는 이는 너희의 종이 되어야 한다. 사람의 아들도 섬김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섬기러 왔고, 또 많은 이들의 몸값으로 자기 목숨을 바치러 왔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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