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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봉모 신부 / 아레오파고스 법정에서 연설

190872 이정임 [rmskfk] 스크랩 2026-07-29

아레오파고스 법정에서 연설


송봉모 토마스모어 신부 ㅣ 서강대학교 신학대학원 교수

 

에피쿠로스 학파와 스토아 학파의 몇몇 철학자도 바오로와 대담을 나누었는데, 어떤 이들은 "저 떠버리가 도대체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인가?" 하기도 하고, 어떤 이들은 바오로가 예수님과 부활에 관한 복음을 전하는 것을 보고 "이방 신들을 선전하는 사람인 것 같군." 하고 말하였다. 그들은 바오로를 아레오파고스로 데리고 가서 물었다. ... 바오로는 아레오파고스 가운데 안에 서서 말하였다. (사도 17,18-22)

 

   바오로가 예수님의 죽으심과 부활에 대해 증언하자, 아테네 철학자 사이에서 두 가지 서로 다른 반응이 나왔다.

 

   첫째, 어떤 이들은 바오로를 '떠버리'로 조롱했다. 이 단어는 문자적으로 시장 바닥의 낟알을 쪼아 먹는 새를 의미하나, 은유적으로 여기저기서 주워 모은 지식의 부스러기를 마치 자기 것인 양 떠벌리는 사람을 경멸적으로 지칭한다. 아테네의 정통 철학자들은 바오로의 메시지를 체계도 없고 깊이도 없는 잡설로 격하했던 것이다.

 

   둘째, 다른 그룹은 바오로가 '이방 신들'을 선전한다고 오해했다. 이들은 바오로가 예수님과 부활에 대해 말하는 것을 두 명의 이방 신(예수라는 남신과 부활이라는 여신)을 소개하는 것으로 잘못 이해한 것이다. 이러한 오해는 결코 무해하지 않았다. 소크라테스가 사형 선고를 받은 죄목이 바로 이방 신들을 젊은이들에게 퍼뜨렸다는 혐의였기 때문이다.

 

   아레오파고스(아레스의 언덕)는 아크로폴리스 바로 앞에 있는 높이 약 115미터의 돌 언덕이다. 고대 아테네 시대부터 이곳에서는 아레오파고스 의회라 불린 중요한 정치 · 사법 기구가 활동했다. 이는 단순한 모임 장소가 아니라 아테네의 법적 권위를 대표하는 기관으로, 구성원은 주로 임기를 마친 최고 행정관 출신의 귀족들(약 60명)로 이루어졌으며 종신직을 보유했다. 오늘날 그리스의 대법원이 여전이 '아레오파고스'로 불리는 것은 이 역사적 중요성을 반영한다.

 

   많은 성서학자들은 바오로가 단순히 아레오파고스 언덕에서 군중 앞에 연설한 것이 아니라, 아레오파고스 의회의 정식 심문을 받았다고 해석한다. 이는 네 가지 문법적 · 문맥적 근거에 의해 뒷받침된다.

 

   첫째, 강압적 호송을 나타내는 동사 : 사도행전 17장 22절의 "데리고 가다."에 해당하는 그리스어 에피람바노마이는 "붙잡다."는 의미의 람바노마이에 접두사 에피를 붙인 합성어로, 강압적으로 붙잡아 끌어가는 행위를 의미한다. 이는 단순한 초청이 아닌 강제적 호송을 암시한다.

 

   둘째, '가운데 안에 서서'의 법정적 위치 : 바오로가 '아레오파고스 가운데 안에 서서' (사도 17,22) 연설했다는 표현은, 베드로와 요한이 유다 최고 의회에서 심문받을 때 의회 '가운데 안에 세워' (사도 4,7) 놓였던 것과 동일한 표현이다. 그리스어 '엔 메소스'는 의회의 중앙에서 피고인이 서 있는 법정의 형식을 나타낸다.

 

   셋째, 의회로부터의 퇴장: 연설 후 바오로가 "그들 가운데에서 나왔다."(사도 17,33)는 표현은 그리스어 '에크 메소스' ㅡ '안에서 밖으로' ㅡ를 사용하여, 앞서 언급된 '안에'의 반대 개념을 명확히 한다. 이는 의회 의사당을 떠나는 것을 나타낸다.

 

   넷째, 장소 이동의 필요성 : 철학자들이 굳이 광장에서 높고 비탈진 언덕으로 바오로를 옮길 필요가 있었던 것은 공식적으로 심문과 검토를 위해서였다. 이는 단순한 대담이 아닌 법정 절차를 암시한다.

 

   결론적으로 바오로는 아레오파고스 의회에서 점검과 심문을 받기 위해 호송되었고, 그가 했던 연설은 그가 전하고 있던 새로운 신(들)에 대한 자기 변호였다. ●

 

* 출처 :예수회 후원회 이냐시오의 벗들 2026.5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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