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묵상ㅣ체험
- 양승국 신부님_더위를 즐깁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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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960 최원석 [wsjesus] 스크랩 2026-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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펄펄 끓는 폭염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저희 피정 센터가 바닷가 언덕 위라 그동안 시원했는데, 이제는 저희 집도 방법이 없습니다.
그냥 하루를 잘 버티는 것 만해도 칭찬받아야 할 극한 더위입니다.
그래도 극성수기라 청소년 신앙학교는 계속됩니다.
오늘 오전 2박 3일 일정으로 한 본당 아이들이 빠져나갔지만, 한가하게 쉴 수가 없습니다.
이틀 후면 또 다른 일정이 계속됩니다.
하루 온종일 아이들이 빠져나간 자리를 청소하고 점검하고, 마무리로 어마어마한 양의 쓰레기까지
분리 수거해서 한 트럭 배출하고 나니, 어느새 밤 9시가 넘었습니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뙤약볕에 땀을 뻘뻘 흘리고 있는 저를 보며 불쌍한 시선을 보내지만, 저는 솔직히 너무나 보람되고 행복합니다.
너무 너무 덥다고 투덜대면서 하루 온 종일 시원한 에어컨 바람 쐬며 지내는 것보다,
온 몸으로 땀을 다 배출하며 열심히 일하니 마음이 얼마나 뿌듯해지는지 모릅니다.
팍팍한 하루 일과를 마치고 찬물로 시원하게 샤워를 하고 들이키는 캔 맥주 한잔!
천국이 따로 없습니다.
천국이란 자비하신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주시는 무상의 선물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천국은
우리가 만들어가는 것이기도 합니다.
가치 있고 의미 있으며, 보람된 일을 찾아 땀 흘려 일하고, 헌신하는 과정에서 얻는 기쁨을 만끽한다면, 어쩌면 천국을 앞당겨 사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덥다 덥다 외치며 괴로워하지만 마시고, 하루에 한 번씩이라도 땀을 흠뻑 흘려보시기 바랍니다.
이왕이면 보람되고 의미 있는 일, 주님과 이웃, 공동체를 위한 헌신의 기회를 만들어보시기 바랍니다.
사람들이 나몰라라 하는 성당 공용 화장실, 땀 뻘뻘 흘리며 시원하게 한번 청소해보시기 바랍니다.
그보다 더 좋은 피서, 주님께서 기뻐하실 피서는 다시 또 없을 것입니다.
요즘 더위 때문에 고생하는 우리들처럼 역풍을 만나 고생하고 있는 제자들을 보고 예수님께서는 나 몰라라 하지 않으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언덕 위에 서서 ‘쌩고생’하던 제자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다 지켜보고 계셨습니다.
이윽고 개입하실 순간이 오자 지체 없이 제자들을 향해 다가가십니다.
죽음의 공포에 휩싸였던 제자들을 향해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용기를 내어라. 나다. 두려워하지 마라.”(마태 14, 27)
이윽고 주님께서 배에 오르시자 미친듯했던 바다는 순식간에 잠잠해졌습니다.
고통의 바다(苦海)인 이 세상을 건너가며 갖은 역풍에 시달리는 우리에게 오늘 복음은 큰 위로와 희망을 주고 있습니다.
삶이 흔들릴 때 마다, 죽을 것만 같은 회색빛 날들이 계속될 때마다, 반드시 기억하십시오.
예수님께서는 단 한 순간도 우리에게서 당신 눈길을 떼지 않고 우리의 상황을 지켜보고 계신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아무리 큰 파도가 다가온다 할지라도, 아무리 칠흑 같은 밤길이 거듭된다 할지라도, 머지않아 그분께서 내 인생의 배 위로 올라오시면 순식간에 역풍은 멎게 될 것입니다.
어쩌면 우리네 인생이란 하느님 아버지의 나라를 향해 걸어가는 여행길입니다.
여행을 편안하게 하기 위해서는 관대한 마음이 필요합니다.
여행지에서는 집에서처럼 안락한 잠자리를 꿈꿀 수는 없습니다.
물설고 낯선 나라에서까지 내 입에 딱 맞는 향토음식을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여행 중에 만나게 되는 갖은 불편들, 낯선 문화와 접하면서 겪게 되는 스트레스들, 그러려니 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순례자로서의 바람직한 자세입니다.
인생의 역풍으로 인해 두려울 때 마다, 갖은 인생의 고통으로 인해 힘겨울 때 마다, 우리 항해의 선장이신 예수님께서 나와 함께 계시고, 내 인생의 배, 선장실에 앉아계시고, 언제든지 내게 다가올 준비를 하고 계심을 기억하는 하루가 되면 좋겠습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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