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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시지] 2026년 성모 승천 대축일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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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95 굿뉴스 [goodnews] 스크랩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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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성모 승천 대축일 메시지
“전능하신 분께서 나에게 큰일을 하셨기 때문입니다”
(루카 1,49)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성모 승천 대축일을 맞아 여러분 모두에게 주님의 평화가 함께하시기를 빕니다. 오늘 우리는 성모님의 승천 안에서 하느님께서 이루신 큰일을 바라봅니다. 성모님께서 영혼과 육신이 함께 천상 영광에 들어 올림을 받으신 것은, 우리의 삶이 하느님의 은총 안에서 완성되리라는 희망의 표징입니다. 성모 승천은 인간의 참된 위대함이 우리의 힘과 능력에 있지 않고 하느님과 이루는 친교와 사랑 안에 있음을 밝혀 줍니다.
성모님께서는 가난과 피난의 고통을 겪으셨고, 십자가 아래에서 아드님의 죽음을 지켜보셨습니다. 그러나 하느님의 말씀을 마음에 간직하시고 엘리사벳에게 서둘러 찾아가셨으며, 아드님의 곁을 끝까지 지키셨습니다. “전능하신 분께서 나에게 큰일을 하셨기 때문입니다.”라는 말씀은 성모님께서 온 생애로 드러내신 믿음의 고백이었습니다. 성모님의 위대함은 고통이 없었던 데 있지 않고, 고통 속에서도 하느님을 신뢰하며 사랑을 포기하지 않으신 데 있습니다.
성모님의 삶은 오늘 우리가 인간의 가치를 무엇으로 판단하는지도 되묻게 합니다. 인공지능이 빠르게 발전하는 요즘, 사람의 가치를 능력과 효율만으로 재단하려는 유혹도 커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 성모님 안에서 이루신 큰일은 인간의 존엄이 능력이나 성과로 환원될 수 없음을 보여 줍니다. 레오 14세 교황님께서 첫 회칙 〈Magnifica Humanitas〉에서 일깨우시듯, AI를 비롯한 과학기술이 삶을 크게 바꾸는 시대일수록 우리는 기술이 ‘무엇을 할 수 있는가’만이 아니라, ‘인간다움의 존엄과 공동선에 어떻게 이바지해야 하는지’도 물어야 합니다.
어린이와 청년, 노인과 병든 이, 성소수자와 가난한 이 모두가 하느님의 모상입니다. 인공지능이 더 많은 일을 대신하는 시대일수록, 기술이 약한 이들을 돕고 사람 사이의 관계를 깊게 하는 데 쓰이는지 세심히 살펴야 하겠습니다. 아울러 기술의 혜택이 일부에게만 머물러 새로운 소외와 불평등을 낳고 있지는 않은지도 함께 돌아볼 일입니다.
무엇보다 질병과 실패, 관계의 상처와 이별을 겪는 이들의 곁을 지켜야 하겠습니다. 신앙은 고통 없는 삶을 보장하지 않지만, 어떠한 고통도 우리를 하느님의 사랑에서 떼어 놓을 수 없다는 희망을 품게 합니다. 인간의 한계를 결함으로만 여기면 고통받거나 도움이 필요한 이들의 생명을 덜 소중히 여기기 쉽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고통을 덜어 주기 위해 힘쓰되, 생명의 존엄을 끝까지 지켜야 합니다. 성모 승천은 연약한 우리의 몸과 삶도 하느님의 구원에서 제외되지 않으며, 그분의 은총 안에서 온전히 완성된다는 것을 보여 줍니다.
인간의 존엄을 지키는 일은 개인의 생명을 돌보는 데 그치지 않고,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사회의 관계를 치유하는 일로 이어져야 합니다. 분열과 대립이 깊어지는 우리 사회와 민족의 현실에서도 서로를 존중하며 화해와 평화의 길을 열어 가야 합니다. 오늘 우리는 성모 승천 대축일과 함께 광복절도 기념합니다. 나라를 되찾기 위해 희생하신 선열들을 기억하며, 분단과 적대의 상처를 하느님의 자비에 맡깁니다. 광복의 참뜻을 오늘 우리의 삶 안에서 이어 가려면, 미움과 불신으로 갈라진 마음이 치유되고 서로를 향한 신뢰를 다시 깊게 해 나가야 합니다. 이를 위해 우리 각자가 서로를 배척하는 말을 삼가고, 이해와 대화의 길을 선택해야 하겠습니다.
이러한 마음으로, 북녘의 모든 형제자매에게도 주님의 은총이 함께하기를 청합니다. 하루빨리 남과 북이 대화의 장에서 서로 마주할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성모님께서는 불확실한 현실이 아직 달라지지 않았을 때에도 하느님께서 이루실 구원을 믿고 노래하셨습니다. 성모님께서 복되신 까닭은 모든 일을 미리 이해하셨기 때문이 아니라, 하느님의 말씀이 반드시 이루어지리라고 믿으셨기 때문입니다. 하느님께서 이루시는 구원의 큰일은 가장 약한 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우리의 작은 선택에서도 드러납니다.
특별히 다가오는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를 준비하며, 청년들이 성모님처럼 하느님의 말씀을 믿고, 세상 안에서 희망과 화해와 평화의 일꾼으로 살아가도록 마음을 모아 동행합시다.
하늘에 올림을 받으신 동정 마리아의 전구를 청하며,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참된 사랑을 살아갈 힘을 주시고 갈라진 마음을 치유하시어, 마침내 영원한 생명의 기쁨에 이르게 해 주시기를 기도합니다.
“행복하십니다, 주님께서 하신 말씀이 이루어지리라고 믿으신 분!”(루카 1,45)
천주교 서울대교구장·평양교구장 서리
정순택 베드로 대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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