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청년대회) 교회에 맡겨진 임무 ― 오직 그리스도와 그분의 복음
-
2980 박소영 [b38927] 스크랩 2026-08-10
-
몇 년 전 명동성당을 다녀온 뒤, 저는 더 이상 그곳을 방문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예전보다 세속의 문화와 정신이 교회 안으로 깊이 들어와 있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성당 건물 지하에는 여러 상가가 들어서 있어, 마치 기차역이나 일반적인 공공장소처럼 쉽게 음식과 상품을 구입할 수 있었습니다. 성당 밖으로 나오면 주변에는 화려한 건물들이 들어서 있고, 야외에서는 관광객들이 사진을 찍으며 즐기는 모습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성당이 미사와 기도를 봉헌하고 하느님을 찾는 거룩한 공간이라기보다 세상의 일상적인 공간과 크게 다르지 않게 느껴지는 모습이었습니다.
반대로 루르드나 파티마와 같은 성지에서는 온종일 미사가 봉헌되고 묵주기도와 성체조배가 이어지며, 많은 순례자들이 하느님을 찾고 기도하기 위해 모입니다. 그곳에서는 무엇보다 기도와 미사가 중심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서원을 실천하는 길』의 저자 정원일 가브리엘 신부님께서도 파티마와 루르드와 같은 성지에 대해 “도시 전체가 기도하는 곳”이라고 표현하셨습니다. 밤낮으로 미사와 묵주기도가 이어지고 순례자들의 기도가 끊이지 않는 곳에서는, 그 거룩한 분위기가 주변의 세속적인 정신마저 물러나게 하는 듯합니다.
<교회는 복음대로 살아야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성전에서 소와 양과 비둘기를 파는 이들과 환전상들을 몰아내시며 말씀하셨습니다.
"이것들을 여기에서 치워라. 내 아버지의 집을 장사하는 집으로 만들지 마라." (요한 2,16)
성전은 세상의 것을 즐기고 거래하는 곳이 아니라 하느님을 섬기고 기도하는 곳이어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예수님을 따라야 합니다.
"누구든지 내 뒤를 따라오려면, 자신을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 한다."(마태 16,24)
예수님을 섬긴다는 것도 결국 그분을 따르는 것입니다.
"누구든지 나를 섬기려면 나를 따라야 한다. 내가 있는 곳에 나를 섬기는 사람도 함께 있을 것이다. 누구든지 나를 섬기면 아버지께서 그를 존중해 주실 것이다."(요한 12,26)
그러므로 교회가 세상에 복음을 전하려면 먼저 세상의 정신을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를 따라야 합니다.
복음은 세상의 문화를 끌어들여 사람들의 관심을 얻은 다음 전하는 것이 아니라, 복음을 살아가는 우리의 삶을 통해 전해져야 합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WYD)를 둘러싼 최근의 논란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 ― 세금 972억 원 논란보다 더 중요한 것>
최근 서울시의회와 서울시교육청은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 지원 조례안을 통과시켰습니다. 이를 둘러싸고 약 972억 원의 세금이 투입될 수 있다는 논란이 제기되었습니다.
그러나 관련 보도에 따르면 이 금액은 확정된 예산이 아니라, 최대 참가자 100만 명을 전제로 산출한 비용추계액이며, 실제 예산은 앞으로의 예산 편성과 의회 심의 등을 거쳐 결정될 예정입니다. 참가자 부담과 민간 후원 등을 고려하면 실제 공공 부담도 달라질 수 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여기에서 우리가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은 단순히 세금이 얼마나 투입되는가만은 아닐 것입니다.
더 근본적으로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가 있습니다.
공공의 지원을 받기 위해 세계청년대회의 성격을 어떻게 설명하고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해당 기사에서는 서울 WYD를 “청년, 평화, 보편적 인류애, 종교 간 화합”을 위한 대회, 그리고 “사회적 연대”를 구현하는 대회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또한 지원 조례 역시 특정 종교를 지원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대규모 국제행사를 안전하게 준비하기 위한 공공 협력의 근거라고 설명합니다.
물론 세계 각국의 청년들이 참여하는 대규모 국제행사인 만큼 평화와 환대, 문화 교류와 사회적 연대라는 의미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여기에서 한 가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한 사회적 가치들이 세계청년대회의 본래 목적을 대신할 수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세계청년대회는 이름 그대로 가톨릭교회의 세계청년대회입니다. 따라서 공공의 지원을 받기 위해 그 성격을 일반적인 국제문화행사나 사회적 연대 행사와 같은 모습으로 설명해야 한다면, 우리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습니다.
세상의 지원을 받기 위해 교회의 정체성을 세상의 기준에 맞추고 있는 것은 아닌가?
공공의 안전과 교통, 의료, 질서 유지 등을 위해 행정적인 지원을 하는 문제와, 그러한 지원을 받기 위해 가톨릭교회의 행사를 일반적인 국제행사처럼 규정하는 문제는 서로 다른 문제입니다.
<교회에 맡겨진 임무>
이와 관련하여 성모님께서 1986년 10월 27일 산또메로에서 주신 337번 메시지를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당시 세계 여러 종교의 대표자들이 함께 모여 평화를 기원하고 있었습니다. 성모님께서는 이러한 상황에서 평화가 단순히 “인간적 토론이나 상호 협정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인류가 회개의 길을 통해 하느님께 돌아와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교회에 맡겨진 임무가 무엇인지 분명하게 말씀하셨습니다.
(337. 교회에 맡겨진 임무,2-3)
"홀로 예수 그리스도만이 당신 '사랑의 성령' 안에서 성부께 이르는 길을 너희에게 알려 주셨다. 누구든지 '진리'를 알 필요가 있고, '예수님의 복음'을 받아들이며 따를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것이 교회에 맡겨진 임무이다."
성모님께서는 교회의 성직자와 수도자와 평신도가 해야 할 일에 대해서도 매우 분명하게 말씀하셨습니다.
(337. 교회에 맡겨진 임무,4)
"이것이 교회의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가 오늘날 해야 할 일인즉, 예수 그리스도 홀로 너희의 '구세주'요 '구속자'라는 기쁜 소식을, 순교자들의 용기와 신앙 고백자들의 강인함을 가지고 온 세상에 선포해야 한다. 오로지 예수 그리스도께서만 너희에게 평화를 가져오실 수 있다. 두려워하거나 타협하지 않고 그분을 만민에게 전함으로써 그분의 이 신적 명령이 실현되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너희는 온 세상을 두루 다니며 모든 사람에게 내 복음을 선포하여라. 믿고 세례를 받는 사람은 구원을 받을 것이다.'"(마르 16,15-16)
이 말씀은 세계청년대회를 준비하는 우리에게도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습니다.
성모님께서는 당시 모든 종교를 인간적 가치라는 이름 아래 하나로 모으려는 시도에 대해서도 이렇게 경고하셨습니다.
(337. 교회에 맡겨진 임무,5)
"인간적 가치들을 수호하는 범세계적 종교 연합의 결성을 기대하면서, 모든 종교들을, 심지어 허구의 거짓 신을 예배하는 종교들까지도 포함해서, 한데 모으려는 시도는 헛되고 위험한 일일 뿐더러, 티없는 내 성심의 원의에도 걸맞지 않는다. 그렇게 하면 오히려 혼란의 증대와 종교적 무관심을 초래하고 참된 평화 실현을 더욱 어렵게 할 수 있다."
평화와 화합, 인류애와 사회적 연대가 아무리 좋은 가치라고 하더라도, 그것이 예수 그리스도와 그분의 복음을 대신해서는 안 됩니다.
성모님께서는 이 말씀을 마지막에 더욱 분명하게 정리하십니다.
(337. 교회에 맡겨진 임무,6)
"그래서 나는 오늘 이렇게 말한다: 만민에게 그리스도를 전하여라. 오직 '그리스도와 그분의 복음'에만 충실하여라. 그러면 너희가 참 평화의 건설자들이 되리라."
이 말씀은 앞서 살펴본 「가톨릭 교회 교리서」 제675항의 가르침도 떠올리게 합니다. 교리서는 교회가 마지막 시련을 겪게 될 때, 진리를 저버리는 대가로 인간의 문제를 외견상 해결해 주는 종교적 사기가 나타날 수 있다고 가르칩니다. 이 말씀은 우리에게 외적인 박해만이 아니라, 복음을 세상의 가치와 기준에 맞추어 교회의 본래적인 사명을 흐리게 하는 것도 경계해야 함을 생각하게 합니다.
그러므로 세계청년대회 역시 세상의 기준에 자신을 맞추기보다, 예수 그리스도와 그분의 복음을 중심에 두고 교회가 맡은 본래의 사명을 충실하게 수행하는 대회가 되어야 합니다.
교회가 세상에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은 세상의 기준에 자신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와 그분의 복음을 세상에 온전히 전하는 것입니다.
-

-
- 마음 주고 믿어주는 만큼
-
191124
김중애
05:59
-
반대 0신고 0
-
- 요셉의 신앙과 효성.
-
191123
김중애
05:58
-
반대 0신고 0
-
- 빠다킹 신부와 새벽을 열며(2026.08.11)
-
191122
김중애
05:56
-
반대 0신고 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