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승국 신부님_마리아의 18번곡 마니피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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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211 최원석 [wsjesus] 스크랩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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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모승천대축일 복음은 우리를 엘리사벳의 집 아인카림으로 초대합니다. 마리아께서 힘차게 부르셨던 마니피캇(Magnificat)을 다시 한번 듣게 합니다.
성모님께서 지니셨던 겸손의 덕은 복음서 여러 곳에서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있는데, 특별히 마니피캇 전체의 흐름을 주도하는 분위기는 그녀가 평생 지니고 있었던 겸손의 덕입니다.
성 암브로시오 교부는 마니피캇에 대해 ‘성모님의 완벽한 겸손을 가장 잘 드러내는 찬가’라고 강조했습니다.
“내 영혼이 주님을 찬송하고, 내 마음이 나의 구원자 하느님 안에서 기뻐 뛰니, 그분께서 당신 종의 비천함을 굽어보셨기 때문입니다.”(루카 1, 46-48)
마리아는 노래 서두부터 철저하게 자신을 낮춥니다. 아니 자기 자신에 대한 정확한 신원 파악을 하고 있습니다. 마리아 자신은 찬미를 받을 자격이 조금도 없는 존재이라는 것, 자신은 태생적으로 종이며 본질적으로 피조물이라는 것을 잘 깨닫고 있었습니다.
마리아께서는 주인이신 주님께서 종인 자신을 굽어보셨음을 잘 알고 계셨습니다. 그리고 그 굽어보심은 자신이 잘 나서가 아니라 주님 자비의 시선 때문이라는 것을 명확히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이제부터 과연 모든 세대가 나를 행복하다 하리니, 전능하신 분께서 나에게 큰일을 하셨기 때문입니다.”(루카 1, 48-49)
마리아는 겸손을 가장하지도 않았으며 하느님이 주신 선물을 거절하지도 않았습니다. 동시에 자신을 스스로 값진 보물로 여기거나 신데렐라처럼 생각하지도 않았습니다.
뿐만 아니라 너무나도 과분하고 크신 하느님 은총 앞에 두려워 도망가지도 않았습니다. 마리아는 앞으로 자신에게 다가올 영광과 위대함이 모두 자신에게서가 아니라, 하느님으로부터 오는 선물이라는 것을 미리부터 잘 알고 있었습니다.
겸손의 덕이란 무엇인가, 생각해봅니다. 사전적 의미로는 너무나 간단합니다. ‘남을 존중하고 자기를 내세우지 않는 태도가 있음’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그리스도 신앙 안에서 겸손의 의미는 더욱 심오해집니다. 다른 무엇에 앞서 겸손의 덕을 쌓기 위해서는 하느님이 얼마나 크신 분인가, 또 나를 위한 하느님의 사랑은 얼마나 큰 것인가, 그분의 업적은 얼마나 위대하신가를 깨달아야 합니다.
그리고 크신 하느님에 비해 나란 존재는 얼마나 작은가를 파악해야 합니다. 삼라만상을 좌지우지하시는 그분 앞에 나의 힘, 나의 능력, 나의 지식은 참으로 보잘 것 없구나, 참으로 초라하구나, 라는 사실을 온 몸으로 체득해야 합니다.
그 결과 결국 내가 아무리 뛰어봐야 그분 손바닥 안이로구나, 결국 내가 살길은 그분 자비의 품안에 안기는 일이로구나, 하며 철부지 어린이처럼 그분께로 다가서는 것이 겸손의 참모습입니다.
겸손하지 못할 때, 우리 신앙의 눈은 멀어버립니다. 내 능력만 믿습니다. 내 건강만을 믿습니다. 내가 지니고 있는 통장 잔고만을 믿습니다. 내가 어려울 때 의지할 수 있는 의지처만 믿습니다. 그러다가 큰 코 제대로 한번 다치고 말 것입니다.
마니피캇은 그냥 흘려들을 노래가 결코 아닙니다. 교만한 자들, 그릇된 지도자들, 나눌 줄 모르는 부자들에게는 철퇴 같은 노래요, 마리아처럼 작고 겸손한 사람들을 칭찬하고 축복하는 찬가입니다. 마리아처럼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너무나 큰 위로와 해방을 선포하는 승리의 찬가입니다.
마리아는 마니피캇을 엘리사벳 집 마당에서 딱 한 번으로 노래부른 것으로 끝나지 않았을 것입니다. 생애 내내 18번 곡처럼 수시로 부르셨을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마리아께서 수시로 부르셨던 마니피캇을 따라부르면서, 자신의 인류 구원 사업의 계획서를 작성하셨을 것입니다.
마리아의 18번곡 마니피캇을 외우다시피 한 예수님께서 공생활 첫 시작 때 나자렛 회당으로 들어가셔서 희년을 선포하시며 이사야서를 봉독하시는데, 그 내용은 마니피캇과 일맥상통합니다.
“주님께서 나를 보내시어 가난한 이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고 잡혀간 이들에게 해방을 선포하며 눈먼 이들을 다시 보게 하고 억압받는 이들을 해방시켜 내보내며...”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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