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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묵상ㅣ체험
성 비오 10세 교황 기념일

191312 조재형 [umbrella] 스크랩 07:19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후배 신부님과 싼타페 여행을 다녀오면서 이 말을 실감했습니다. 음식은 미리 준비해 갔고, 아침과 저녁은 숙소에서 해결했기에 여행경비를 많이 절약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예상하지 못한 비용이 생겼습니다. 가는 길에는 과속으로, 오는 길에는 갓길에 정차한 경찰차를 지나갈 때 차선을 바꾸거나 속도를 크게 줄여야 한다는 법을 몰라서 티켓을 받았습니다. 나중에 확인해 보니 티켓 비용이 전체 여행경비보다 더 많이 나왔습니다. 그야말로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여행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 일 안에서도 작은 은총을 보았습니다. 저는 함께한 기쁨이 있었기에 그 비용을 반씩 나누어 내자고 했고, 신부님도 고마운 마음으로 받아들였습니다. 생각해 보면 이것이 신앙의 길입니다. 우리가 모든 법을 다 알고, 모든 상황을 다 예측하며 살 수는 없습니다. 때로는 실수하고, 때로는 몰라서 손해를 보기도 합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책임을 서로에게 미루지 않고 함께 짊어지는 마음입니다. 예수님께서 우리의 무거운 짐을 대신 짊어지셨듯이, 우리도 형제의 짐을 함께 나눌 때 그곳에 복음의 정신이 드러납니다. 여행의 비용은 예상보다 컸지만, 서로를 배려하고 함께 책임지는 마음은 그 비용보다 더 큰 은총이었습니다.

 

신부님은 제게 두 가지의 질문을 하였습니다. 첫 번째는 노후에 대한 질문입니다. 미국에서 사제들은 알아서 노후를 준비해야 한다고 합니다. 미국 본당에서 사목하는 신부님은 아직은 젊지만, 노후에 대해서 어찌해야 할지 궁금했다고 합니다. 저는 35년 사제 생활을 하였고, 달라스 사목을 마치면 원로사목자가 될 것입니다. 제가 속한 교구에서는 원로 사목자들에게 공동숙소를 제공해 주고 있습니다. 미사예물도 지원해 주고, 국가에서 연금이 나오기 때문에 경제적인 면에서 노후를 크게 걱정할 것은 없습니다. 시간 관리와 건강관리 그리고 영적인 생활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사목의 현장에서 떠나면 개인의 시간이 많아질 것입니다. 악기를 배우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책을 읽거나 적당한 취미와 봉사의 시간을 준비하면 좋겠습니다. 나이를 먹으면 건강관리를 잘 해야 합니다. 적당한 운동, 규칙적인 식사, 긍정적인 생각이 건강관리에 좋을 것 같습니다. 매일 미사를 봉헌하고, 기도로 하루를 열고 기도로 하루를 마감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두 번째는 강론에 대한 질문입니다. 매일 저의 강론을 인터넷으로 읽고 있다고 합니다. 미국 성당에서 영어로 강론하는 것도 부담이지만 강론 준비가 늘 숙제라고 하였습니다. 저는 신학교에서 설교학을 가르쳤습니다. 저는 신학생들에게 했던 이야기를 해 주었습니다. 강론의 주된 재료는 말씀입니다. 그러기에 말씀을 눈으로 읽고, 마음으로 읽으면 좋습니다. 말씀에 소홀한 강론은 좋은 이야기는 될 수 있지만 참된 강론은 될 수 없습니다. ‘시대의 표징입니다. 말씀은 변함이 없지만 우리가 사는 시간과 공간은 변하기 마련입니다. 그 시간과 공간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고민과 아픔에 공감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책을 가까이하고, 사람들의 이야기를 경청해야 합니다. 좋은 의사는 환자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치료를 시작합니다. ‘입니다. 말씀을 강론한 대로 살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기도하라고 하면서 기도하지 않으면, 남을 도우라고 하면서 욕심을 채우려 한다면 예수님께서 책망했던 바리사이와 율법 학자가 될 것입니다. 삶이 함께하지 않는 강론은 속 빈 강정이 될 것입니다. ‘기도입니다. 기도는 샘이 깊은 물과 같고, 뿌리 깊은 나무와 같습니다. 기도는 좋은 강론의 이정표가 될 것입니다.

 

둘이라서 단출했지만 둘이라서 영적인 대화를 더 많이 했던 시간이었습니다. 언젠가 후배 신부님도 시간이 흐르면 또 다른 후배의 질문에 저보다 더 현명한 대답을 하리라 생각합니다. 오늘 율법 교사는 예수님께 이렇게 질문하였습니다. ‘스승님, 율법에서 가장 큰 계명은 무엇입니까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대답하셨습니다. “네 마음을 다하고 네 목숨을 다하고 네 정신을 다하여 주 너의 하느님을 사랑해야 한다. 이것이 가장 크고 첫째가는 계명이다. 둘째도 이와 같다.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라는 것이다. 온 율법과 예언서의 정신이 이 두 계명에 달려 있다.” 그리고 착한 사마리아 사람의 이야기를 들려주셨습니다. 사랑은 관념이 아니고 사랑은 실천이며, 사랑은 삶입니다. “내가 너희 안에 내 영을 넣어 주어 너희를 살린 다음, 너희 땅으로 데려다 놓겠다. 그제야 너희는 나, 주님은 말하고 그대로 실천한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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