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회에 관한 ‘비밀’ - ⑤) 미사가 줄어드는 자리, 무엇이 그 자리를 채우는가 ― 아일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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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95 박소영 [b38927] 스크랩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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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서 우리는 성체성사가 무엇인지, 그리고 현대 신학 안에서 성체의 희생·현존·친교·만찬이 어떻게 다루어져 왔는지를 살펴보았습니다.
가톨릭 교회의 가르침에서 성체성사는 그리스도께서 칼바리아에서 봉헌하신 십자가의 희생을 성사적으로 현재화하는 거룩한 희생 제사입니다.
동시에 우리는 바로 그 희생의 성사 안에서 그리스도의 몸과 피를 받아 모시며 그분과 친교를 이룹니다.
그렇다면 만약 이 희생 제사를 다른 것으로 대체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난다면, 그것은 앞 글에서 여러 차례 살펴본 가톨릭 교회 교리서 675항에서 가르치는, 그리스도의 재림에 앞서 교회가 겪게 될 '마지막 시련'이라는 관점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교리서는 그 시련을 "진리를 저버리는 대가로 인간의 문제를 외견상 해결해 주는 종교적 사기"의 형태로 나타나는 '죄악의 신비'와 연결합니다. 그리고 그 절정을 "거짓 그리스도, 곧 가짜 메시아의 사기"라고 설명합니다.
즉, 인간의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신앙의 본질적인 요소를 다른 것으로 대체하거나 희생하는 것이 마지막 시련의 한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우리는 앞에서 성모님의 메시지를 통해 여러 차례 살펴본 '흉측한 독성죄'와 '황폐의 상징인 흉측한 우상이 거룩한 곳에 서 있는 것'이라는 말씀을 오늘의 교회 현실에 비추어 다시 한번 묵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오늘날 유럽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사제 부족과 미사 참여자 감소로 인해 많은 성당과 공동체가 이전과 같은 방식으로 미사를 봉헌하기 어려운 상황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특히 아일랜드에서는 이러한 현실 속에서 교회가 공동체·말씀·친교·디지털 기술 등을 활용한 새로운 형태의 참여와 사목적 대안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새로운 형태가 사람들의 신앙생활을 돕고 공동체의 참여를 확대할 수 있다 하더라도, 그것이 거룩한 미사성제를 대신할 수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 어떤 기도와 찬양, 말씀과 친교, 디지털 참여도 그리스도께서 칼바리아에서 봉헌하신 희생 제사를 대신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제 아일랜드의 사례를 통해 살펴보려는 것은 미사가 감소하는 현실 속에서 교회가 그 빈자리를 무엇으로 채우고 있는가, 그리고 그 과정에서 거룩한 미사성제의 중심인 그리스도의 희생이 어떻게 다루어지고 있는가 하는 문제입니다.
<아일랜드 ― 사제 부족으로 미사가 감소하기 시작하다>
아일랜드는 전통적으로 가톨릭 신앙이 사회와 교회의 중심에 있던 국가였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사제 수와 미사 참여자의 감소가 교회의 사목 구조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킬모어 교구는 사제 수 감소와 고령화가 성체성사를 언제, 어디에서, 얼마나 자주 거행할 것인가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하면서 본당과 사목지역의 구조를 재검토하고 있습니다.
킬랄로 교구에서도 모든 성당에서 매주 주일 미사를 봉헌하는 기존의 형태를 계속 유지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현실을 사목계획에 반영하고, 사목지역별 미사 일정을 조정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클로거 교구에서는 이러한 상황이 더욱 구체적으로 나타납니다. 2026년 현재 교구 사제의 53%가 70세 이상이며, 한 사제가 여러 본당을 맡는 상황도 확대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모든 본당에 사제를 배치하는 일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으며, 교구는 평신도 참여와 공동 사목 등의 새로운 대응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아일랜드에서 나타나는 변화는 단순한 미사 참여자 감소에 그치지 않습니다.
사제 감소 → 미사 횟수와 장소의 조정 → 본당 구조의 재편 → 평신도 참여와 새로운 형태의 공동체 기도 확대 라는 변화가 실제 사목 현장에서 진행되고 있습니다.
<미사가 없는 날을 위한 새로운 사목적 대안>
이러한 상황에서 매우 중요한 자료가 아일랜드 주교회의 전례위원회의 『여기 있는 것이 우리에게 좋습니다 ― 성찬례가 거행되지 않는 평일에 모이기』(It Is Good for Us to Be Here ― Gathered on a Weekday When Eucharist is Not Celebrated)입니다.
이 자료는 제목에서부터 ‘성찬례가 거행되지 않는 평일에 모이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아일랜드 교회가 사제가 없어 평일 성체성사를 거행하기 어려운 상황을 현실적인 사목 문제로 받아들이고, 그때 공동체가 어떻게 기도하고 모일 것인지를 제시한 자료입니다.
자료에서는 점점 더 많은 본당에서 모든 평일에 성체성사를 거행하기 어려워지고 있는 현실을 설명합니다. 그 이유 가운데 하나가 성체성사를 거행할 사제가 충분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성체성사를 거행할 수 없는 날에는 공동체가 성무일도, 특히 아침기도·저녁기도·밤기도와 말씀의 전례 등을 함께 바칠 수 있도록 제안합니다.
또한 평신도들이 이러한 공동기도를 이끌 수 있도록 공적 기도의 지도자로 양성할 필요성을 제시하며, 영구 부제 역시 이러한 기도를 이끄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이 자료가 미사와 이러한 공동기도를 동일한 것으로 설명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오히려 성체성사를 교회 생활의 중심으로 두면서, 성체성사를 거행할 수 없는 날에도 말씀·성무일도·찬양·공동기도 등을 통해 공동체의 기도생활을 이어가도록 하는 것입니다.
<'공동체가 모이는 것'이 중요한 사목 원리가 되다>
이 자료에서 특히 주목할 부분은 성체성사를 거행하지 않는 날에도 공동체가 모이는 것 자체에 중요한 의미를 부여한다는 점입니다.
신자들은 함께 모여 말씀을 듣고, 기도하며, 찬양하고, 공동체로서 서로를 지지하도록 권고받습니다.
이러한 접근은 앞에서 살펴본 현대 전례신학의 흐름과도 연결됩니다.
특히 이 자료에서는 고든 래스럽(Gordon W. Lathrop)의 전례신학이 인용됩니다.
래스럽은 가톨릭 신학자가 아니라 루터교 전례신학자이며, 그의 대표적인 저서 가운데 하나가 『거룩한 백성 ― 전례적 교회론』(Holy People: A Liturgical Ecclesiology)입니다.
아일랜드 주교회의 자료는 별도의 ‘그리스도교 공동체의 모임’(The Day of the Christian Assembly)이라는 부분에서 래스럽의 논의를 소개하면서, ‘공동체의 모임’(assembly)을 그리스도교 예배의 가장 기본적인 상징으로 설명합니다. 또한 공동체가 모여야 말씀의 선포와 설교, 찬미, 성찬례 등의 전례 행위가 이루어질 수 있다는 그의 논의를 인용합니다.
더 나아가 이 자료는 주일을 ‘부활·공동체의 모임·성찬례’라는 세 가지 요소와 연결하면서, 성찬례를 거행하기 위해 모인 공동체를 교회가 세상에 드러나는 모습으로 설명합니다.
따라서 여기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공동체의 모임’이라는 전례학적 개념이 단순한 설명에 그치지 않고, 아일랜드 주교회의의 공식 전례 자료에서 실제로 활용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결국 사제가 부족하여 성체성사를 거행하기 어려운 시간이 늘어나면서, 교회는 그 시간에도 공동체가 계속 모여 말씀을 듣고, 찬양하고, 성무일도를 바치며, 함께 기도할 수 있도록 하는 사목적 구조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디지털 기술이 들어오다>
이러한 변화에 새로운 요소가 하나 더 들어옵니다.
바로 디지털 기술입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성당에 신자들이 직접 모이기 어려워지면서 아일랜드 교회에서도 텔레비전·라디오·인터넷·성당 웹캠을 통한 미사와 기도의 중계가 빠르게 확대되었습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코로나19 이후에도 이러한 기술이 사라지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아일랜드 주교회의는 현재도 본당의 웹캠과 생중계 활용을 위한 자료를 제공하고 있으며, 고령이나 질병, 거리 등의 이유로 성당에 직접 참석하기 어려운 사람들에게 디지털 기술이 교회와 연결되는 통로가 될 수 있음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 ‘디지털 본당’(digital parish)이라는 개념까지 등장하면서 디지털 기술은 코로나19 당시의 임시적인 수단을 넘어 교회의 사목을 보완하는 지속적인 통로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온라인으로 확장되는 신앙생활>
이러한 변화는 미사 생중계에만 한정되지 않습니다.
아일랜드 주교회의는 2024년에도 디지털 대림절 달력을 운영했습니다. 대림 시기 동안 매일 영상 묵상과 기도 자료를 온라인으로 제공하여 가족·학교·본당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또한 매일의 미사 독서와 묵상 자료도 인터넷과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제공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제 신앙생활은 성당이라는 물리적 공간에만 한정되지 않습니다.
미사 생중계 · 말씀과 묵상 · 기도 · 전례 교육 · 영상 콘텐츠 · 온라인 신앙자료 등이 인터넷을 통해 신자들에게 제공되고 있습니다.
<코로나 이후에도 남은 온라인 미사 참여>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은 온라인으로 미사를 시청하는 신자들이 코로나 이후에도 남아 있다는 사실입니다.
2023년 페른스 교구의 게르 내시 주교는 코로나 이후의 미사 참여를 다룬 사목서한에서, 건강상의 이유 등으로 성당에 직접 나오지 못하는 사람들이 텔레비전·라디오·온라인으로 미사를 계속 따르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많은 신자들이 주일 성찬례에 직접 돌아오지 않았다는 현실도 지적했습니다.
또한 일부 신자들은 세계 여러 지역에서 거행되는 미사를 온라인으로 선택하여 참여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여기에서 아일랜드 교회의 입장은 분명합니다.
온라인 미사는 직접 성당에 참석하는 미사와 동일한 것으로 취급되지 않습니다.
내시 주교는 성체에 대한 교회의 가르침과 주일 성찬례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신자들에게 가능한 경우 다시 본당의 주일 미사에 직접 참여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아일랜드 사례에서 지금 확인되는 것>
지금까지 조사한 아일랜드의 자료를 종합하면, 몇 가지 중요한 변화가 실제 문서에서 확인됩니다.
첫째, 사제 감소로 인해 평일 성체성사를 지속적으로 봉헌하기 어려운 현실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둘째, 성체성사를 거행할 수 없는 평일에는 성무일도·말씀·기도·찬양과 같은 공동체의 기도 형태를 마련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평신도 기도 지도자를 양성하는 과정도 제시하고 있습니다.
셋째, 이 과정에서 공동체가 모이는 것과 평신도의 참여가 더욱 중요한 사목적 요소가 되고 있습니다.
넷째, 코로나19를 계기로 확대된 텔레비전·라디오·인터넷·웹캠 등의 디지털 참여 방식이 코로나 이후에도 지속적인 사목적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지금까지 확인되는 흐름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습니다.
사제 감소 → 평일 미사 감소 → 미사가 없는 날의 말씀·성무일도·공동기도 → 평신도 참여 확대 → 공동체 중심의 사목과 전례 → 디지털 기술을 통한 참여 확대
<'예배가 계속된다'와 '미사가 계속된다'는 것은 다르다>
사제 부족으로 공동체 기도를 마련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닙니다. 사제가 없는 상황에서 신자들이 함께 기도하도록 돕는 것은 필요한 사목적 배려일 수 있습니다.
온라인 기술을 통해 병자나 노인, 직접 성당에 갈 수 없는 사람들을 전례와 연결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여기에서 '공동체의 기도와 예배가 계속되는 것'과 '미사성제가 계속되는 것'은 구별되어야 합니다.
신자들이 모여 찬양하고, 말씀을 듣고, 기도하며, 친교를 나누는 것은 신앙생활의 중요한 부분이지만, 그것이 미사성제 자체를 대신하는 것은 아닙니다.
가톨릭 신앙에서 미사성제의 중심은 단순히 공동체가 모이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께서 칼바리아에서 봉헌하신 희생 제사가 성사적으로 현재화되는 데 있기 때문입니다.
바로 이 점에서 485번 메시지의 다음 말씀이 중요합니다.
(485. 마지막 때,20-21)
"매일의 제사는 바로, 해 뜰 때부터 해 질 때까지 모든 곳에서 주님께 바쳐지는 순수한 봉헌식인 '거룩한 미사'이다.
미사성제는 예수께서 '칼바리아'에서 이루신 희생 제사를 새롭게 하는 것이다."
따라서 아무리 훌륭한 기도와 찬양, 말씀과 친교가 이루어진다 하더라도 그것이 미사성제 자체를 대신할 수는 없습니다.
바로 여기에서 485번 메시지의 '황폐'라는 표현을 다시 묵상할 필요가 있습니다.
교회가 외형적으로 계속 존재하고, 신자들이 계속 모이며, 기도와 찬양이 계속되고, 온라인으로 다양한 신앙 프로그램이 제공된다고 하더라도 그리스도의 희생 제사를 봉헌하는 미사 자체가 사라진다면, ‘황폐’가 반드시 성전이 물리적으로 비어 있는 모습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닌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성전 안에 사람들이 계속 모이고 여러 형태의 종교 활동이 계속되더라도, 거룩한 미사성제가 그 중심에서 밀려난다면, 외형적인 종교 활동은 남아 있으면서도 그 중심에 있어야 할 그리스도의 희생 제사가 약화되거나 사라지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바로 이 지점에서 가톨릭 교회 교리서 675항이 말하는 ‘마지막 시련’을 다시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교리서는 그 시련이 진리를 저버리는 대가로 인간의 문제를 외견상 해결해 주는 ‘종교적 사기’의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미사를 대신할 수 없는 새로운 형태들이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미사의 중심성을 약화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간다면, 우리는 이 경고를 결코 무시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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